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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는 '미치광이'라고 비난한 뒤 곧바로 이렇게 묻는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의도는?"
"이 시점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속셈은?"

북한이 정말 '미치광이'라면 '의도'나 '속셈'을 따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정신 나간' 지도자가 벌이는 '미친 짓'에 무슨 치밀한 계획이 감춰져 있겠는가?

만일 이런 '도발'이 특정한 '의도'를 위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북한은 '미치광이'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을 하는 이성적인 나라라는 이야기가 된다.

대화가 가능해야 제재도 통한다

 북한을 '비이성적'인 '광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 내에 팽배하다. 이는 무력충돌이라는 위험한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쉽다.
 북한을 '비이성적'인 '광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미국 내에 팽배하다. 이는 무력충돌이라는 위험한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쉽다.
ⓒ 미국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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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은 위험한 미치광이"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한국 우파 정치세력이나 보수언론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관점은 거의 예외 없이 '대화 거부'와 '제재 강화'를 주장한다. 미치광이와는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재 강화를 통한 압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북한은 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로 줄곧 경제제재 속에서 버텨 온 나라다. 게다가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1990년대 초부터 제재와 압박은 계속 강화되어 왔을 뿐이다. 도대체 제재조치를 얼마나 허술하게 취해 왔기에, 25년간 '강화'해 온 뒤에도 더 강화할 여지가 남아있는 것일까?

만일 상대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치광이라면, 제재나 압박도 통하지 않는다. 제재 전략은 상대가 불이익의 결과를 이성적으로 저울질할 수 있을 만큼의 판단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친개를 굶긴다고 사고가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북한은 '제재강화'와 '압박' 속에서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계속 '제재'와 '압박'을 요구하는 이들을 보면, ('미치광이'까지는 아니어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재-압박은 도리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 시도를 합리화시켜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최근 영미 언론은 북한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북한은 매우 이성적인 나라"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친 나라'가 아니다

'북한은 미치광이'라는 오해를 가장 먼저 비판한 것은 <뉴욕타임스>였다. 2016년 10월, 이 신문은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멀쩡하고 이성적인 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미 정치인들이 머릿속에서 그려 온 북한의 광폭한 이미지는 실제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치학자 데니스 로이를 인용해, "'미치광이 나라'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북한에 이득을 주었다"고 썼다. 북한이 실제로는 약하고 소외된 나라임에도, 대외적으로 위협적인 나라로 비쳐지면서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적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 생각하는 '국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국익은 자국을 수호하는 것이다. 어떤 나라가 이성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선의 이익을 지키게 되는 것도 아니고,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의 균형을 지키는 데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나라라면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판단 속에서는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이 '자국 수호'라는 '국익'에 부합하는 이성적인 행동인 셈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런 계산된 움직임이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쟁을 원하지 않고, 패배할 게 뻔한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핵 능력을 부풀려 왔다. 문제는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핵 능력 과시가 도리어 전쟁을 부르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의 위험은 북한의 이성적 선택을 상대가 '비이성적인 선택', 즉 '미친 짓'으로 파악할 때 극대화된다. 다시 말해, 미국 내에서 북한을 '미치광이'로 보는 사람이 늘수록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위험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에 대해 <뉴욕타임스> 정도의 합리적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의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한국 정부와 언론인데, 안타깝게도 이들은 정반대의 일을 해 왔다.

북한, 후세인과 카다피에게 교훈을 얻다

 '북한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논리적인 선택.' <포린폴린시>는 북한을 '미치광이' 취급하는 것은 매우 큰 오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논리적인 선택.' <포린폴린시>는 북한을 '미치광이' 취급하는 것은 매우 큰 오해라는 점을 강조한다
ⓒ 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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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와 <포린폴리시> 또한 핵 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온 북한의 행동을 이성적인 전략으로 파악한다.

2017년 3월 18일 BBC 인터넷판은 존 딜러리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자신을 보호해 줄 우방도 없이 적대적인 강대국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핵무기를 얻으려는 시도는 결코 비이성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게다가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을 지켜보아 왔다.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나 리비아 등 적대국 지도자들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후세인을 교수대에 세웠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미국이 지원해 온 반군에 의해 피살되었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공통점은 핵무기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쟁을 시작했지만, 그런 무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카다피는 핵 개발을 추진하다가, 서방과 관계개선을 하겠다면서 스스로 핵무장 계획을 포기했다.

여기서 북한이 어떤 교훈을 얻었을지는 뻔한 일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하지만, 이 말이 북한에게 설득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말은 북한에게 핵을 계속 개발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의 '도발 의도'가 뭐냐고? 

앞에서 소개했듯,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북한이 판단하는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포기가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만 해결된다.

제재와 압박은 이론적으로도, (지난 수십 년이 세월이 말해주듯) 경험적으로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효과는커녕,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을 서두르게 만드는 부작용만 낳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은 1차 핵위기 이래,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밝혀왔다. 그것은 1)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 2)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기 3) 미국의 경제제재 중단과 무기수출 포기에 대한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답변은 정해져 있다. "핵 먼저 포기한 뒤 이야기하자."

당연히 씨도 안 먹힐 이야기다. 이런 말을 받아들이기에는 이라크와 리비아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북한은 세 차례나 미사일을 쏘았다. 그때마다 '도발'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고, 그 뒤에 매번 똑같은 질문이 따라붙었다.

"북한 또 탄도미사일 발사... 의도는?"

이 질문을 던진 한국 언론은 스스로 답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답이라도 의미는 언론사마다 조금씩 달랐다.

<조선일보> 같은 보수언론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게 '물렁'하게 굴지 말고 조속히 '제재'와 '압박'을 가하라는 압력을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지난 25년 동안 북한에 핵 능력을 안겨 준 그 방식대로 가라는 것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를 시험대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 북한의 관심사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 미국이 무슨 선택을 하든 고개만 조아려 온 정부를 시험해 무엇하겠는가?

한국이 북한에 대해 발언권을 가지려면, 미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게 '핵 포기 우선'을 고집하지 말고 불가침 조약, 관계 정상화, 경제제재 중단 먼저 시작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반도의 존속, 한국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지만, 남한과 북한은 서로 붙어있고, 거리도 매우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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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신원입니다.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 기...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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