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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김영신(29)씨가 9일 오후(한국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5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5년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김영신(29)씨가 9일 오후(한국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5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UN Web 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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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체얼펄슨, 아엠 투엔티나인 이얼스올 사우뜨코리안. 투이얼스어고, 아이 비케임 블라인드 비코우즈 옾 메뜨놀포이즈닝."

9일 오후(한국 시각) 35차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유엔 제네바본부 팔레데나시옹 대회의장. 긴장한 표정의 김영신(29)씨가 영어 발음을 한글로 옮긴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전날부터 수십 개 국의 대표와 NGO 단체들이 연달아 발언에 나섰다. 영신씨도 그중 한명이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삼성이나 엘지 휴대폰을 가지고 계시겠죠. 저는 여러분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저는 하루 12시간 밤낮없이, 2주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했습니다. 지금 여러분 손에 있는 것에 제 삶이 담겨있습니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 발음이었지만, 참석자들이 영신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피해자들은 모두 젊습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단순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삼성과 엘지에 책임을 요구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인간의 삶, 우리의 삶은 기업의 이윤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영신씨가 발언을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45초. 그가 지난 2015년 2월 시력을 잃은 이후 지금껏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자들의 관심을 받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후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마이클 아도 의장은 김영신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삼성전자 메탄올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워킹그룹은 한국을 방문했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모두 만났는데 정부와 삼성 모두 공급망 관리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계속 지켜볼 것입니다. 메탄올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실무그룹 쪽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 방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실무그룹은 지난해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방한해 재벌 문제를 조사했다. 보고서에서 삼성·LG전자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 등을 언급하며 "재벌 등 원청의 인권 보호책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국내 인권 상황이 좋다는 입장만 발표했다.

"여러분 손에 있는 휴대전화에 제 삶이 담겼습니다"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 김영신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5일 김포공항 출국장 앞에서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노무사),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 김영신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5일 김포공항 출국장 앞에서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노무사),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민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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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씨는 발언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의 요청으로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와 한 짧은 인터뷰에서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 발언을 끝낸 소감은 어때요?
"엄청 긴장을 많이 했고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고요. 모든 분에게 정말 감사드리고요. 같이 오신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님,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팀장님, 김동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님이 없었으면, 저는 못했을 거예요. 정말 뿌듯하고요. 제가 뭘 해냈다는 기분이 처음이라, 지금 떨리네요."

- 영신씨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를) 모르시고 있던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계기로 관심을 가지셨거나, 알고 계셨던 분들도 더욱 더 힘을 내주시고, 다른 피해자 분들한테도 용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대한민국 정부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잖아요. 이런 세계적인 자리에서 국민이 목소리를 내면, (정부는)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나서 '아, 잘 들었다', '너희 수고했다'가 아니라 앞으로 많은 일들이 좋게 변했으면 좋겠어요. (유엔 인권이사회를) 시청해 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영신씨도 고생 많았어요.
"(고개를 숙이며) 인사 한 번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2015~2016년 삼성·LG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파견노동자 청년 6명을 조명하는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스토리펀딩에 동시에 연재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들을 위한 1685만 원의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영신씨의 삶과 유엔인권이사회 방문기는 오는 12~13일 공개된다. 

다음은 김영신씨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의장님.

저는 29살 한국인입니다. 2년 전, 저는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했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삼성이나 엘지 휴대폰을 가지고 계시겠죠. 저는 여러분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저는 하루 12시간 밤낮없이, 2주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했습니다. 지금 여러분 손에 있는 것에 제 삶이 담겨있습니다.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이야기를 가진 젊은 한국 노동자들이 최소 5명은 더 있습니다. 아무런 응답도, 아무런 사죄도, 아무런 보상도 없었습니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정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일회용 종이컵처럼 사용되고 버려졌습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한국에서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메탄올이 위험하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한 회사 사장은 저에게 배상할 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도 메탄올이 해롭다는 걸 몰랐다고 했습니다.

삼성과 엘지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삼성과 엘지 휴대폰을 만들다가 실명했습니다. 저는 평생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젊습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단순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삼성과 엘지에 책임을 요구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인간의 삶, 우리의 삶은 기업의 이윤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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