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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부터 준비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가 9개월간의 조바심 끝에 10일간의 공연을 마쳤습니다. '정말 이 연극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며 수많은 날을 애태우며 보내왔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연극에 공감해 주시고 함께 눈물 흘려주셨습니다.

이 연극을 창작하고 대본을 쓴 제작자로서 다시 한번 2800여 스토리펀딩 후원자분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 팜플렛
 연극 이등병의 엄마 팜플렛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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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김정숙 여사가 와 주셨으면

한편 본격적인 연극 공연에 앞서 지난 5월 18일 언론을 대상으로 연극 시사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 후 제작자로서 기자 인터뷰를 했는데 공연 준비 때부터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이 연극을 꼭 보셨으면 하는 세 분이 있다"는 소망이었습니다.

첫째는 군 복무 중 사망했으나 국가로부터 예우받지 못하는 군인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법으로 만들어 주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님들, 두 번째는 지난 1948년 국군 창설 이래 66년간 군복을 입고 사망했으나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채 사라진 약 3만 9000여 명의 군인 영혼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식 잃고 그 슬픔으로 무대에 오르는 군 의문사 유족 엄마를 위해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같은 엄마의 심정으로 관람해 주시면' 큰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중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중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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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날 시사회에 와 주신 대부분의 언론은 "김정숙 여사가 이등병의 엄마 공연에 와 주셨으면 한다"는 제 말을 담아 기사로 내주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하고도 저조차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고 지금까지 군에서 '자살 등으로 처리되어' 죽어간 군인에 대해 국가가 위로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연 일정이 거의 다 끝나가던 5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김정숙 여사가 거짓말처럼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을 보러 오신 겁니다. 심지어 제작진도 모르게 오셔서 군 의문사 유족의 연극을 관람하며 눈물로서 그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가신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어떨지 고민했으나 이 연극의 제작자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군 의문사 유족들도 국가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 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짤막하게 알렸습니다. '조용히 오셔서 함께 울어주신 여사님에게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를 알리는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어머니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눈물과 감동이 흘렀습니다. 조용히 오셨기에 유족 한 분 한 분의 손도 잡아 주지도 못한 채 다시 조용히 되돌아가셨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여사님의 입장을 알기에' 군 의문사 유족들도 이해하며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만든 취지가 이뤄진 것 같아 감동했습니다. 비록 '당신 아들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초의 '국가적 위로'를 건네주신 여사님의 마음 덕분에 그간 고통 속에 '내 아들의 죽음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좌절하던 군 의문사 유족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된 것입니다.

몰래 왔는데 어찌 아나? TV조선의 의심

그런데 정말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금, 저는 뜻밖의 방송을 접하고 나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 정치토크 '뉴스를 쪼다'입니다. <조선일보> 관계자 3인이 출연하는 이 방송에서 이들은 '김정숙 여사, 영부인 정치 시작하나'라는 제목하에 "김정숙 여사가 연극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걸 두고 많은 언론은 김 여사의 정치적 행보가 좀 더 적극적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며 비판성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진행자는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보러 간 김정숙 여사의 미담이 크게 4가지인데 첫째는 몰래 보러 갔다, 둘째는 표를 직접 사서 갔다, 셋째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갔다, 넷째는 연극을 보며 펑펑 울었다인데... 아니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갔는데 어찌 알았으며, 그렇게 간 연극에서 울었는지 어떻게 알겠냐"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명의 패널은 "내가 눈물 전문가인데 김정숙 여사가 눈물을 보인 것은 가혹 행위 끝에 살해된 군인이 불쌍해서 울었는지, 아니면 그렇게 살해된 사실을 은폐한 군 지휘관에 대한 분노 때문에 울었는지 싶은데 아무래도 지난 대선에서 고생한 자기 아들이 생각나서 운 것이 아닐까 싶다"라며 공연에서의 눈물을 폄하하는 취지의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 연극을 제작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김정숙 여사가 연극에 오신 사실을 처음 알린 당사자로서 '분통 터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고통받는 국민, 그것도 군에서 아들을 잃은 그 엄마들의 사연에 대통령 부인으로서 손잡아 주기 위해 방문한 것을 두고 이렇게 '정치적 행보' 운운하며 폄하, 왜곡하는 이들이 언론인지 개탄스럽습니다.

이런 지경에 앞으로 어떻게 김정숙 여사께서 누군가의 사연을 듣고 공감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가 과거 육영수 여사가 고통받는 이들에게 손잡아준 것은 극 칭송 보도하더니 이래도 되는 건가요? 그래서 저는 이 기회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에서 제기하는 이런 추측성 비방 보도에 반박하고자 합니다.

김정숙 여사의 '변장' 방문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이 시작된 후 내심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김정숙 여사를 간절히 기다린 것은 사실입니다. 연극에 오르는 유족 어머니 배우들이 "여사님께서 정말 오실까요?"라며 몇 번이나 저에게 물어 오셨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며 여사님의 화답을 어머니들이 간절하게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연은 끝나 가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취임 초기에 미리 잡힌 일정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그 일정마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니 사전 협의도 없는 일방적 요구에 김정숙 여사가 화답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공연에 오신다면 무려 1시간 40분이나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잡는다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이겠지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심 포기하고 있던 그때였습니다. 그러니까 공연 마치기 3일 전 아침, 김현 기획자로부터 전화가 온 것입니다. "방금 전 청와대 부속실이라면서 전화가 왔는데 돈을 낼 테니 공연표 4장만 구할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연 이틀 만에 남은 8일치 전석이 매진된 상황이라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저는 "여사님이 오셔도 되는 연극인지 점검하기 위해 청와대 경호실이 미리 오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든 표를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공연. 그런데 공연이 임박했는데도 청와대에서 예약한 자리에 사람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일도 혹시 취소된 건 아닌가 싶었던 순간, 공연 직전에야 4명의 여성이 조용히 들어와 지정된 자리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여기며 나는 일부러 그분들과 통로를 사이로 두고 착석합니다.

이후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오셨다는 저분들이 공연을 보며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여사님 방문 전 안전 문제도 미리 점검하고 또 내용 중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확인하려는 방문이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저분들이 이 연극에 공감해야 여사님께 좋게 보고해 줄 것 아닌가요?

그러니 공연 중 힐끔힐끔 그분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분이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일행 중 세 번째 좌석에 앉은 분이었는데 무대가 더러 밝은 조명을 쓸 때가 있어 얼핏 보니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쓰고 연세가 좀 들어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공연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어서 전체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저는 '연배가 좀 있는 분도 청와대에 계시나 보다'라고 내심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줄로 몸을 묶고 농성중인 장면.
 아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줄로 몸을 묶고 농성중인 장면.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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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1시간 40분에 걸친 공연이 끝이 났을 때 객석의 모든 관객은 그야말로 오열하듯 울었습니다. 군에서 아들을 잃고 그 엄마가 아들의 사인 규명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밝히는 현장 검증 사연에서, 그리고 그 연극 중간 중간에 실제 군 의문사 유족 엄마들이 '하늘에 간 아들에게 마음의 편지를 낭독하는' 대목에서 관객들은 참 많이 우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떠나보낸 아들들의 이름을 그 엄마들이 부르며 한없이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청와대에서 온 그분들 역시 함께 울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저는 그때 '참으로 다행'이라며 생각했습니다. 저분들이 진심으로 군 의문사 유족들의 고통에 공감해 주셨으니 '이제 여사님에게도 이 연극은 꼭 보러 가셔야 한다고 전해 주리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출연 배우를 향한 박수 세례가 끝난 후 제일 먼저 청와대에서 오셨다는 분들이 밖으로 나간 후 저는 제작자로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10분에 걸친 인사를 마치고 모든 관객이 빠져나가자 군 의문사 유족 단체의 이정호 회장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저에게 전해 준 뜻밖의 사실. "오늘 김정숙 여사께서 다녀가신 것을 아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니에요. 아버님. 오늘은 청와대 경호실 차원에서 미리 사전 점검하러 오신 것 같은데요?"라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숙 여사님, 고맙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정호 회장님은 활짝 웃으며 "상만씨. 속았지? 나는 봤네. 여사님 오신 거"라며 자랑하듯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요. 사연은 이랬습니다. 만원사례로 공연장에 입장할 수 없었던 이정호 회장님과 공연 스텝들이 공연 종료를 기다리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출입문이 열리며 4명의 여성이 급하게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4명의 일행 중 유독 한 분이 계단을 올라오며 거의 오열하듯 흐느끼는 것이 아닌가요. '도대체 누군데 저렇게까지 눈물을 보이시는지 싶어' 자연스럽게 사람들 눈이 몰리던 그때였다고 합니다. 평소 김정숙 여사의 얼굴을 알고 있었던 이정호 회장님의 눈에 여사님 모습이 보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회장님을 통해 뒤늦게 알게 나서야 저 역시 "아, 공연 내내 유독 많은 눈물을 흘리며 보셨던 그분이 바로 여사님이었구나"라며 깨닫게 된 것이고 제작자 입장에서 이러한 방문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망설임 끝에 SNS에 올리게 된 겁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중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중
ⓒ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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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사실이 이후 조선일보의 먹잇감이 되어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 오신 김정숙 여사께 '영부인 정치' 운운하는 비방 거리가 되었다니, 너무나 미안하고 또 난감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르게 왔는데 어떻게 알았으며, 그렇게 몰래 왔다는데 울었다는 것은 어찌 아냐?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영화 '광해'를 보며 울었는데 김정숙 여사도 연극 보고 울었으니 '눈물 부자'" 운운하는 등 마치 짜고 치는 뭐처럼 조롱하는 듯한 조선일보 패널의 발언에 저는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지 못한 이들 <조선일보> 관계자들이 방송에 나와 마치 이 연극이 '군을 비하하는 내용인 것처럼', '또는 가혹 행위로 인한 군인의 죽음을 은폐한 군 지휘관에 대한 분노로 여사님이 눈물 보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그러다가 말미에는 '자기 아들이 지난 대선에서 마음고생 한 것이 가슴 아파 그것 때문에 연극을 보며 눈물 보인 것이다'는 황당한 결론까지 내리는 것을 보며 '이런 행위가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잔인한 일임을 아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연극을 보신 약 1500여 관객이라면 알 것입니다. 김정숙 여사가 왜 이 연극을 보며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바로 '연기가 아닌 진심이었기' 때문입니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울부짖는 엄마들 눈물 때문입니다.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 없는' 자식을 생각하며 우는 그 엄마들에게 뭐라도 해 주고 싶어 함께 흘린 눈물. 이것이 바로 김정숙 여사님을 비롯한 이 연극 관객들이 공감해 주신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만약 김정숙 여사가 '우리가 바랐던 것처럼' 방문 사실을 언론에 알린 후 찾아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서 비록 유족의 손을 잡아주면서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 주시지 않은 것이 처음엔 야속했지만 이제 보니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우리조차 속이려고 일부러 색이 있는 안경까지 쓰는 등 변장까지 하고 찾아오신 여사님이 야속했는데, 이제 보니 이런 조용한 방문조차도 비난받는 지경에 찾아와 주신 그 마음에 더욱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입니다.

조선일보,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군 의문사 유족을 향한 국가의 최초 위로'에 아픈 마음을 조금 위안받아 고마웠는데, 이제는 우리들 때문에 여사님이 비난받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게 언론이 할 일입니까?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조선일보 <뉴스를 쪼다>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항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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