탐조를 하다 보면 인연이 되지 않는 종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 관찰하는데 유독 인연이 맞지 않는 징크스같이 생기는 종이 있는 것이다. 아주 흔한 종이라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약간의 희소성으로 이렇게 사람의 애를 태우는 종이 있다.
필자에게는 민댕기물떼새가 그런 종이다. 국내에서 한번도 만나지 못하다 2012년 몽고에서 첫 조우를 하게 되었다. 탐조 시작한 지 17년 만의 일이다. 이후 7일 간의 몽고 일정에서 참 지겹게 봤었다.
그런데 다시 국내 생활을 시작하고 만날 수 없었다. 국내에는 드물게 관찰되는 종이라 많은 탐조인이 보지 못하는 종이려니 위안 삼을 뿐이다. 인터넷과 조류탐조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민댕기물떼새의 직접적 관찰을 대신하고 있다.
전국 해안가의 습지에서 종종 확인되는 상황을 보며,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해왔다. 그런데, 해안가가 아닌 내륙지역인 세종시 장남평야에서 민댕기물떼새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8일의 일이다. 12일 급하게 장비를 챙겨 현장을 찾았지만 민댕기물떼새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참 인연이 아닌 것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어찌 되었든 보통은 해안가의 습지를 찾는 민댕기물떼새가 내륙지역의 습지에서 관찰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내륙의 습지의 중요성이 확인된 결과라고 할 만한 관찰인 것이다. 장남평야에서 민댕기물떼새가 확인된 것 역시 최초의 일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민댕기물떼새는 11일까지 현장에서 확인되었다고 한다. 하루만 빨랐어도 관찰이 가능했던 민댕기물떼새 내녀에도 장남평야를 찾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