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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좋아한다고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말하는 중국사람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기원전 100년께, 사마천은 역사서 <사기>를 씁니다. <사기>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황제시대부터 한나라 한무제 시대까지 2000년 역사를 기록한 중국 최고의 역사책입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정치·사회·문화 외에 경제에 대해서도 기록했는데, 경제에 관한 기록은 <화식열전>(貨殖列傳)입니다.

<화식열전>에서 '화식(貨殖)'은 재물을 늘린다는 의미이고, '열전(列傳)'은 인물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러니까 <화식열전>은 중국 역사 2000년 동안 재물을 많이 늘린 인물에 관한 기록입니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돈을 많이 번 인물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경제철학과 경제의 기초가 되는 돈 그리고 사람과 돈의 관계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 중에는 돈을 버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마천’ 초상화
 ‘사마천’ 초상화
ⓒ 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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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돈'이 없어서 불행을 겪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사마천은 한나라 한무제 시대 사람인데, 기원전 99년 한나라 장수 '이릉'이 흉노에 항복한 일로 한무제의 눈 밖에 나서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당시 사형을 면하려면, 벌금으로 돈 50만 전을 내거나 궁형(거세)을 받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돈이 없었던 사마천은 살기 위해 궁형(거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마천은 궁형을 선택해 고자가 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 남아 있는 사마천의 초상화 얼굴에는 수염이 없습니다.

"부자 되세요"

기원전 100년께 사마천은 <사기>에서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첫 번째로 가장 좋은 방법은 '학문으로 과거에 합격해 권력과 지위를 얻는 길'이고, 그다음 두 번째 방법이 '권력을 통하지 못하면 학문이나 종교를 통해 또 다른 지위를 얻는 길'이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방법이 '장사 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현대의 상황으로 다시 해석하면 첫 번째는 국가 관리가 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회사에 취직하는 방법이고, 세 번째는 장사를 하는 방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첫 번째 국가 관리가 되는 방법과 두 번째 회사에 취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먼저 중국사람이 과거에 합격해 국가 관리가 되려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1901년대 초반 '이보가'라는 사람이 <관장현형기>(官場現形記)라는 사회 소설을 씁니다. 청나라 말기 사회 현상을 묘사한 <관장현형기>는 중국 청나라 4대 소설 중 하나입니다. <관장현형기>에서 '관장(官場)'은 관가를 말하는데 현대어로 국가기관이라는 의미이고, '현형기(現形記)'는 현재의 모습을 기록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실제 모습을 쓴 관료사회 부패 폭로 소설이지요.

관장현형기.
 관장현형기.
ⓒ 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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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왕인'이라는 스승이 제자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입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공부를 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스승은 제자의 질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면 관리(공무원)가 될 수 있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제자는 관리가 되면 무엇이 좋은지 다시 묻습니다. 제자의 물음에 스승은 "관리가 되면 돈을 벌 수 있게 되느니라, 의자에 앉아 다른 사람을 오라 가라 할 수 있고 또 말을 안 들으면서 감옥에 가둘 수도 있단다.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이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느냐"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니까 공무원 시험(과거)에 합격해 공무원이 되려는 목적이 돈을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거니,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돼 돈을 벌라는 거지요.

1781년 청나라 장군 '복강안'은 티베트 전쟁에서 승리하고 북경에 돌아와 전쟁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공금을 처리하는 호부(현재 재무부) 관리를 만납니다. 그런데 호부 관리는 전쟁비용 정산 명세서 작성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복강안' 장군에게 암암리에 전쟁비용 명세서 작성 수고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청나라 건륭황제 시대 ‘복강안’장군 초상화.
 청나라 건륭황제 시대 ‘복강안’장군 초상화.
ⓒ 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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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복강안' 장군이지만, 호부 관리가 요구하는 수고비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호부 관리와 상의해, 전쟁 비용 명세서 작성 수고비를 정했는데 이 수고비가 은 200만 냥이었습니다. 은 1냥이 50그램이니, 200만 냥은 현대 도량형 무게로 은 10만 킬로그램입니다. 물가 변동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현재 은 시세를 감안해도 한국 돈 740억 원에 달합니다.

전쟁터에서 방금 돌아온 '복강안' 장군이 이렇게 큰 돈이 있을 리가 없지요. 그래서 전쟁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데, 전쟁 비용 명세서 작성 수고비 740억 원은 전체 전쟁 비용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물론 호부 관리 한 사람이 740억 원을 혼자 꿀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위 공무원들과 사이좋게 나눠가졌겠지요.

이때가 1781년인데, 이 시기 청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GDP의 1/3 이상일 때로, 청나라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었습니다. 중국 역사에서 청나라 강희, 옹정, 건륭 세 명의 황제 시대(1661년~1795년)는 유례없는 태평성대로 국가의 기반이 확실하게 자리 잡힌 시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경제가 발전하고 국가의 기강이 바로 섰다는 건륭황제 시대에 일어난 일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복강안' 장군이 건륭황제의 외조카로 황제와 친척 사이였는데도, 공무원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돈을 받고도 일을 안 해준다

10년 전 중국 산시성 벽돌 공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벽돌 공장 사장이 '공무원이 벽돌 검사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는다'면서 공무원을 질책했습니다. 생산한 벽돌의 품질이나 규격이 제품 합격 규정에 맞지 않으면 공무원이 검사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벽돌 공장 사장이 공무원을 질책한 이유였습니다.

벽돌 공장 사장은 "나는 규정에 맞게 벽돌을 생산해 이미 관련 서류를 신청했고" (여기까지는 문제없습니다) "또 규칙에 따라 공무원에게 돈을 주었는데, 돈을 받고도 왜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느냐"(공무원에게 뇌물 주는 걸 규칙이라고 표현합니다)고 했습니다.

책 <잠재규칙>.
 책 <잠재규칙>.
ⓒ Baidu/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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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이런 규칙을 잠재규칙(潜规则)이라고 합니다. 중국 바이두(한국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에서는 잠재규칙을 '법전에 쓰여 있지 않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이 알고 실제로 그렇게 지키는 규칙'이라고 소개합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우스(吳思)'라는 언론인이 <숨겨진 규칙>(潜规则)이라는 책을 발표합니다. '우스'는 이 책에서 '숨겨진 규칙'을 '불법이라 떳떳이 드러내놓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이 규칙을 잘 이해하고 당연시하는 행위준칙'이라고 정의합니다. 중국에서는 '숨겨진 규칙'을 '회색 규칙' 혹은 '잠재 규칙'이라고도 합니다.

책에 나오는 관리(공무원)와 관련된 숨겨진 규칙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구정, 단오, 추석 명절 그리고 관리와 관리 부인 생일에 주는 봉투를 '삼절양수'(三節兩壽)라 하고, 관리가 출장 오면 주는 봉투를 '정의'(程儀)라 하고, 관리에게 일 처리를 부탁할 때 주는 봉투를 '사비'(使費)라고 하고, 관리가 인허가를 내줄 때 주는 봉투를 '부비'(部費)라고 합니다.

'우스'의 <숨겨진 규칙> 책은 2005년 한국에서 <잠재규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습니다.

확실한 규칙

다음에는 중국사람이 직장에서 봉급 외에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아보죠.

1980년 중국 정부는 부부가 결혼한 후 한 명의 자식만 낳아야 한다는 가족계획(計劃生育)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래서 1980년 이후 태어난 아이는 대부분 독자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 한 명에게 모든 걸 투자합니다.

선천적으로 질병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는 질병 유전자가 활성화되기 전에 치료하면 장애를 갖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생아가 태어나면 한국에서는 국가가 6개 사항을 무료로 검사해주고, 중국에서도 5개 사항을 무료로 검사해줍니다. 현재 한국에는 50여 종류의 선천성 질병 유전자 검사 기술이 있고, 중국에는 30여 종류의 검사 기술이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3년 전 쯤 한 한국 병원이 중국 병원에 신생아 질병 유전자 검사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이 중국보다 20여 개 사항을 더 검사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 중국 신생아 부모가 원하면, 먼저 중국에서 30여 개 사항을 검사 한 뒤 자료를 보내주면, 한국에서 추가로 20여 개 사항을 더 검사해준다는 사업 아이템이었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업무 담당자가 사업 진행 조건으로, 유전자 검사 건당 커미션(수수료)을 원했습니다. 한국 업무 담당자도 당연히 그 정도는 예상하고 예상 이익의 일정 부분을 커미션으로 지급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중국 병원 업무 담당자가 제안하는 커미션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그래서 한국 담당자가 중국 담당자에게 '이 정도 금액이면 당신 봉급보다 몇 배나 많아 충분하다, 커미션 금액을 낮춰 달라'고 했지만, 중국 담당자가 이를 거절했습니다.

중국 병원 담당자의 거절 사유는 이렇습니다. 업무 관련 부서 인원이 10명이고, 커미션이 생기면 직급별로 나누는 비율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서 한국 측에서 제안한 커미션 금액이 본인 한 사람에게는 큰 금액일지 몰라도, 부서원 10명이 직급 분배 비율에 따라 나누면 푼돈이라며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답니다.
 
다음은 누가?

서안박물관 ‘진나라 부패 교훈’ 전시실
 서안박물관 ‘진나라 부패 교훈’ 전시실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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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 병마용이 발견된 중국 섬서성 서안시(西安市)는 진시황제가 세운 진나라 수도입니다. 그래서 서안시박물관에는 진나라와 관련된 역사 유물이 많은데, '진망오사경시교육전'(秦亡於奢警示教育展)이라는 전시실도 있습니다. 진나라가 사치와 부패로 어떻게 망했는지를 알려주는 전시실입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가 20년도 되지 않아 멸망한 이유가 황제의 사치와 관료의 부패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전시물이 있고, 마지막 공간에는 1949년 중국 건국 후 현재까지 어떤 공무원이 어떻게 부패하고 얼마나 뇌물을 받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전시물도 있습니다.

‘진나라 부패 교훈’ 전시실 ‘중국 부패 공무원’ 전시물.
 ‘진나라 부패 교훈’ 전시실 ‘중국 부패 공무원’ 전시물.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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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공무원 전시 공간의 아래 부분은 비워져 있는데, '앞으로 이 비워져 있는 공간을 누가 채울지 모르지만, 영원히 비워져 있기를 바란다'라고 적어놨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강력한 부패 근절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로 2017년 초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세계 176개국 국가별 부패 지수에서 중국은 2015년 83위에서 2016년 79위로 조금 좋아졌습니다. 아, 참고로 한국은 2015년 37위에서 2016년 52위로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태그:#중국, #중국문화, #중국사람, #잠재규칙,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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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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