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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마스지드를 찾아가다

나인의 자메 마스지드
 나인의 자메 마스지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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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Nain)은 야즈드 북서쪽 170㎞ 지점에 위치한 사막도시다. 끝없이 이어지는 황토고원을 두 시간 이상 달린 후 오후 4시경 우리는 나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인은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고도일 뿐 아니라, 야즈드와 이스파한을 연결해주는 오아시스 도시다. 행정구역상 나인은 이스파한주에 속한다. 해발 1,550m에 위치한 고원도시로 인구는 25,000명이다.

나인은 작은 도시 규모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자메 마스지드, 피르니아(Pirnia) 민속박물관, 나렌즈(Narenj)성, 바람의 탑이 있는 물 저장고, 지하수로인 카나트(Qanat), 이맘자데 사원 등이다. 그 중 자메 마스지드가 가장 유명하다. 그것은 나인의 자메 마스지드가 이란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목재 민바르
 목재 민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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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자메 마스지드는 우마이야시대(661-750) 우마르 칼리프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건축 양식을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 10세기 중반에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한 대표적인 증거가 벽장식이다. 기둥의 정교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장식, 미흐랍(Mihrab)을 감싸고 있는 아치의 선명한 조각도 그렇다. 이들 장식과 조각은 원래 채색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들 모두가 초창기 이슬람 양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각기법이 뛰어난 것으로 목재 민바르(Minbar)가 있다. 나무로 만들어져서인지 그 조각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높이가 5m이고 설교대로 오르는 계단이 18개다. 조각기법과 그곳에 새겨진 글자를 통해, 이것이 1312년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원의 남동쪽 코너에 높이 28m의 미나렛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것도 팔각으로 되어 있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하 기도실
 지하 기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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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지드 내부를 살펴본 다음 우리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간다. 특이하게도 지하에 기도실이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 기도실이 만들어진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마스지드에서는 남녀가 따로따로 기도하기 때문이다. 둘째 더운 여름 지하에서 기도를 하면 시원하기 때문이다. 지하 기도실의 온도는 연중 10-15℃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더 특이한 것은 지하 기도실이 만들어진 것이 사산제국 시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조로아스터교 사원이 이슬람 사원으로 변화되었을 수도 있다. 마스지드 아래로는 지하수로인 카나트가 지나간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사원을 시원하게 하는데 이용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마스지드와 바자르가 연결되었다고 한다.  

민속박물관에서 살펴본 오래된 생활용품들

박물관의 도기
 박물관의 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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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지드에서 나오면 바로 옆에 피르니아 고택이 있다. 이 집은 사파비제국 시대인 1560년 처음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의 실내장식, 나무로 만든 격자문, 채색 벽화 등에서 이스파한의 체헬소툰 궁전과 유사한 점이 많다. 피르니아 고택은 나인 지방을 다스리는 관리의 저택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슬람혁명 후 국가에서 구입했고, 1994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민속박물관으로 전환되었다.

이곳 박물관에는 나인의 특산품인 도자기와 카펫 같은 생활용품뿐 아니라, 유리공예품, 금속공예품, 의류, 가구 등이 전시되고 있다. 도자기가 가장 많은데, 유약을 사용하지 않은 도기와 유약을 사용한 자기로 구분된다. 도기가 더 오래된 것으로 투박한 편이고, 자기는 푸른색의 청자 계열이다. 유리공예품은 등잔인데, 불을 켜는 상단부는 금속, 기름을 담는 하단부는 유리로 되어 있다.

청동 제기
 청동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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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품으르는 촛대와 제기가 눈에 띈다. 촛대는 청동으로 만들었으며, 예술성이 뛰어난 것도 보인다. 청동으로 만든 제기는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데, 네 마리의 산양이 잔을 등에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주화 수집품도 있다. 예술성이 뛰어난 것은 가구의 표면장식이다. 기하학적인 문양뿐 아니라 동식물이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정교한 장식과 무늬는 카펫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기와 갑옷도 보인다.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이 입은 의복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카펫 장인들이 직접 카펫을 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사용하는 물레와 베틀이 굉장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 안에는 휴게실도 있어, 차를 마시며 잠시 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인의 구도심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나렌즈성으로 향한다.  

황성옛터 같은 느낌을 주는 나렌즈성

나렌즈성
 나렌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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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즈성은 마스지드와 박물관 동남쪽에 있다. 성으로 가는 길 주변 건물들이 노후화되어 무너지거나 방치되어 있다. 일부 건물은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는 바람의 탑도 만들어지고 있다. 건물 사이로 난 길 바닥에는 황토벽돌이 깔려 있다. 이처럼 벽돌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은 비가 별로 오지 않 사막 지방이기 때문이다.

나렌즈성은 나린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모두 나인이라는 지명과 관련이 있다.성은 현재 나인에 남아있는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성이 파르티아시대 처음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은 평시에는 지방정부 청사로, 전시에는 군주둔지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성벽은 아랫부분이 비교적 잘 남아 있으나, 사방의 망루는 윗부분이 훼손되어 있다. 

물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시설들

최근에 복원된 물 저장고
 최근에 복원된 물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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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의 구도심은 현 도시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파테미(Fatemi) 전통가옥, 올드 바자르, 물 저장고, 후세이니아 등이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도심은 종교(마스지드), 정치(피르니아 고택), 경제(바자르)를 대표하는 세 가지 건물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시설로 물 저장고, 후세이니아 광장이 있는 것이다.

물 저장고는 나인에 50개 이상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 중 나인성 옆에 있는 것을 잠깐 살펴본다. 이들 물 저장고는 원뿔 형태의 지붕과 바람의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양식이 야즈드의 것과 비슷하다. 그것은 사파비시대 이래 같은 양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 저장고의 물은 카나트를 통해 지하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선지 밖에서 물줄기를 보기는 쉽지 않다.

나인을 떠나 이스파한으로

하주다리 야경
 하주다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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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때 우리는 나인을 떠난다. 그 시간에 나인에 도착하는 영국인 관광객도 보인다. 그들은 아마 이곳에서 잘 모양이다. 우리는 오늘 이스파한까지 가야 한다. 그곳에 숙소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나인에서 이스파한까지는 140㎞로 버스로 두 시간쯤 걸린다.

나인은 테헤란에서 곰(Qom)과 카샨을 거쳐 야즈드까지 남북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상의 중요한 도시다. 나인에서 서쪽으로 가면 이스파한이 나오는데, 중간에 쿠파예(Kuhpayeh)라는 소도시를 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둠이 밀려오자 밖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이스파한에 도착하면 8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시내로 들어가면서 하주다리(Pol-e Khaju)를 구경할 것이다.

이스파한은 동서로 흐르는 자얀데(Zayandeh)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남과 북으로 형성되어 있다. 자얀데 북쪽이 역사 속의 구도심으로 문화유산이 대부분 그곳에 몰려 있다. 사파비제국 시대 광장, 궁전, 마스지드, 바자르가 한 곳에 모여 있어 내일은 하루 종일 그것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오늘 자얀데강에 있는 하주다리 야경을 보아야 여행이 끝난다.


태그:#나인 , #자메 마스지드, #목재 민바르, #피르니아 민속박물관, #나렌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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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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