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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내음을 품은 바닷바람이 귀를 간지럽히는 봄날인 지난 5월 26일, 우리는 일본 규슈 지역 일제강제징용노동자들의 역사를 찾아 일본으로 떠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주최하고 창원노동자겨레하나가 주관한 '강제징용노동자 역사기행'에 참가자로 나섰다. 주요 목적지는 '군함도'로 일컬어지는 하시마섬과 야하타제철소, 지쿠호 탄광지역, 휴가묘지였다.

관광지로 변해버린 군함도. 일제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조국을 향해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한다
▲ 군함도 전경 관광지로 변해버린 군함도. 일제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조국을 향해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한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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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노동자가 있었다

하시마섬은 매립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고, 1890년 미쓰비시의 소유가 되면서 석탄 채굴을 위해 주택과 설비가 들어섰다. 우리에게는 오는 7월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남북으로 약480m, 동서로 160m인 작은 섬에 최대 약 5천명이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조선인들은 1920년부터 1945년까지 약 2천명(공식적 800여명)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노동은 참혹했다. 우리를 군함도로 안내하는 기무라 히데토씨는 "섭씨 40도가 넘는 바다 밑 1천 미터 갱도에서 일해 온 조선인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일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주거환경과 식생활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 기무라씨는 "밥이라고는 콩기름을 짜낸 찌꺼기와 현미를 섞은 것"이라며 "콩 찌꺼기를 담은 포대를 열 때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걸로 밥을 해 먹어 설사와 배고픔을 항상 안고 일해야 했습니다"고 전했다. 또 국이라고 나오는 것은 "바닷물에 정어리를 넣고 끓인 것"이라고 참상을 전했다.

일제 강제징용자들이 사진에 건물 지하방에서 생활했다
▲ 이곳 지하에서 살았습니다. 일제 강제징용자들이 사진에 건물 지하방에서 생활했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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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이 살았던 주거공간도 태풍이 불면 바닷물이 들어차는 곳이었다. 일본인들은 아파트형 주거공간에서 생활했고 조선인들은 아파트 건물 지하방에서 생활했다. 12시간 이상 일하고 누운 자리는 언제나 축축했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증언되고 있다.

"배고픔을 참으며 일했지만 한 달 월급은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이들은 12시간 맞교대, 탄 채굴 작업으로 진폐증에 시달리고 배를 곯아가며 일했지만 받은 임금은 마이너스였다. 알려진 바로는 미쓰시비는 50엔의 월급을 약속했지만 '곡괭이 사용료, 주거비, 식대' 등등으로 임금을 제했고, 남는 돈은 일본국채를 매입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결국 12시간 맞교대를 일해도 이들이 받는 돈은 0엔이거나 마이너스였다.

이날 우리는 일제강제징용노동자의 죽음과 한이 서린 곳으로 떠난 것이었다.

군함도, 유네스코 유산이 되다

군함도 유네스코지정에 역할을 한 군함도 벽이다. 일본은 이 벽이 당시 기술로 획기적 공법이라고 밝혔다
▲ 일본이 자랑하는 획기적 공법 군함도 유네스코지정에 역할을 한 군함도 벽이다. 일본은 이 벽이 당시 기술로 획기적 공법이라고 밝혔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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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로 향하는 길은 북적였다. 일본인 단체광관객들이 찾아왔다. 일본 내에서도 군함도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으로 소개되고 있다. 산업혁명유산은 군함도 외에도 '나가사키 조선소,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 제3도크, 자이언트 크레인' 등 8곳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자랑스런 유산'일지 몰라도 조선인들에게는 '한과 아픔이 서려있는 장소'인 곳이다.

하지만 그 한과 아픔, 그리고 죽음이 담겨있는 장소 중 한 곳인 군함도는 지금 한껏 예전 위용을 관광지의 모습으로 되찾아 가고 있다. 군함도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오는 2017년말 조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관광객들이 군함도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관광지로 변한 군함도 관광객들이 군함도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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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에서도 군함도를 관광지로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배 안에서는 이벤트를 진행해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 선물을 제공했고, 3회 이상 탑승시 할인권을 제공하는 스탬프 쿠폰을 주거나 할인 쿠폰을 줬다. 영어권 관광객들에게는 자체 통역기를 제공해 군함도를 선전했다.

하지만 한국사람으로 이뤄진 우리 기행단에게는 통역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일행 중 영어가 가능한 이가 있어 통역기 제공 여부를 문의해 주었다면 일본의 시각으로 본 군함도를 알 수 있었겠지만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정보가 차단되었다.

3번의 스탬프를 모으면 할인이되는 군함도 티켓
▲ 군함도 할인 티켓 3번의 스탬프를 모으면 할인이되는 군함도 티켓
ⓒ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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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사무동으로 추정되는 건물. 이 곳에 지하공간이 발견되었다.
▲ 흔적만 남은 사무동 사무동으로 추정되는 건물. 이 곳에 지하공간이 발견되었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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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을 걸면 안 됩니다. 큰소리도 안 됩니다. 가이드의 이야기 내용 및 선내 영상의 동영상 촬영은 금지됩니다."

하시마섬, 일명 '군함도' 또는 '지옥섬'이라 일컬어지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야 했다.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우리에게 '동의서'가 주어졌다. 동의서는 여러 가지 제한사항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무라씨는 "예전에는 현수막 게시 규정은 안 보였는데, 위안부 피해자분이 와서 현수막을 펼친 이후 이 문구가 들어갔습니다"라고 알려줬다. 이어 기무라씨는 "우리끼리 설명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독자적인 행동을 못하게 하니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군함도에 상륙하자 말자 배에서 내린 직원이 우리 일행과 동행했다. 관광객을 한 곳에 모아서 설명을 하였지만 일본말뿐이라 설명을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눈치를 보고 동행한 기무라씨의 설명을 들으며 일본 관광객과 함께 이동해야만 했다.

탐방로도 군함도 전체를 둘러보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군함도의 1/3 정도만 탐방로를 개설해 놓았고 나머지 곳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는 조선인 숙소가 위치한 곳으로는 가지도 볼 수도 없었다.

"일본이 떳떳하다면 좋은 기술력으로 탐방로를 확보하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면 될 텐데, 역사적 사실을 숨기고 싶은 것이 있기에 탐방로도 확보안하고,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것 아니냐."

동행한 일행들에게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일행은 군함도 역사기행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현수막을 가져 왔지만 기무라씨의 당부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현수막을 펼치면 다음에는 한국사람들이 다시는 못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나 기업에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 때문이다.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 반영 조건으로 세계유산에 등재'가 되었고, 오는 2017년 말까지 조사보고서가 제출되면 조건을 완수한다.

50여년전 융성했던 군함도의 건물들 곳곳이 무너져 있다
▲ 세월의 흔적이 남은 군함도의 시설들 50여년전 융성했던 군함도의 건물들 곳곳이 무너져 있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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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에 일본은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조사보고서가 제출되면 조선인강제징용 역사에 대해 논란이 또다시 일 것입니다."

기무라씨는 이후 조선인강제징용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 수 있을 것이라 예견했다. 하지만 이미 관광지로 모습을 바꿔가고 있는 군함도에서 조선인강제징용의 역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조선인강제징용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는 군함도를 떠나오며 일본인 관광객들은 배로 이동하며 볼 수 있는 군함도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이어 셔터를 눌러댔다. 관광객들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라고 외쳤던 그날의 조선인강제징용 노동자의 외침은 희미해지고 있었다.

일제강제징용으로 끌러간 노동자들이 빨간 벽돌집을 거쳐 갱도로 들어갔다
▲ 갱도로 가는 길 일제강제징용으로 끌러간 노동자들이 빨간 벽돌집을 거쳐 갱도로 들어갔다
ⓒ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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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민플러스에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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