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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윤민수(가명, 27세, 남)씨는 전화통화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전화통화를) 꺼리는 편이에요. 불편하죠. 중요한 전화는 실수를 할까 긴장되기도 하고, 관심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뭐라고 반응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처럼 전화통화를 꺼리는 건 비단 이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방송인 문희준씨 역시 지난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이와 같은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제 휴대전화는 항상 진동 모드예요. 벨소리 자체를 듣는 것이 무서워요. 매니저 전화가 와도 놀라요. 진동으로 설정할 수 없는 집 전화는 그냥 없애 버렸죠."

이는 흔히 전화공포증(콜포비아)으로 불리는 공포증의 한 증세다.

"전화통화 불편해" - "굳이 할 필요도 없어"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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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한지윤(가명, 23, 여)씨는 "준비 없이 상대의 질문에 대답을 바로 해야 하는 수신 전화가 부담"이라며 "목소리가 전부가 되는 통화 속에서 생길 수 있는 침묵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통화가 주는 긴장감이 실수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더 선호하게 돼요. 글로 대화하면 좀 더 차분히 말을 가다듬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한씨도 역시 문자 소통을 더 선호한다. "문자나 카톡 같은 경우는 보내기 전에 읽고 수정할 수 있어서 더 편해요."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대신 문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이동통신 업계는 요금제를, 과거의 음성 중심 요금제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하고 있다. 통화 시간, 문자량, 데이터 제공량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가 도입되었음에도 1인당 월 통화량은 2012년 9월의 161분에서 2015년 3월의 199분으로 23%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데이터 사용량은 기존 786MB에서 2302MB로 3배 정도 증가했다. 이러한 사실 역시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음성 통화보다는 텍스트 또는 SNS를 통한 소통을 더 선호함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전화통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던 음식배달도 이제는 앱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에서도 홈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내놓았다. 배달통,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주문 플랫폼 역시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배달의 민족이 내놓은 자체 통계에 의하면, 2014년 12월 월 520만 건이었던 주문수는 2016년 12월 1070만 건을 돌파했다. 전화 통화 혹은 대면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의료상담, 성형 견적 등도 이제는 카카오톡을 통해 가능해졌다.

대학생 이민기(가명, 25, 남)씨는 전화통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굳이 전화를 해도 할 이야기가 없어요. 빠른 소통은 카카오톡을 통하면 되죠. 평소에 뭘 하고 사는지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볼 수 있어요."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된 후 이것이 전화통화를 어려워하는 전화공포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에는 스피치 학원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수업도 개설되고 있다.

이런 경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중년층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자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예의 없다' 비판하는 글을 찾아보기 쉽다. <프리미엄조선>은 지난 2013년 "일도 연애도 문자로" 하는 '신세대'를 비판하며 소통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세대 간 단절 문제 발생... 소통 늘려나가야 

 현대인들은 매일 수많은 정체불명의 문자를 받는다.
 현대인들은 매일 수많은 정체불명의 문자를 받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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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긍정∙부정의 문제가 아니"라며 "지금의 젊은 세대는 오래 전부터 SNS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할 뿐"이라 분석했다.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또한 "노년층은 문자나 카톡보다 전화가 더 익숙하고 편하다"며 "양극단의 세대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저하고, 부담을 느끼고 있기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소통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 단절 가능성에 대해서 최 교수는 '디지털 디톡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휴대폰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디지털 기기 없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 보았다. 전화에서 문자로, 문자에서 SNS로 소통의 방향이 바뀌었듯, 앞으로도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세대 간의 차이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갈 수밖에 없다. 동료시민 간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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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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