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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의 언론의 역할과 방향성을 고민해보고자 '문재인 시대 언론의 역할'이란 기획물을 시리즈로 준비했다 - 기자의 말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은 대한민국 언론의 암흑기였다. 언론인들은 공정보도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싸웠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감봉 등의 징계와 비제작 발령부터 노동자에게 살인이라는 해고였다. 이 과정에서 공영방송은 망가져 공영방송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국민은 개혁해야할 곳 하나로 언론을 뽑았다. 언론이 개혁되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은 언론개혁 그리고 문재인 시대 언론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7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성공회빌딩 내의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박성제 MBC 해직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성제 MBC 해직 기자
 박성제 MBC 해직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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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교체 되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어요. 언론의 역할은 어느 정부든 권력 감시와 비판입니다. 문제라면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어떤 정부에서든 언론은 비판과 감시를 하는 게 제 역할을 하는 거고 긴장 관계를 가지고 가야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고 언론이 감시의 눈을 낮출 수는 없어요. 그런데 유념할 점이 있어요. 지금 정부는 박근혜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나라를 망친 여러 가지 부패와 비리에 대한 항의로 만들어졌어요.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뒷받침해 나온 정부잖아요.  그럼 그 국민의 명령을 문재인 정부가 잊지 않고 지켜간다면 언론의 개혁이 잘 이루어질 수 있겠죠. 

이건 권력에 대한 비판이나 감시를 늦추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만 권력은 아니에요. 우리 사회의 많은 기득권이 있잖아요. 재벌, 검찰, 국회, 언론 등 사람들이 기득권이라고 부르는 여러 세력이 있는데 그것을 개혁하기 위해서 싸우는 자세를 문재인 정부가 계속 가지고 간다면 당연히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도와줘야 한다고 봅니다. 비판도 그런 조건 안에서 해야죠."

- 개혁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비판도 필요하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개혁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비판이라는 게 진영논리에 얽매인 비판이면 안 된다고 봐요. 예를 들어 보수는 오른쪽에서 대북정책이나 사드에 대해 비판할 수 있죠. 또 진보진영도 왼쪽 시각에서 비판할 수 있죠. 그런데 그 사이에서 정부가 샌드위치가 되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건 올바른 비판이라고 볼 수 없어요. 대안이 가능해야 합니다."

- 사실 언론의 정부 비판과 견제의 목적은 사회가 좀 더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지 발목 잡기식이 되면 안 되잖아요?
"맞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여러 가지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많은 분이 보수, 진보 언론 양쪽의 발목잡기식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저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주장이지만 새겨들을 만한 대목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도 잘해야 하지만 언론들이 많이 반성해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언론개혁입니다.
"문 대통령도 대선 때 언론 개혁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자 복직을 약속해서 개혁하려고 노력하겠죠.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처럼 낙하산 사장을 보내고 죄 없는 경영진이나 공영방송 이사들의 목을 치는 식으로 하는 건 개혁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건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정부는 법대로만 하면 됩니다. 만약 방송사 경영진이나 공영방송 이사들이 뭔가 범법 행위나 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그에 맞춰서 처리하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분들을 만약 그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탈법을 저지르고 그런 게 밝혀졌다면 교체해야죠.

그리고 사장이나 이사를 선출할 때 대통령이나 청와대 마음대로 하지 않고 언론장악 방지법을 통과시켜서 거기에서 구현하는 언론 개혁의 정신을 실행하면 돼요. 가장 중요한 건 언론인 특히 공영방송 KBS, MBC YTN 종사자들 스스로 자기 회사 내의 박근혜 정권에 협력했던 부역 언론인들을 스스로 몰아내고 정화시켜야 합니다. 그게 진짜 개혁이라고 봐요."

- 하지만 방송사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파업인데 그것을 해도 물러나지 않으면 방법 없잖아요?
"꼭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앞서 말했잖아요. MBC를 예로 들면 방문진 이사나 경영진들은 너무나 많은 불법을 저질렀어요. 그 불법을 이명박근혜 정부 때 제대로 조사했으면 그들은 자리에 있기 힘들어요. 그런데 자기네 편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공생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살아남은 거예요. 이들이 저 지른 행위에 대해 노동법, 방송법, 김영란법을 어긴 혐의, 횡령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고발이 들어갔거든요. 그런 걸 제대로 처리하면 법적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어요. 또 그런 경영진이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거죠."

- 조준희 YTN 사장이 지난달 19일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조 사장은 기본적으로 언론인 출신이 아니라 금융계에 있던 분이잖아요. 사장 된 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된 것이잖아요. 그러나 그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YTN에 끝까지 남아 저항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을 것으로 봐요. 그래서 YTN은 순조롭게 정상화가 될 것으로 봅니다."

- 같은 날 MBC는 징계자를 발표해서 비교되던데.
"당연히 비교되죠. 김장겸 사장은 조준희 사장처럼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하던 대로 똑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거죠."

- 정권이 교체돼서 경영진 배후에 권력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
"자기들의 든든한 배후는 없어졌지만, 자유한국당을 믿고 저러는 거예요. 홍준표씨가 최근 페이스북에 'MBC는 정상화 됐는데 종편이 문제다'는 글을 썼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MBC는 자기네 편이라는 얘깁니다. 많은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국정농단에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럼에도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고 있잖아요. 그럴 수 있는 건 MBC 같은 언론이 도와주기 때문이에요."

- 언론개혁을 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할 문제 중 하나가 해직자 문제입니다. 물론 MBC의 경우 2심까지 전원 무효로 나왔고 대법원에서 항고를 기각하면 끝나죠. 하지만 YTN은 다르잖아요. 해직자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YTN은 저희와 경우가 다르죠.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대법원에서 패소했었죠. 그러나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조준희 사장이 물러가고 YTN은 정상화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고 보거든요. 세 분은 복직이 될 것으로 봐요."

-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복직이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목공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전 복직이 금방 될 줄 알았어요. 2012년 6월 해고됐잖아요. 당시 대선이 끝나면 설사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복직 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몇 달만 버티자는 식으로 목공을 시작한 거예요. 만약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목공 안 하고 처음부터 <뉴스타파>를 했거나 공부를 했거나 아니면 또 다른  대안언론 운동을 했겠죠. 그땐 시간을 때우려고 목공을 한 것이었거든요."

- 만약 해직 안 되었다면 아마도 비제작 부서를 전전했을 텐데 버틸 수 있었을까요?
"못 버텼을 거예요. 최승호 PD도 그렇지만 싸우다가 나중에라도 결국 해고가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제가 먼저 사표 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왜냐면 사표를 낸다는 건 패배를 인정하고 도피한다는 것이거든요. 물론 사표를 내고 나온 동료들도 있지만 전 생각이 달라요."

- 기자란 뭘까요?
"저는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취재해서 알려주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일을 겪어보니 저널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약자의 편에 서서 힘 있는 사람들과 싸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고 뭐든지 찾아내서 '단독'이나 '속보'만 쫓아가며 경쟁하는 게 기자의 할 일이라고 하면 기레기란 말을 들을 이유가 없죠.

왜 기자들이 기레기란 말을 듣겠어요? 그런 게 기자의 할 일인 줄 알고 연예인들 시시콜콜한 얘기를 쓰고 권력의 이익, 사주의 이익, 자사 이익 혹은 광고주의 이익에 맞춰서 기사를 썼기 때문에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 거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회사원처럼 기사 쓴다는 생각으로 기자 생활하면 영원히 기레기에 벗어날 수 없어요. 기자는 항상 싸워야 합니다. 일반 국민들을 위해 기득권과 싸우는 사람들, 기득권의 비리. 병폐, 횡포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하고 고발하는 사람들이 기자라고 봐요."

-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른바 한경오로 불리는 진보언론과의 갈등은 어떻게 보세요? 일부는 한경오를 돈 없는 조중동이라고 주장하는데.
"한경오를 돈 없는 조중동이라고 하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분들의 심정은 이해해요. 한경오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여러 가지 수준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 한경오는 조중동과 똑같아서 망하게 해야 한다는 사람은 아주 일부일 것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은 한경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한다면 그 개혁을 도와줘야 한다는 분들일 것 같아요. 쓸데없는 걸 비판하지 말라는 거죠.

정확한 팩트와 논리로 정권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러나 기존의 언론이 해온 여러 가지 행태가 있는데 거기서는 진보언론들도 벗어나기 힘든 행태가 있어요. 그런 걸 답습하지 말라는 얘기겠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눈에 띄면 가만 안 놔두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그런 것 때문에 한경오 기자들도 고민이 많을 거예요."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한 달간의 언론보도는 어떻게 보세요?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봐요. 특히 인사청문회 보도를 보면 의혹이란 걸 '단독' 붙여서 많이 내는 데 상당히 문제 있는 보도가 많아요. 잎뒤를 자세하게 취재하지 않고 일단 던지고 보는 거죠. 정말 문제가 될 만한 의혹은 많이 보이지 않아요. 

지난 정권에서도 그랬어요. 박근혜 정부 장관 중 문제가 많은 장관도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와 상관없는 위장 전입이라든지 하는 건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넘어가야죠. 많은 분이 SNS에서 나도 위장 전입했다고 인증하잖아요. 그만큼 위장 전입이라는 게 수많은 사연이 있다는 거죠. 그런 걸 도외시하고 무조건 위장 전입 했다거나 하는 건 아니죠. 탈세도 그래요. 예를 들어 조국 수석 모친이 운영하는 용봉학원 같은 경우 세금을 못 낸 것은 국민이 이해하잖아요, 그런 걸 봐야죠. 그런 맥락이 갖춰진 보도는 별로 없었어요. 언론의 의무를 방기한 거예요. 근데 인사청문회 철이 되면 언론은 그런 형태가 반복돼요."

- 그러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언론이 할 일이 검증인데, 검증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해요. 특히 지금 독자들 수준은 많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야당 의원이나 언론이 공직자를 검증할 때 그들이 그 자격 있느냐까지도 봐요. 전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도 검증이라는 미명으로 마구 파헤치고 뭐하나만 나오면 그걸 가지고 난리 치는 것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봤어요. 박근혜 정부 장관들이라고 해서 더 가혹하게 보고 지금 장관들은 봐주자는 건 아니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아들이 군대에 안 갔다면 왜 안 갔는지, 위장 전입 했다면 왜 했는지를 취재해서 국민들에게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제대로 된 보도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보도들은 팩트 하나만 가지고 막 던지는 보도인데 그런 보도에 국민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아요."

-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개선이 잘 안 될 겁니다. 억지로 개선시킬 순 없잖아요, 결국 언론 스스로가 깨닫게 될 거예요. 보도를 대충대충 하면 독자들에게 외면받아요, 인터넷에는 똑똑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얘기가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다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보도 못하면 외면받죠. 지금 한경오가 욕먹는 이유죠. 독자들 레벨을 못 따라가요. 조중동 독자들은 오히려 그런 걸 요구하지 않아요. 그들 중에는 인터넷보다 신문 보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진보언론 독자들은 신문 안 보고 인터넷이나 폰으로 기사 하나하나를 보잖아요. 전체적인 논조는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한경오가 억울할 수 있는 게 전체 신문 논조를 보면 문 대통령만 비판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나름 균형을 맞춰 쓰는 데 독자들은 전체 신문을 보지 않아요. 기사 하나만 봐서 그 기사가 이상하면 나쁜 언론이 되는 거예요.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고 거기 적응 해야 해요, 모든 기사를 완벽하게 쓰기 위해 더 노력하고 흠결 있는 기사는 줄여나가는 거로 해야지 전체적인 신문 편집에서 논조를 주장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 앞으로 전망 부탁드려요.
"전 언론이 되게 힘들어질 것이라고 봐요. 보수언론보다 진보언론이 훨씬 더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보수언론 독자보다 진보언론 독자들이 훨씬 더 까다로워요. 그리고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아요.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할 수는 있어도 그걸 받아들여야 해요. 세상이 그렇게 됐어요. 왜냐면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언론 몇 개가 없어진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않아요.

그리고 전체적인 판을 보는 새로운 미디어가 많아졌어요. 그런 걸 통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보와 시각을 접하면서 진보언론에 더 이상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 됐어요. 따라서 굉장히 힘들어지는 거죠. 조중동은 천천히 압박을 받겠지만, 진보언론이나 인터넷 언론들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압박을 받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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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