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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으로 크게 구성된다. 일부 억대농부나 대농, 기업농이 아니라면 농사 일로만  먹고 살기 어려우니 농업소득 못지 않게 농외소득을 어떻게 벌어들일지가 중요하다. 심지어 우리 농부들의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은 1/3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농업소득 보다 농외소득이 더 큰 지경이다. 최소한 소득의 50% 이상은 농사로 벌어야 농부로 인정되는 독일 기준으로 하자면 평균적인 한국의 농부들은 농업이 직업이 아닌 셈이다.

그래서 농사를 본업으로 삼고 농부들이 모여 살아가는 우리 농촌마을은 구조적으로, 숙명적으로 가난하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불안정하다. 농부들이 농사만 지어서는 마을에서 먹고 살기도,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즐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를 보면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2016년 우리 농가의 가구당 총소득은 37,197천원이다. 도시근로자 가구(3인 가구 기준)당 평균소득 59,1480천원(월평균 가구소득 4,929천원 × 12월)의  62.8%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농가소득 가운데 순수한 농업소득은 27.1%에 불과한 10,068천원이다. 2015년보다  10.6% 줄었다. 농업총수입 31,279천원에서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농업경영비 21,211천원을 뺀 수치다. 농업소득률은 32.2%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마나 처자식을 포함 평균 2.5명 가량이 몸으로 때운 가족농의 자가노동력에 대한 인건비 보상은 감안하지도 않았다. 

농민들이 농사만 지어 못 먹고 사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겸업해 생활비를 더 버는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공업, 서비스업, 그리고 일당 품을 파는 등 농업외소득이 더 늘어나는 이유다. 2016년에는 농가평균 15,252천원으로 농가소득의 41%나 차지한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우리 농민들의 본업은 이제 농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렇게 소득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2016년 농가의 가계지출은 평균 31,049천원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벌어들이는 총 소득에서 약 83%의 돈은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지자체단위 경제적 대안마을의 사례, <농업회사법인 진안마을주식회사>
▲ 진안마을 지자체단위 경제적 대안마을의 사례, <농업회사법인 진안마을주식회사>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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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먹고 사는 불안과 공포를 해결하려면

그래서 도시를 벗어나 귀의한 농촌마을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경제'다, '돈'이다, '먹고 살아야하는 불안과 공포'다. 그 난제를 풀지 않으면 마을에서 농사를 짓든, 농사를 짓지 않든 잘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의 도리를 다 하고 사람답게 살 수 없다. 그래서 '먹고 사는 불안'이 없는 경제마을이야말로 '사람 사는 대안마을'로 가는 외길이자 지상과제라 할 수 있다.

일단 전략부터 잘 세워야 한다. 농촌지역은 다양한 자원도 부족하고 인구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도 없고 시장도 없다. 경제적 사업을 하기에 적절한 조건이나 환경이 아닌 것이다. 상주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농촌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먹구구식으로 그저 열심히 한다고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하기 보다는, 우선 잘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교한 '마을기업 중심 마을공동체' 사업계획서, 또는 합리적인 '경제마을 건설'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우선 그나마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는 지속적으로, 일방적으로 역외로 유출된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등 대도시 중심으로 상품 및 서비스가 제조, 가공, 유통되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이같은 광역유통체계에서는 '경제마을' 정도의 역량과 규모로 끼어들 빈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유통 체계부터 정립해야 한다. 지역의 농민들이 안전하고 품질 좋은 지역먹거리(Local Food)를 생산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통해 단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안을 뛰어넘어, 지역의 고용의 창출 효과, 지역순환경제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공동체를 재생하려는 전망과 비전도 공유해야 함은 물론이다.

가령 '1차 친환경농산물 생산'에서 '2차 전통농식품 가공으로, 그리고 '3차 도농교류 체험관광 및 도농직거래 유통'으로 이어지며, 농업과 농촌의 부가가치를 복합적, 연쇄적으로 상승시키는 '6차 농산업화 가치사슬(Value Chain)'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경제마을 추진전략' 또는 사업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역시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기존의 마을경영위원회 또는 마을공동사업 협의체(농장, 작목반, 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 등)를 기반으로, 마을기업(커뮤니티 비즈니스, 농촌형 사회적기업, 농촌공동체회사, 협동조합 등) 중심의 마을공동체사업을 이해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습 및 훈련 말고 특별한 비책은 없다.

이를 위해 일단 사업 및 업무 추진단계별 로드맵을 설정, '학습-> 조사-> 마을 생산자조직구축-> 지역 및 도시 소비자 조직 구축 -> 홍보체계 및 장터(마을시장) 시범운영' 등을 통한 지역식량(먹거리) 생산 및 수급체계에 적극 참여하고 연계 유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마을경영위원회, 마을공동사업 협의체 등은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학습동아리 조직 등을 활용해 주민역량 제고, 지역식량 수급조사, 생산자조직 구축, 소비자조직 구축, 홍보체계 구축 및 마을(농민)장터 시범운영, 지역식량체계 구축 및 상설 장터(가게/시장) 및 유통시스템 구축, 학교(공공)급식 연계 업무를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때, 주먹구구식이 아닌 과학적인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4P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제품 (Product) 전략에서 '제품'이란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대상으로 유형의 재화와 무형의 서비스로, 가령 마을펜션 등 농촌숙박업은 객실을 파는 기본매출 외에 농산물 판매, 체험프로그램 판매 등 부대매출도 가능하다. 가격 (Price) 전략은 적정 매출과 수익을 보장하는 합리적 가격을 위해서는 동종 타사업장의 가격동향을 파악, 인근 사업장에 비해 상품, 시설 등이 우월하나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다면 가격인상을 선도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유통 (Place) 전략은 내방객 등 고객들이 어떤 경로(오프라인 및 온라인)를 통해 사업장에 접근, 출입하는지, 상품, 비품 등은 어떤 유통흐름과 과정을 거치는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판매촉진 (Promotion) 전략은 사업자가 직접 판매촉진을 하는 인적 판촉과 광고로 대별되는데 원격지에 위치한 농촌사업자의 특성상 인적 판매, 대면광고보다는 인터넷, 지역신문・방송 등 적합할 것이다.

부안 변산의 유기농부들이 생산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 부안 산들바다 부안 변산의 유기농부들이 생산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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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으로 협동․연대할 때,  공동으로 소득도 공유

그래서 우리 농민들은 농가소득 구조를 정상화, 안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득사업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농부들도 '농사 한 다리로만 서면 넘어지니 두 다리 이상으로 버티고 설 수 있도록 겸업농부'를 해야한다고 자각하고 실천하고 있다. 농림부에서도 지난 십수년 동안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등을 통해 이른바 '소득기반사업'을 다각적·종합적·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로 '지역자원 및 특산물을 활용한 지역소득 증대를 위한 기반시설 등'이 주요 지원대상 소득사업이다.

세부사업으로는 도농교류 활성화를 위한 농어촌체험시설, 폐교임대활용, 생태학습장, 문화체험관 등이 해당된다. 또 지역의 농ㆍ특산물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공동 농특산물판매장, 공동 소규모가공시설, 공동 저온저장고시설, 공동 농산물선별장 등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조건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행정리(동)를 단위로 10가구 이상이 모여 공동사업을 영위할 법인을 조직하면 된다. 그리고 이때 주민소득을 위한 소득기반시설에 소요되는 사업비 총액의 20%는 수익자(주민)가 부담하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 나머지 80%는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이라는 말이다. 물론 토지구입비, 건물 임차비 등은 수익자(주민)가 부담해야 한다.

자부담, 토지구입비 등의 부담이 있음에도 농민들은 소득증대사업을 우선적으로 선호한다. 그만큼 소득증대가 숙원과제이기 때문이다. 농사만 열십히 지어서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나, 누구나 소득사업을 지원받을 수는 없다. 자부담금 부담도 그렇지만 사업지침을 준수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

소득사업의 사업주체를 사전에 명시하는 것도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현행 추진위원회, 운영위원회, 마을협의회 등 법인격 자체가 결여된 사업주체로는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인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자기모순과 구조악에 빠지게 된다. 사업주체의 의도된 도덕적 해이도 방지할 수 없고 처벌할 수도 없다. 사전에 마을의 일정 가구(예: 2분의 1) 이상이 참여하는 마을기업 같은 법인을 구성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에게만 지원자격을 주는 진입장벽이 필요하다. 그 정도 법인조차 구성할 수 없는 마을이라면 어떠한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역량도 안 되는 것이다. 실패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사업비는 물론 '사업시설과 기회'부터 공유하는 게 옳다. 완주군은 다양한 품종의 지역농산물 제철 가공이 가능하도록 교육실습실, 반찬가공실, 습식가공실, 건식가공실, 냉장보관실 등의 시설을 갖춘 거점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거점가공센터에서는 농식품 가공창업 아카데미 교육도 시행된다. 약 4개월의 과정으로 반찬가공반, 습식가공반, 건식가공반, 소이푸드가공반 등 4개 과정으로 운영된다. 1차 단순 생산을 넘어 2차 농식품 가공을 통한 농촌창업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검자공센터를 활용하면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따로 농식품 가공사업 허가를 받거나, 시설 설치비 등 사업비를 따로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충남도도 '농산물 공동 가공센터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에는 총 50억원의 사업비를 마련, 자부담 20% 조건으로 2개소를 선정, 농산물 공동가공센터 구축․운영, 창업보육지원 사업, 연계시설인 체험장 및 판매장 등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는  생산자 단체가 포함된 사업단으로 법인 또는 협동조합과 5개 이상의 작목반, 그리고 농업인 150명이 참여해야 한다. 농림부는 6차산업화 지원책의 일환으로 농민들이 농식품 가공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 디렉토리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농림부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설치한 제조·가공 시설의 가동률이 높지 않은 고민을 해소해보려는 처방이다.

이같은 농식품 가공시설 외에 농산물의 규격화·상품화에 필요한 집하장·선별장·포장장을 갖춘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 Agriculture Products Processing Center) 등 유통, 체험, 교육 등의 사업분야에서 기존에 농촌지역에 산재된 다종다양한 유휴시설을 재활용한다면 제한된 농정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아예 '(가칭)농촌지역 유휴시설 지역공유 사회적경제 자산은행'을 설립해 창업 및 사업에 준비하는 농민들에게 임대, 매각, 출자 등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해 봉하마을의 경제사업을 이끌고 있는 <영농법인 봉하마을>
▲ 김해 봉하마을 김해 봉하마을의 경제사업을 이끌고 있는 <영농법인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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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농 농업공동체는 대안마을의 경제적 토대 

농림부는 2011년부터 '마을단위 농업공동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농지가 영세 분산 필지 상태인 영농구조 하에서 개별경영의 규모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규모를 확대해도 효율적 경영은 어렵다. 개별경영 단위의 규모화로는 농업의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역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복합화‧다각화 할 필요가 있다. 복합화‧다각화의 경우 개별경영보다 다수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조직경영' 방식이 유리할 것이다. 이처럼 개별경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마을단위 영농활동의 조직화, 공동 경영을 통해 범위·규모의 경제 활동이 가능, 개별 경영체의 영세성이 극복될 수 있다.

농림부의 '마을단위 농업공동체'는 "농업비중이 높은 마을단위로 공동 영농‧판매 등을 수행하는 지역농업조직을 구성하고, 지역경제의 구심체로 육성"하는 것이다. 우선 조직화를 통해 지역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지역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역주민 또는 지역 농협·농업법인 등이 자발적으로 결성하는 공동성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자립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경영방식으로 수익성도 추구한다. 형태는 민법상 법인‧조합, 농업법인,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으로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마을 단위로 농지의 단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농지규모화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지역의 농지 보전과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또 영세한 농가가 공동으로 조직화하면 농업의 지속성도 증가한다. 단기적으로 농업생산 유지를 통해 경작포기지 발생을 방지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단위의 후계자 확보대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농지의 단지화, 농기계 공동이용으로 비용도 절감된다. 일본의 경우, 평균 0.8ha(벼 48a, 콩 32a)의 경지면적을 가진 37호(총 면적 30ha)가 각각 개별경영을 한 경우의 전체 비용은 121,400천엔이나, 마을영농의 경우 개별경영의 45%(55,000천엔) 수준으로 비용이 절감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농업공동체 조직화 유형은 생산자 조직 주도형, 농협 주도형, 지자체 주도형으로 구분된다. 생산자 조직 주도형은 개별농가로서 담당하기 어려운 생산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직화를 통해 실행하는 생산 단계에 해당한다. 의성 의로운쌀 생산자연합회 처럼 주로 농협의 계통출하를 목적으로 하는 품목조직이나 공동출하, 가공, 유통을 위한 생산자 모임이 주도한다. 농협 주도형은 APC, RPC를 중심으로 유통 혹은 생산 부문의 규모화‧계열화를 추구하는 지역농협 중심이다. 농협 중심의 친환경쌀 생산‧유통 단지인 용인 원삼농협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자체 주도형은 중앙정부로부터 투입되는 자금이나 제도를 지역(마을단위)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유형을 말한다. 지자체가 직접 유통 등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출자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안성마춤클러스터를 예로 들 수 있다.

경북도도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지는 개인 소유, 경작은 마을단위 공동이 특징이다. 마을단위의 경작을 통해 경영비를 대폭 줄여 농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 목적이다. 일본의 '집락영농'의 성공사례를 국내 최초로 벤치마킹해 경북지역의 농업 특성에 맞게 개량,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마을영농의 경영주체에 따라 마을주도형 모델·농협주도형 모델·기업주도형 모델·혼합형 모델 등으로 분류된다. 기존의 개별소유와 개별관리 방식의 영농을 농지 소유자와 이용자를 분리, 농지 및 농기계 공동이용, 작업별 노동력 집중 투입 등을 통해 생산비용을 최소화하고 마을전체의 농업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3억원 내외의 사업비는 마을영농을 운영하는 전문 경영인이나 농기계 운영자 등의 인건비, 농기계 창고, 저장시설, 공동 농기계 구입비 등에 사용된다.

<익산 서동힐링팜> 6차산업 협력네트워크
▲ 익산 6차산업 <익산 서동힐링팜> 6차산업 협력네트워크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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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마을'에서 생태공동체적으로 살아가기

'먹고 살만한 경제마을'을 추구한다고 생태적 가치를 놓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대안마을이기는 커녕 '소득목표 일변도의 돈 버는 농업'이라는 환상을 추종하는 기존의 여타 관행마을과 다를 게 없어진다. 이를테면, 대안교육, 생태환경 체험프로그램 등 인간의 감수성이 향상되고 삶의 터전에서 창조적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생태적 경제마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농업, 농촌, 자연, 환경, 역사, 문화 등을 테마로 체험장 등 기본 인프라 조성을 통해 마을과 지역주민 등 내부 구성원은 물론, 체험내방객 등 외부와의 유대감 강화, 공동체성 형성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통해 가치와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그러자면 철저한 사업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일상적 공간을 활용해 다목적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면서 전문화, 체계화된 종합적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해야 한다. 가령 바이오가스, 태양광, 지열 등 신․ 재생에너지를 일상 생활 속에서 활용하면서 외부에 판매, 서비스할 수도 있다. 아울러 농촌체험, 농사(업)체험, 공동체생활 체험 등 '농촌체험캠프',  산골체험, 하천체험, 경관답사 체험, 환경체험 등 '자연체험캠프'는 특별한 투자나 기술이 없어도 마을주민들끼리 어렵지 않게 운영할 수 있다. 이때 마을 간, 지역 간, 활동주체 간, 구성원 간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마을주민, 마을방문객 등 이용자가 편안하게 체류와 휴양을 취할 수 있도록 대상별, 연령별, 계절별, 기호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된다. 특히 소득창출을 위해서는 외부 내방객들의 현재적인 욕구와 잠재적인 가능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경제적 대안마을'을 추구하는 선도적 사례가 충북 보은 기대리에 실재한다. 생태공동체마을을 표방하는 선애빌은 환경, 에너지, 인간성 회복 문제를 극복하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귀농인들이 모여 만든 생태마을이다. '2번째 삶(Second Life)'을 살아보려는 약사, 교사, 만화가, 법무사, 명상가, 목수, 의사, 환경운동가 등 2010년부터 마을을 새로 만들어 모여 산다. 명상을 공통화두로 모인 일종의 동호인마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환경,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아는 특별한 주민들이 모였으니 '전기 없는 생활'을 실천하려 애쓴다. 일상 생활에서는 전기를 쓰되 최소한의 양만 사용한다. 세탁기는 3가구당 1대, 난방은 화목보일러다. 텔레비전과 냉장고는 아예 없다. 식사는 마을공동식당에서 모두 모여 함께 한다.

선애빌처럼 생태마을(ecovillage)는 마을의 공간, 생산방식, 생활양식 등이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된 마을을 뜻한다. 오늘날 자본 중심 현대산업사회의 거대한 기능과 복잡다단한 특수성을 인간적 규모에 맞게 재구조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을 하나의 소우주화된 사회를 간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마을의 공간구조와 생태계, 마을의 건물과 시설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 마을주민들의 생산방식이나 생활양식까지도 친환경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성공적 생태마을 또는 생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확한 비전과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심리를 가지고 온 사람들에 의해 공동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많은 생태마을, 공동체가 어렵게 생각하는 과제다. 농업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하고 안정된 소득원을 창출해야 한다. 창의적인 공동체 기반의 소규모 사회적 경제 방식이 적합할 것이다.

보은 선애빌마을처럼, 경제마을을 추구하더라도 생태공동체적 가치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 보은 선애빌 보은 선애빌마을처럼, 경제마을을 추구하더라도 생태공동체적 가치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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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마을학개론(an introduction to Communology/ 마을에서 먹고 사는 법) : 귀농을 하거나 자발적 하방을 해서 마을에서 먹고 살려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마을이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을, 공동체, 마을시민. 마을기업, 대안마을, 대안농정, 그리고 대안사회를 열심히 공부해서 체화해야 한다. 그러면 마을에서 사람답게 먹고 살 수 있다.



태그:#마을학개론, #대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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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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