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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기와 푸에르토리코 자치령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미국 국기와 푸에르토리코 자치령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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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멋진 바다를 자랑하는 푸에르토리코가 정식 국가가 아닌 괌이나 사이판처럼 미국의 자치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푸에르토리코 주지사가 안살림을 맡고, 국방·외교 등 바깥 살림은 미국 연방정부의 몫이다.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국 시민 자격을 누리고 있으나, 대통령 선거나 상·하원 선거에서는 투표권이 없다. 또한 연방 기금을 받고 건강보험도 일부 혜택을 누리고 있으나, 개인 소득세는 내지 않는다.

오는 11일(현지시각) 푸에르토리코는 '국가 지위'(statehood) 변경에 관한 주민투표를 치른다. 자치권을 포기하고 정식으로 미국 연방정부에 편입하고 싶다는 것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려고 할까.

'빚더미' 푸에르토리코, 마지막 희망은 미국?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던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국방·외교·통화 등을 미국에 의존하는 자치령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푸에르토리코는 '부유한 항구'라는 뜻에 걸맞은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낮은 법인세와 인건비 등을 앞세워 미국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며 사실상 '미국의 공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세율이 갈수록 오르면서 기업들은 떠나기 시작했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은 푸에르토리코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실업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빈곤층이다.

전문직 인력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 본토로 떠났다. 그나마 관광 산업을 통해 연간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를 벌여 들었으나,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이마저도 타격을 입었다.

재정이 악화되자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강력한 긴축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서만 공립학교 179곳이 문을 닫아 학생들이 공부할 곳을 잃었고 교사들은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결국 푸에르토리코는 1240억 달러(약 138조 원)의 빚을 갚을 수 없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정식 국가가 아니라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도 받을 수 없는 푸에르토리코의 마지막 선택은 미국 연방정부에 편입하는 것이다.

미국이 푸에르토리코를 거부하는 이유

 푸에르토리코 국가 지위 변경에 관한 주민투표를 전망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푸에르토리코 국가 지위 변경에 관한 주민투표를 전망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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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의 국가 지위 변경에 관한 주민투표는 벌써 5번째다. 1967년, 1993년, 1998년에는 자치령으로 남기로 했으나 가난에 지친 주민들은 2012년 4번째 투표부터 표심을 바꾸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국 의회는 푸에르토리코의 구애를 거부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푸에르토리코의 연방정부 편입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나섰던 것은 히스패닉계 표심을 얻기 위한 제스처였다.

미국의 자치령이 되기 전 무려 4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푸에르토리코는 주민 대다수가 여전히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가톨릭을 믿는다. 아무리 '인종·문화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이지만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푸에르토리코가 자칫 공산화가 되는 것은 절대 두고 볼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독립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자치권을 차지할 수 없도록 철저히 막아야만 했다.

더 현실적인 이유는 푸에르토리코의 거대한 빚더미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의 빈곤층에게 복지 수당을 줘야 하고, 중·고교생도 총을 들고 다닐 정도로 범죄율이 높은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푸에르토리코 주민의 52%가 편입을 원하지만, 이번에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하다. CNN은 "재정지출 삭감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가난한 푸에르토리코를 반길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푸에르토리코가 정식으로 미국의 일부가 되어 참정권을 얻는다면 (반이민 정책의)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지지층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푸에르토리코를 받아들일 리 없다"라고 지적했다.

푸에르토리코의 자부심과 문화를 지켜야 한다며 계속 자치령으로 남거나 정식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길잃은 푸에르토리코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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