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총 28명이었지만 두산은 우승 반지 하나를 추가로 제작했다.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 합류하지 못한 투수 최고참 정재훈을 위한 반지였다. 정재훈은 FA 장원준에 대한 보상 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가 1년 만에 두산에 컴백해 작년 시즌 46경기에서 1승5패2세이브23홀드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8월 3일 LG트윈스전에서 타구에 맞아 우측 팔뚝 전완근 척추골절 부상을 당했고 수술 후 한국시리즈 복귀를 준비하던 중 어깨 부상까지 겹치며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부분파열 진단을 받은 정재훈은 현재 기약 없는 재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재훈 부상 후 셋업맨으로 좋은 활약을 해주던 윤명준마저 상무에 입대하면서 두산 불펜은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통합 우승을 하던 시절에도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이 더욱 약해졌음에도 올 시즌 두산 불펜은 11승8패12세이브11홀드3.71로 대단히 선전하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3점대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LG와 NC 다이노스, 그리고 두산 뿐이다. 그리고 두산 불펜이 이렇게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에는 만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두산 불펜의 에이스로 거듭난 김승회의 맹활약이 절대적이다.

보상 선수로만 두 차례나 팀을 옮긴 KBO리그 공식 21번째 선수 

배명고 졸업반 시절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내야수' 김승회는 제주산업정보대를 거쳐 탐라대(현 제주국제대학교)에 편입한 후 투수로 전향했다. 탐라대 시절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은 김승회는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전체40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던 김승회는 2006년 이재영과 이재우(한화 이글스)의 입대를 틈 타 6승5패10홀드3.95의 성적을 올리며 두산의 핵심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7년 신인왕 임태훈(은퇴)의 등장으로 김승회의 입지는 다시 줄어 들었고 2007 시즌이 끝난 후 사회 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2010년 팀에 복귀한 김승회는 어중간한 구위와 여름이면 급격히 체력 때문에 선발 투수로도, 불펜 투수로도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2 시즌 김진욱 감독(kt 위즈) 부임 후 두산의 5선발 자리를 맡아 6승을 올린 것이 두산 시절 김승회가 올린 최고 성적이었다.

2012 시즌이 끝난 후 두산이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FA 홍성흔(은퇴)을 영입하면서 김승회는 보상 선수로 팀을 이적했다. 김승회는 이적 첫 해 4승7패2세이브8홀드5.30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지만 2014년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0세이브를 기록했다. 프로 입단 12년 만에 맞은 김승회의 첫 번째이자 거의 유일한 전성기였다.

김승회는 2015년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7승을 올렸다. 하지만 평균자책점 역시 프로 입단 후 가장 높은 6.24까지 치솟으면서 만족스런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결국 김승회는 2015 시즌이 끝난 후 FA 윤길현에 대한 보상 선수로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2013년의 롯데와 2015년의 SK 모두 21번째 선수로 김승회를 선택한 것이다.

김승회는 SK로 이적하자마자 박진만이 은퇴하고 이재영이 방출되면서 졸지에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하지만 노련하게 마운드를 이끌어 주길 기대했던 김용희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김승회는 작년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1승1패4홀드5.92로 부진했다. 시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김승회는 FA 선언을 포기하며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돌아온 것은 SK로부터의 방출 소식이었다.

5월 이후 13경기 평균자책점 0.68, 김승회의 회춘투

보상 선수로 입단했던 팀에서 1년 만에 방출의 칼바람을 맞았지만 김승회는 이대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새 팀을 모색하던 중 김승회가 10년 동안 활약했던 '친정' 두산에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로써 두산에는 정재훈, 김성배, 김승회로 이어지는 2003년 입단 동기 3인방이 6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물론 올해로 만36세 시즌을 맞는 노장 김승회에 대한 두산 구단의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김승회는 4월 한 달 동안 1패2홀드 4.58로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롯데 시절 20세이브를 기록했던 2014 시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성기도 없었던 김승회에게 통산 139세이브 84홀드에 빛나는 정재훈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가 있었다. 두산은 김승회뿐 아니라 홍상삼, 김강률 등 다른 불펜 투수들도 덩달아 부진하며 7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4월을 마쳤다.

4월 한 달 동안 오랜 만에 입은 친정팀 유니폼에 적응할 시간을 가졌던 김승회는 5월부터 무섭게 각성하기 시작했다. 김승회는 5월부터 6월 첫째 주까지 13경기에 등판해 13.1이닝을 던지면서 단 1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 5월 이후의 성적은 2승3홀드 0.68에 달한다. 4점대 중반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2.90까지 낮추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김승회는 145km를 상회하는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는 아니다. 그렇다고 위력적인 포크볼을 던지는 정재훈이나 이용찬처럼 확실한 주무기를 가졌다고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김승회는 프로 15년 차의 노련함을 앞세워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252의 썩 대단치 않은 피안타율과 31이닝 15개의 낮은 삼진 비율에도 김승회가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김승회는 SK의 채병용과 더불어 마운드에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야구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공식 별명이 '땀승회'일 정도(운동 선수치고는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김승회는 선천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고 한다). 그 동안 흘리는 땀에 비해 결실이 많지 않았던 김승회는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적지 않은 나이에 5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드디어 땀의 보람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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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김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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