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두다멜(44ㆍ베네수엘라) 감독이 승부차기 도중 흘린 눈물은 올해 본 축구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 두다멜 감독과 올해의 베네수엘라 U-20 대표팀은 당분간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그를 처음 본 건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끝난 뒤인 5월 26일 오후였다. 기자회견장에서 그의 인터뷰를 들었고 그때부터 두다멜과 베네수엘라를 응원하게 됐다. 당시 한국 기자가 아무도 없어 한국어 통역이 없었기에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의 말에서 베네수엘라가 쉽게 지지 않을 팀이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토너먼트에 들어선 뒤, 세 경기에서 모두 연장 승부를 벌였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강호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그날 인터뷰에서 그는 3전 전승으로 16강에 올랐지만서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4개국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쳤으면서도 웃는 모습 하나 없이, 아니 마치 감동하여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고 마치 자식같이 생각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인터뷰를 본 순간부터 필자는 그들을 지지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지 기자들에게 마이크만 전달해주는 나에게도 어깨를 두드려주며 먼저 인사를 하였고 그에 대한 인상은 한없이 좋아졌다. 그에 대한 얘기를 하나 더 한다면 작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당시, 조국이 망한 것과 다름 없는 상태에서 팀을 이끌고 선전을 펼쳤다.

당시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승점 1점으로 최하위였고 당연히 이 대회에서도 최약체로 분류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회를 두 달 앞두고서야 대표팀 감독으로 새로 부임한 그는 태업하던 선수단을 설득하여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재정 파탄으로 국가적 재난을 겪던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조그마한 희망을 줬다.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을 주는, 우리나라로 보면 IMF 직후 박세리와 박찬호와 비슷한 존재이지 않을까.

정말 그의 말에서 희망을 보았다. 사실 지금도 베네수엘라는 월드컵 남미 예선 최하위로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해도 순위권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에 갈 수 없다면 카타르로 향하면 된다."

월드컵과 축구에 관해 말한 것이지만, 이 한 마디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두다멜은 불가능해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작은 희망을 갖고 미래를 키워내고 있다. 혹자는 4년 뒤에도 베네수엘라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가능하다고 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경제 대국의 반열에서 한순간에 빈국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이지만, 다시 되살아날 요소가 있다면 모두 힘을 합쳐 일어나야 한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는 아직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선수들은 절실함으로 무장했고 열정으로 승리를 거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그들은 절박한 모습이었고 후반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승부차기도 극적으로 승리했다. 베네수엘라 국가의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어떤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늘 새벽 국민들이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바란 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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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베네수엘라 라파엘 두다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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