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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벌)는 세계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1999년, 마이애미 해변에서 소박하게 시작되었던 이 쇼는 세계의 어느 페스티벌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2012년에 첫 'UMF 코리아'가 열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의미 있는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5주년을 맞은 작년 UMF는 3일 동안 15만 명을 잠실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매년 무더운 여름에 열리는 페스티벌이지만, 인산인해다. 동의하든, 아니든 UMF 코리아는 '놀 줄 아는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평소에 일렉 음악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이 UMF의 메인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한 채 술을 들고, 자신의 젊음을 전시한다. 요즘 잘 나가는 딘도 'And July'(헤이즈)에서 노래하지 않았는가. '전부터 기다린 UMF 티켓도 전부 다 밀어둔 채 널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둘째 날인 일요일에 잠실을 찾았다. 거나하게 취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입장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강력한 베이스와 환호성을 듣자 하니 설렌다. 뮤직 페스티벌에는 늘 기발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질 수 없다는 생각에 필자 역시 특정 대선 후보 코스프레를 하고 갔다.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UMF의 공연장은 총 네 개로 나누어져 있다. 잠실 종합 운동장의 메인 스테이지, 잠실 보조 경기장에 설치된 라이브 스테이지, 실내에 위치한 레지스탕스 스테이지, 그리고 마이애미 해변을 모티브로 한 매직 비치 스테이지까지. 각기 다른 스테이지에 여러 아티스트가 출연하기 때문에 미리 이동 동선을 잘 짜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록 페스티벌이나 가요 중심의 페스티벌에서도 마찬가지다.

10만 명을 위해 준비된 야외 클럽

 매직 비치 스테이지의 전경.

매직 비치 스테이지의 전경. ⓒ 이현파


매직 비치 스테이지에서는 다리우스의 공연이 펼쳐졌다.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2014년 작품인  'Romance'를 들어 보시길. 산뜻한 하우스 음악을 내세우는 프랑스 뮤지션이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시간대, 그의 음악이 무대 환경과 아주 잘 어우러졌다는 반응이다. 한편, 레지스탕스 스테이지에서는 샤샤 앤 존 딕위드의 디제잉이 테크노 팬들의 열광을 끌어냈다.

메인 스테이지에는 마틴 솔베이그, 대쉬 베를린, 하드웰 등의 디제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가장 주목받는 스타답게, 하드웰은 이날 가장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초록색 레이저 빛과 '드랍'(곡의 하이라이트)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카메라로 담고 싶을 정도였다. 'Creatures Of The Night', 'Follow Me' 등이 선곡되었을 때는 정말 신나게 춤을 췄다. '이러다가 몸이 탈골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춤췄다.

그러나 아쉬움 역시 남았다. 하드웰을 비롯한 스타 디제이들의 공연은 분명 재미있고, 야외 페스티벌의 광란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이들의 공연에서 신선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예상 가능한 플레이 리스트, 상투적인 구성이 일부 마니아들에게는 피로로 다가온 것이다. 한 네티즌은 '3, 2, 1 Let's Go!', 'Everbody Fuckin' Jump!' 없는 공연을 보고 싶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 이들과 비슷한 감정을 종종 느꼈는데, 내년부터는 다른 스테이지를 더욱 많이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챠미의 공연 모습.

챠미의 공연 모습. ⓒ 이현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라이브 스테이지로 향했다. 효린의 무대가 끝나고, 챠미(Tchami)의 공연이 준비되고 있었다. 챠미는 '퓨쳐 하우스의 대부'로 불리는 프랑스 뮤지션이다. 무대 연출이 아주 독특하다. 챠미는 늘 가톨릭 성직자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그뿐 아니라 이 콘셉트에 맞게, 교회 합창단 의상을 입은 코러스들이 튀어나와 춤을 추고 노래했다. EDM과 가스펠, 성직자. 서로 이질적이면서 조화로웠다. 또한, 공연 내내 챠미 특유의 베이스 사운드가 잘 살아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챠미는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신선한 선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After Life', 'Promesses' 등 자신의 대표곡들은 물론 디제이 스네이크의 'Let Me Love You', 알 켈리의 'Bump 'N Grind'까지. 뻔하지 않은 선곡, 자신의 문법을 지킨 리믹스가 매력이었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공연이었다.

정말 아시아 최고의 페스티벌을 꿈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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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내용에는 충분히 만족했으나, 올해 지적된 운영상의 문제는 간과할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첫날 같은 경우 한 시간 이상 입장이 지연되면서 관객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보고 싶었던 뮤지션의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몰려드는 관객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 UMF의 행사장 내에서는 제휴 업체인 티머니 카드, BC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입점 업체에서는 티머니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여 관객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사방에 쓰레기가 널려 있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페스티벌의 왕'이라고 하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역시 종료 후에는 사방 천지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쓰레기통과 관리 인원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공지 사항에는 '셀카봉 반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으나, 어떤 관객은 셀카봉을 들고 문제없이 입장했다. 운영 부실에 대한 성토가 사방에서 쏟아져나왔다.

뮤직 페스티벌에는 필수적으로 좋은 뮤지션, 좋은 음악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UMF는 음악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줬다. 그러나 공연 외적인 문제가 관객들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러 온 사람들이 되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UMF에는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이 많이 있다. 이변이 없는 이상 내년에도 십만 명이 잠실에 모일 것이다. 운영 부실을 비난했던 사람 중 상당수도 다시 잠실 나들이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의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UMF 코리아는 올해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공연 수준에 걸맞은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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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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