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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반대 대책위원회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로 무산됐다. 단상을 점거한 주민들이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라고 쓴 손펼침막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반대 대책위원회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로 무산됐다. 단상을 점거한 주민들이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라고 쓴 손펼침막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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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며, 세계가 찾는 416안전공원은 가능할까?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승화하면서 생명과 안전의 디딤돌을 놓는 희망의 추모공원은 가능할까? 대답은 '가능하지만 험난하다'에 가까울 것 같다.

안산시가 후원하고 안산의제21실천협의회(안산의제21)가 주관한 가운데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그 해법을 찾아 나섰다.

심포지엄은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416안전공원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진단하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416안전공원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해법 찾기는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주민 100여 명이 화랑유원지에 416안전공원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막말과 고성, 삿대질 등으로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파행을 겪었다.

이날 오후 1시 50분께 주민들이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반대 대책위원회' 명의로 '안산시민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을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강당 뒤에 게시하면서 소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반대 주민들 "납골당은 안산시 외곽에 건립해야"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반대 주민들이 ‘안산시민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을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강당 뒤에 게시하고 있다.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반대 주민들이 ‘안산시민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을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강당 뒤에 게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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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펼침막 게시에 이의를 제기하자 반대 대책위 주민들은 "오늘 열리는 심포지엄을 반대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주민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반대 대책위 주민들은 자신들을 "우리는 대부분 화랑유원지 인근 원곡동 지역 주민들"이라고 밝혔다.

한 주민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함께 아픔을 앓아 왔으나 해도 해도 너무해 이렇게 실력행사에 나서게 됐다"며 "처음에는 화랑유원지에 추모시설만 건립한다더니 납골당까지 조성하겠다며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여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반대 주민들이 단상 위로 올라가 "안전공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앞으로 나오라"라며 단상을 점거했다.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반대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한 채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반대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한 채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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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 등을 쓴 손펼침막을 든 채 심포지엄을 준비한 안산의제21 관계자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들은 단상을 점거한 채 손뼉을 치면서 "반대"를 외쳤다. 반대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경찰이 출동해 주민들을 진정시키기에 이르렀다.

단상을 점거한 반대 대책위 주민들로부터 입장을 들었다. 한 주민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며 납골당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 한복판에 납골당이 들어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장소가 잘못됐다. 시 외곽에 얼마든지 부지가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은 "안산시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이 아니다"라며 "시는 도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전에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후원이나 하면서 진행하려는 게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일부에서 집값 떨어져서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집값과는 상관없다"며 "주거지 앞에 납골당이 들어서면 그걸 평생 보며 살아야 하는 게 싫다. 시 외곽에 납골당과 추모공원을 조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파행을 거듭한 심포지엄은 결국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오후 3시께 박희경 안산의제21 사무국장이 "더 이상 오늘 심포지엄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고, 반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유가족 "안전공원에 대해 정확히 알고 반대하는 건지..."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무산된 후 반대 주민들이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주며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무산된 후 반대 주민들이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주며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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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지역사회는 화랑유원지 내에 416안전공원을 건립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416안산시민연대에 참여한 시민·사회·노동·정당 등은 지난 4월 16일부터 중앙역 등에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주민들을 상대로 416안전공원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과 홍보를 펼치고 있다.

반면 화랑유원지에 안전공원이 건립되는 것을 반대하는 재건축조합 등은 지난달 (가칭)화랑유원지 지킴이를 꾸리고 추모시설 유치 반대 서명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여왔다.

이날 심포지엄이 무산되자 반대 대책위 주민들은 대강당 입구에서 416안전공원 반대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해 안전공원 반대 이유로 ▲ 유원지에 추모시설 조성 반대 ▲ 유원지 내 오토캠핑장 무용지물 ▲ 반쪽행사가 된 천년의 종 타종식 ▲ 경기도미술관 개관 휴업상태 ▲ 유가족 의견만 수렴해 결정한 안산시장의 납골당 건립 추진을 들었다.

심포지엄이 무산되고 반대 서명을 지켜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단원고 고 이영만군 어머니 이미경씨로부터 심정을 들었다.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참사 이후 이웃으로서 함께 마음 써주신 것은 감사한데, 유가족들이 3년을 싸웠던 것은 우리를 위해 싸웠던 게 아니잖아요?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변했을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주민들이 다른 눈과 시각으로 보았으면 해요. 안전공원이 조성되면 문화 공간 등으로 주변 환경이 훨씬 좋아질 텐데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를 하니...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고, 안전공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반대하는 건지. 혹시 일부의 주도로 반대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워요. 유가족들은 공원이 조성되면 어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 등에게 세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르신들의 반대가 커 안타깝기만 해요."

전문가 "안전공원 조성, 집단지성의 시민역량 필요"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반대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되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16가족협의회 회의실에서 약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2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안산의제21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반대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되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16가족협의회 회의실에서 약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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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은 416가족협의회 회의실로 옮겨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약식으로 진행됐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의 사회 속에 문정석 도시연대커뮤니티센터장이 '모두를 위한 416안전공원 디자인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문 센터장은 추모공간의 명소 만들기 방안으로 ▲ 지역사회와 꾸준한 교감을 통해 점진적 추모공간 조성 ▲ 지역민들의 일상공간과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고민 ▲ 미래를 위한 가치와 의미, 공공성을 모두 담은 하나뿐인 공간 ▲ 생명의 귀중함에 대한 사회통합의 가치가 구현된 장소를 꼽았다.

문 센터장은 추모공간이 우리 사회에 주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 첫째,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문화적 방식 둘째, 그 문화를 통해 공동체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기 셋째, 주민들의 의지와 참여로 더 좋은 마을과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넷째, 분열된 우리 사회에 지켜야하는 공통의 가치 이야기하기로 나눠 말했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416안전공원의 경제적 가치 및 효과' 발제에서 안전공원의 추진방향을 '마인드(Mind, 세월호 집중피해지역) 마크(Mark, 화랑역세권 개발) 도시 안산'을 전제로 경제적 효과를 검토했다.

전 연구원은 416안전공원 건립지역으로 꼽힌 화랑유원지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2014년 이후 오토캠핑장이 사실상 휴무 상태로 레크리에이션 기능을 상실해 안전공원 조성을 통한 레크리에이션 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기억과 안전에 대한 인식 제고, 현 세대의 소통과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 또 다른 참사가 되풀이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회피하는 면에서 존재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비용 절감과 관련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의 어려움이라는 사회적 비용에 관한 것"이라며 "치유와 소통, 화합과 공동체라는 사회적 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 돼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안전공원의 가치제고 방안과 관련 첫째, 안전공원 내 복합기능화를 추진하되 소수의 주도가 아닌 주민의 고른 참여와 숙의에 의한 추진 둘째, 시민과 안산시의 지속적 협치와 활용을 통한 소통과 치유 셋째,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도록 집단지성의 시민 역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제가 끝나자 패널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최혜자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 심포지엄에서 나타난 반대 주민들과 앞으로 어떻게 통합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합의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봉안시설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며 두려워하는 주민들을 보면 문화적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반대 주민과의 소통 충분했나... 정도 걸어야"

질의응답에서는 416안전공원 건립 추진 과정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함께 시민사회단체 내부를 성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재용 정의당 경기도당 노동위원장은 "반대 주민들이 공원 조성지로 와동을 추천했는데,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화랑유원지로 일방적으로 진행해 온 게 현실"이라며 "주민들에게 안전공원 건립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해 왔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은 "반대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며 "향후 공원 조성 일정에 대한 제언과 시 외곽으로 공원으로 옮겼을 경우 어떨지에 대해 의견을 말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재호 416안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안전공원과 관련해 정해진 결론은 없다"며 "반대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이 부족했던 만큼 반대 여론을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반대 주민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준비해서 대화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안산더좋은사회연구소장은 "반대 주민들에게 제시할 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특히 안산시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시가 화랑유원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안을 제시하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게 없다. 반대 주민들과 함께 시에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옥희 안산탁틴내일 대표는 "안전공원 건립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의 일정에 따라 심포지엄 등을 요식행위의 일환으로 진행한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반대 주민들은 논의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는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대욱 연구원은 "안전공원을 시 외곽에 조성할 경우 추모기능만 남고 레크리에이션 기능은 상실하게 된다"며 "핵심적인 문제는 입지 선정인데, 공원의 이원화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반대 주민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범 교수는 "주민들 간에 서로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필요하고, 대화 창구를 모색하는 채널을 통해 선입견과 편견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면서 "외곽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접근성과 추모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타당한지 의문이다. 오늘과 같은 갈등의 노출은 오히려 긍정적이고 건강한 신호로 생각하고 결자해지를 위한 채널과 노력을 병행해 가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태그:#416안전공원,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 #세월호 참사 추모시설,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반대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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