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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 기자간담회의 노순택 작가와 한스 크리스트 디렉터
 1일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 기자간담회의 노순택 작가와 한스 크리스트 디렉터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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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도 섬이 있다."

노순택 사진작가가 종로 한복판에 다시 등장했다. 광화문 광장의 노숙 캠핑촌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였다.

노순택 작가는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일 개막 예정(전시는 8월 6일까지)인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을 직접 소개했다. 노 작가는 여전히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지만 광화문 농성 때 산발이었던 머리를 말끔하게 정리한 채로 간담회에 임했다.

노 작가는 이번 전시를 "지난 10년을 조망해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지난 겨울의 촛불집회는 물론 용산 참사나 연평도 포격사건,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광화문 광장의 민중총궐기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시위 등 긴박했던 사회 현장들이 포함됐다. 피사체가 된 현장들은 말 그대로 '비상국가'의 단면들이다.

미술관 측은 "이번 '비상국가 II'는 유럽에서 열렸던 '비상국가 I'보다 더 깊게 사회 내부를 비춘다"며 "두 전시의 시간적 간격 사이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비상국가 I'은 한반도 분단 체제가 만든 다양한 현실들을 노 작가만의 사진 언어로 표현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권력의 작동이 왜 오작동으로 보이는지 말하고 싶었다"

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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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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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로서 내 역할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대체 이 세상에 무슨 일들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권력자나 매스미디어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그들이 보여줌으로써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 작가는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촛불정국 때 '광화문 캠핑촌' 일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파문에 반발하며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140여 일간 노숙 농성을 벌였다. 캠핑촌 시위로 인해 4월에 예정돼 있던 개인전을 두 달가량 늦추기도 한 노 작가는 "농성을 벌이다 보니 전시 준비가 쉽지 않았다"며 "국정농단 사태나 촛불집회도 예상 못했었는데, 실제 몇몇 작품들은 뒤늦게 전시목록에 추가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가 첨예한 한국 사회 현실을 기록해온 탓인지 간담회에서는 '민주주의'와 '권력', '국가', '사회', '책임'과 같은 말들이 함께 쏟아졌다.

이번 전시의 공동 기획자인 한스 크리스트(Hans D. Christ)씨는 "노순택 작가의 작업에 대한 호기심이 한국 역사와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는 출발점이 됐다"며 "그간 한국 사회에는 민주주의적 결핍이 존재했었는데, 민주주의는 하나의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언제나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준비 등으로 한국을 20차례 이상 방문했다는 한스씨는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함께 한국을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를 어떻게 물러나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노 작가는 이같이 긴박한 현장에서의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모든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호기심이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한국 사회의 권력이 작동하고 있는지, 나한테는 그게 왜 오작동으로 보이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노 작가는 특히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광주 금남로의 교통감시탑, 서울 현대자동차 본사, 부산 한진중공업 크레인 등 노동자들이 올라간 숱한 고공농성장을 찍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우리 사회의 굉장히 고립된 공간들이다. 뭍에도 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작가는 "과연 이러한 고립에 우리 사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비틀리고 뒤틀린 사회 갈등들 계속 담을 것"

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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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1일 아트선재센터 '노순택: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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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 작업의 변화가 있겠느냐는 물음에 노 작가는 "물론 권력의 교체는 있었지만 이것이 과연 변화된 세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지난 두 정권(이명박·박근혜)의 공동체 파괴나 노동자들의 고통을 담은 건 맞지만, 사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노 작가는 "아주 폭압적인 정권은 폭압적인 정권대로, 개선된 정권은 개선된 정권대로 그 안에서 나름대로 미세하게 바라봐야 하는 갈등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런 갈등들을 주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작가는 또 "그런 세상일수록 때로는 또 더 비틀린 갈등이나 뒤틀린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런 갈등들의 비극성 뿐만 아니라 블랙코미디에 주목해 왔다"고 말했다. 갈등과 부조리의 사회 현장을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은 급박한 현실을 폭로하면서도 비틀기와 유머를 통해 골계미를 자아낸다는 평을 듣는다. 노 작가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작업의 변화도 흥미로울 것"이라던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가진 생각이나 온도, 감정을 극단적으로 설득하는 형태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웃긴 건가 슬픈 건가 하는 그 석연찮음을, 그냥 내가 갖고 있는 질문들을 보여주려고 한다"고도 했다. '사회 개혁'이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는 요즘, 노순택 작가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다.



태그:#노순택, #사진, #광화문 캠핑촌, #아트선재,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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