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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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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상 강화를 지시했다. 유명무실해진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인권위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은 각 정부 기관에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인권 존중을 국정 운영의 핵심가치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환영하며, 그 첫 적용 사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가 되기 바란다.

전교조는 1989년 출범한 이후 10년간의 법외 노조 시기를 거친 다음 1999년에 합법적 지위를 얻었다. 1996년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교사‧공무원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합법노조로 활동해온 전교조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였다. 9명의 해고자가 가입·활동하고 있는 전교조는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부당하게 해고된 동료들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한 나머지 다시 법외노조가 되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노동권 보장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로 분류되었다. 2014년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139개국의 노동자권리지수를 산출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최하위 5등급에 포함되었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이다.

국제노총은 한국이 "노동3권에 대한 법과 제도는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의 불공정하고 부당한 노동권 침해가 만연해 있다"는 점을 적시하고, 그 구체적인 사례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결정을 비롯하여 공무원노조 등록 거부,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파업 노조원에 대한 대량 해고 및 징계와 가압류,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적시했다. 유엔 산하의 국제노동기구(ILO)도 한국을 "노동기본권 탄압 감시 대상국"으로 지목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철회?2017년 전임자 인정?2016년 전임 해고자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 철회와 2016년 전임해고자 복직 그리고 2017년 전임자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철회?2017년 전임자 인정?2016년 전임 해고자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 철회와 2016년 전임해고자 복직 그리고 2017년 전임자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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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인권위는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노동권을 침해하는 노조법 관련 독소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노조법과 같은 취지의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 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데, 현직 교사이거나 해직되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교사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해직교사는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교원노조법 2조는 노동자들의 헌법상의 권리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다. 인권위는 노조법 2조가 조합원 자격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삭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국가는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부분을 삭제하고, 시정요구 불이행에 대한 제재는 보다 덜 침익적인 형태로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하였다.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 권고안 중 노조법 2조 삭제는 법령개정 사안이므로 국회 소관이다. 반면 9조 2항은 노조법 시행령이므로 처분을 발한 행정청이 언제든지 그 처분을 직권취소할 수 있다. 행정청의 직권취소는 해당 처분이 부당한 경우에 할 수 있으며, 직권취소를 하는 데에 특별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노동부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직권취소하면 전교조는 다시 법적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되는 것이다. 이는 촛불 민심이 선정한 '박근혜 체제 6대 적폐청산 과제'의 하나인 '박근혜표 나쁜 노동정책'을 청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한 문 대통령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할 수 있는 인물을 신임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기 바란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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