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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베를린의 거리 풍경이 바뀌었다. 바로 약 3500대의 리들 자전거(Lidl-Bike)가 베를린 도심 속 거리 마다 새롭게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를린 정부는 베를린의 순환선인 링반(S-Bahn-Ring) 내의 도심 구역을 중심으로 공유자전거 사업에 총 150만 유로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철도청(DB)과 넥스트 바이크(Next Bike)의 경쟁에서 라이프치히 기반의 넥스트 바이크가 투자를 받기로 결정 되었다.

리들 자전거의 모습
 리들 자전거의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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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탈락한 독일 철도청은 슈퍼마켓 체인인 리들(Lidl)과 합작으로 넥스트 바이크보다 발 빠르게 리들 자전거를 내놓았다. 독일 철도청은 이미 베를린 시내에 약 1500대의 대여용 자전거과 150곳의 자전거 대여 및 반납을 위한 거치대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던 바가 있고,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전거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리들 자전거는 대부분 대여용 자전거 시스템이 그렇듯 누구나 간단히 스마트폰 앱을 통한 등록을 거쳐 자전거를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대여점이나 특정 거치장소에서만 대여 및 반납을 해야한다는 기존 대여 자전거의 제약과는 다르게, 리들 자전거는 거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자전거를 골라서 앱을 통해 대여하면 되고, 또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 뒤 반납 역시 앱을 통해 하면 된다.

리들 자전거는 3유로의 연간 기본요금을 내면 첫 30분은 1.5유로 그리고 이후부터 30분당 1유로씩 요금을 내면 된다. 하루 온종일 대여시 15유로다.

정부의 투자를 받았지만, 후발주자가 되어버린 넥스트 바이크는 지난 5월 2000대의 공유 자전거를 베를린 도심 구역에 배치하였다. 올해 연말까지 총 5000대의 자전거를 투입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 가장 큰 임대자전거 규모이다.

넥스트바이크 요금제는 좀 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일반요금으로 대여시 처음 30분간 1유로가 부과되고, 그 이후부터는 30분 당 1.5유로씩 부과된다. 1일 패스(3유로), 일주일패스(15유로) 그리고 연간패스(50유로) 등이 있다. 

연간 패스 같은 경우는 50유로를 내면 하루에 30분씩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이후에는 30분당 1유로씩 지불하게 된다. 중고자전거도 최소 100유로에 달하고, 이에 대한 수리비까지 고려한다면, 자신의 자전거를 소유하지 않은채 자전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분명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또한 시내 관광지에는 동키 리퍼블릭(Donkey Republic)이라는 관광객을 타겟으로한 대여용 자전거가 새롭게 출시됐다. 현재 약 50대 뿐이고, 연말까지 600대로 확충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대여 방식의 임대 자전거의 모습
 전통적인 대여 방식의 임대 자전거의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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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는 이미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대여 자전거 샵이 존재했는데, 왜 갑자기 대여용 자전거 붐이 일어난 것일까? 기존의 임대 자전거들은 주인에게 직접 돈을 내고, 신분증을 맡기고, 빌린 곳에 다시 반납해야하는 등의 전통적인 대여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최근에 새롭게 투입된 자전거들은 대여와 반납에 있어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인증 등의 방식도 편리하다. 때문에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베를린 정부의 공유자전거 사업 투자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실험의 바탕에는 베를린을 자전거 수도로 만드려는 도시 교통에 대한 대대적 계획이 있다.

베를린 자전거 운전자들의 시위 모습
 베를린 자전거 운전자들의 시위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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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를린 자전거 주민투표(Radentscheid) 단체의 활동과 그 문제 의식에 동감한 베를린 좌파 연정(사민당-좌파당-녹색당)은 자전거 주민투표 단체의 제안을 바탕으로 총 21회의 모임 끝에 자전거 법을 만든다. 이 모임에는 자전거 주민투표 단체, 베를린 정부 관계자, 독일 자전거 클럽 ADFC그리고 독일 최대의 환경 단체인 분트(BUND)가 참여하였다.

이 법을 통해 가장 먼저 이룰 목표는 바로 비전 제로(Vision Zero)로 베를린에서 자전거 교통 사고 사망자 그리고 심한 부상자 수를 0명으로 만든다는 야심찬 목표다. 참고로 지난해 베를린에선 총 56명이 교통 사고로 사망했는데, 그 중 21명이 보행자였고, 17명이 자전거 운전자였다.

새롭게 만들어진 자전거 법을 통해 이루려는 주요 목표는 다음과 같다.

1.자전거 도로 보호
기존에 선으로 구분되었던 자전거 도로를 화분 등의 구조물을 통해 차량 도로로부터 분리되어 좀 더 안전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2.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

주요도로의 자전거 도로는 최소 2m의 폭을 유지해야하며, 100km의 자전거 고속도로와 기존에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없던 도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여,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에 빈틈이 없도록 한다.

3. 자전거 운행에 안전한 교차로로 개조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에 취약했던 자전거 운행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교차로를 개조한다.

4. 자전거 거치대 추가 설치
2025년까지 거리와 기차역에 약 10만개의 자전거 거치대를 추가로 설치한다.

5. 자전거 운전을 위한 동기 부여
앞서 언급한 자전거 인프라의 개선을 통해 현재 13%인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을 2025년까지 베를린 링반(베를린의 지하철 순환선) 내에서는 30% 이상으로 그리고 도시 전체에선 20%로 높인다.

이렇게 베를린이 자전거 도시로 변화나는 것에 더 좋은 이유를 제시하는 연구도 있다. 자전거로 출근은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년에 병가로 쉬는 날이1/3가량 적을 정도로 건강해진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업들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자전거 친화적인 시설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연구 내용을 더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베를린의 5개의 기업은 자전거 친화적인 고용주 인증을 독일 자전거 클럽 ADFC으로부터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를린 투자은행(IBB)은 자전거 친화적 고용주의 조건을 거의 모두 충족시킨 기업으로, 630명의 직원들을 위한 안전한 자전거 보관공간이 있고, 손님을 위한 별도의 자전거 거치대도 70개가 마련되어있다. 5개의 샤워 및 탈의 시설 뿐만 아니라, 자전거용 운동복 등을 빨고 건조시킬 수 있는 시설도 구비되어있다.

또한 자전거 수리점과의 협약을 통해 문제가 있는 자전거는 오전에 수거하여 수리한 뒤, 오후에 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자전거 친화적인 시설과 분위기를 바탕으로 약 13%의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자전거로 출근을 한다. 또한, 연봉이 50만 유로를 넘는 기업의 최고 은행가도 평소에 자주 자전거로 출근하고, 최근 회사 소풍은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지난해 자전거 주민투표 단체의 본격적인 공론화를 시작으로 자전거 수도로서 베를린의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 도시가 어떻게 그 실험을 이어나갈지 그리고 그에 따른 공유 자전거 산업은 어떻게 변해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의 내용은 경남PRIDE상품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임을 밝힙니다



태그:#독일, #베를린, #도시, #자전거, #공유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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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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