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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골목길 이천시 중리동 음식점 오대양횟집 벽면의 시
▲ 시가 있는 골목길 이천시 중리동 음식점 오대양횟집 벽면의 시
ⓒ 이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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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골목길을 시작한 분들
 시가 있는 골목길을 시작한 분들
ⓒ 이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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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골목길

꽃이 피었습니다 활짝
그 옛날 순이 철이 동무들 술레잡기
앞옆뒷집 너나들이 울려 퍼지던
골목골목 정겨운 웃음소리
화알짝 화알짝
꽃으로 피었습니다 - 이인환

경기도 이천시 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천성당 골목길에 있는 오대양횟집과 엘리트교복 건물 벽에 시민들의 발길은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시화들이 수십여 편 걸려 있다. 

오대양횟집 건물 벽에 시화의 시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정말 참신하다. 시화전이라고 하면 행사장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나 보았지 이렇게 골목길에서 보게 될 줄 알았을까? 유동 인구가 많은 이천성당 골목길이라 입소문으로 일부러 찾아 시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 가는 시민들이 생겼을 정도라 한다. 시가 있는 골목길,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중리동 골목길을 '시가 있는 골목길'로 가꾸기 시작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보기 좋다. 여기에는 한국동요사랑협회 윤석구(78세) 회장님과 오대양횟집 허양호(61세)대표, 그리고 이천에서 오랜 시간 시민들에게 열린 '소통과 힐링의 시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인환(53세) 시인, 그리고 '소통과 힐링의 시창작교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시가 있는 골목길'의 출발은 먼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양호 대표가 제안하고, 윤석구 회장님이 호응하면서 이뤄진 것이라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떠올리셨나요?"
"시를 좋아하는 집사람이 먼저 제안을 하더군요. 골목길에 시가 있으면 좋겠다며."

음식점 벽 전체를 시화로 장식한 오대양횟집 대표는 모든 것을 부인의 공으로 돌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인상 좋은 부인이 부끄럽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는다.

"저는 남편이 좋아할 것 같아 제안해 본 것뿐이에요. 모든 일은 남편이 한 것이죠. 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어요."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부인도 시를 좋아하지만, 그만큼 허 대표도 이천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과 도서관장을 지냈고, 어려서부터 시와 문학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점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리동 주민자치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천을 어떻게 하면 문화도시로 가꿔나갈지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시라도 책꽂이에 꽂혀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저는 시민들이 골목길을 걸어가다 가슴에 와 닿는 시어 하나를 만나 무심코 가슴에 새기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정신건강을 치유하는 효과를 얻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마침 존경하는 동요작가이신 윤석구 회장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 모든 것은 윤석구 회장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허 대표는 그러면서 마침 자리를 함께 한 윤석구(78세) 회장님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젊은 시절 에이스침대에 입사해 사장의 지위까지 오르며 오랜 기업인 활동을 하던 중에, 퇴임을 앞둘 무렵 동요의 매력에 빠져 동요창작 및 동요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윤석구 회장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쑥스럽다는 듯이 허허 웃으며 대꾸하신다.

"허허, 사람 옆에 앉혀 놓고 무안하게 왜 이러시나? 취지가 좋고 뜻이 좋으니까 함께 하기로 한 거지. 마침 지역에서 오랫동안 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신다고 하니까 선뜻 시작한 것이고. 통영에 동피랑 벽화 마을도 그렇고, 강릉의 커피 거리도 그렇고, 이천에도 이와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가 있는 골목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그때 마침 지역에서 오랫동안 무료로 시창작교실을 운영하는 이인환 시인의 소식을 들었고, 몇 번 함께 하다 보니 뜻이 맞아 함께 해 준다니 용기를 낸 일이 아닌가?"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힘들었을 때 시를 쓰면서 행복을 찾았고, 마침 함께 하시는 어르신들께서 함께 시를 쓰면서 행복해 하시니까 좋아서 매주 '소통과 힐링의 시창작교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침 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게 봐주시니까 더욱 힘이 나네요."

"제 나이에 집에만 있으면 뭐할까요? 이렇게 시를 쓰고,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해서 좋은데, 이렇게 뜻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니 더욱 좋네요. 앞으로 좋은 시간 함께 하며 좋은 자리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소통과 힐링의 시창작교실'을 일주일에 한두 편 이상 시를 꼭 써오시며, 그 시를 통해 가족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는 권경자(76세) 어르신께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동조해 주셨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툰 것이 많다. 회원들의 자비를 들여서 만드는 것이라 비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시화도 이렇게 저렇게 만들고 있다. 때마침 시의 관계자들이 취지에 동의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초보 단계인데 시에서 관여하게 되면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지금은 우선 뜻이 맞는 시민들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점차 자리를 잡고 모든 일이 원만하게 진행될 정도가 되면 그때야말로 시에서 도와준다면 정말 감사하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아직은 초보라 어설프네요.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다행히 지역에서 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로 하니까 더 좋아질 것이라 믿어요. 이왕이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월요일에 모여 공부하는 이들이 함께 하니 얼마나 좋아요?"

'시가 있는 골목길'은 앞으로 더욱 확산 시켜나갈 것이라 한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이천성당 골목길이라 좋은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인근 가게에서도 시화 전시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이들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천에도 훌륭한 시인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이들과 함께 하며 골목길에서 시낭송도 하고, 시인 초청강연도 하면서 문화의 거리를 만들다 보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정서를 자극하는 시를 만나 무심코 마음의 감흥을 얻어 가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도 어떤 분이 시를 읽어가며 사진까지 찍어가는 모습을 보고 큰 희망을 봤습니다."

살아 보니

아름다운
꽃도
홀로
피어 있으면
외롭더라. - 윤석구(동요작가)

경기도 이천 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신,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시가 있는 골목길'이 뜻있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신이 성공한다면 그것이 곧 문화도시를 꿈꾸는 지역 주민 모두의 소원을 이뤄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시가 있는 골목길, 참신한 시도가 좋아서 널리 알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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