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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화행사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이들은 당초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불허로 문화행사로 대체해 가습기살균제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화행사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이들은 당초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불허로 문화행사로 대체해 가습기살균제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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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애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불허해 문화행사로 대체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가능하다고 해서 왔는데 경찰이 지침을 전달받지 못해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몸이 약한 피해자에게 마이크도 사용 못 하게 한다"면서 "문화행사로 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행사 장소를 효자동 주민센터 앞으로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편지를 읽는 문화행사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회견이 약 30분간 지체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했던 '가습기살균체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재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재발 방지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가족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2011년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중단 발표를 알지 못한 김미향씨는 그해 겨울, 이듬해 겨울까지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김미향씨의 쌍둥이 자녀는 폐섬유화로 고통받고 있다.

김미향씨는 "한 명은 6개월 때 큰 고비를 넘겼고 한 명은 돌 무렵부터 지금까지 기계 없이는 호흡을 못하는 상황이다. 저희는 SK케미칼에서 제조하고 애경산업에서 판매한 CMIT/MIT 성분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올해 늦어도 12월까지 성분 실험을 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미향씨는 "아이는 가습기메이트로 고통받는데 아무도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대통령께 하소연한다. 가습기살균제를 다시 조사해주시고 성분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공개해달라. 제발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4단계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으로 아버지를 잃은 김미란씨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피해를 입은 3, 4단계 사망자도 억울하다. 국회와 언론이 3, 4단계는 증상이 경미하다고 잘못 알고 있다. 4단계인데도 폐가 굳고 이식을 해야 하는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란씨 부친 김명천씨는 2007년부터 애경 가습기메이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같은 가습기 살균제를 2011년 말까지 약 5년여간 사용했다.

사용 첫해인 2007년 급성아토피성결막염, 인두염이 시작됐고 2010년 호흡곤란이 왔다. 7월에는 병원에서 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받았다. 2011년 이후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하지 않았으나 결막염, 폐질환고통은 계속됐고 2013년 상세 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

2014년 천식 진단을 받고 2015년 3월 집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했으며 10월 7일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김명천씨는 2013년 질병관리본부에 피해신고를 했으나 7차례 병원 입원, 건강 악화 등으로 판정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유족이 정부 조사에 응했는데 '관련성 거의 없음'으로 4단계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 양주에 거주하는 이재성씨는 아들이 4단계 판정을 받았으며 이씨 또한 판정 대기 중이다. 이씨와 아들은 10년여간 옥시싹싹,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2006년생인 아들은 급성기관지염, 편도염, 천식, 알러지비염, 피부염, 결막염, 중이염, 인두염을 앓았지만 정부 판정에서 4단계가 나왔다.

이씨는 급성기관지염, 인두염, 편도염, 피부염, 비염, 결막염, 편두통, 불안장애, 간질환, 갑상선독성을 앓고 있으며 정부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3차 피해 신고 당시 접수했다.

이재성씨는 "대통령님, 이 문제가 단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판정조사의 개선과 지연된 이유에 대해 재조사해줄 것과 3, 4단계 피해자의 피해자 인정범위를 확대해 주실 것을 살펴달라"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권민정씨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를 주로 사용했다. 2003년생인 첫째는 천식과 비염,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고 있으며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권민정씨는 '관련성 거의 없음'의 4단계 판정이 나왔다. 2005년 31주차 둘째인 태아를 잃었으며 2006년말 4개월 영아를 잃었다. 태아는 판정이 나오지 않았으며 영아는 4단계 판정이 나왔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던 2008년에 태어난 아이는 건강하다.

권 씨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화학물질 규제에 엄격한 시스템과 명확한 기준 체계가 갖춰지길 바란다"면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물건을 팔 궁리를 하는 기업에게 죽어간 아기들의 살고자 했던 애절함, 살리려 했던 애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올해 5월 31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는 총 5,615명이다. 이 중 21.3%인 1,195명은 사망했다. 정부의 연구용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병원진료를 받은 피해자는 30만~50만 명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는 영유아, 산모, 노인이 대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먼컨슈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개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습기살균제, #가습기 , #문재인, #청와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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