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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일요일 오전, 경남 창원시 내서읍의 한 디저트카페에서는 중학생들의 유쾌한 수다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마을 교육공동체'를 고민해 오던 어른들이 그 첫 번째 과정으로 중학생들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인 '중딩들의 수다'를 마련한 것이다. 처음 시도된 청소년들의 대화공간인데도 5개 학교 24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그동안 청소년들이 또래들과의 소통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5개 중학교 24명의 학생이 참여하여 유쾌한 수다가 진행되고 있다.
▲ 중딩들의 수다 5개 중학교 24명의 학생이 참여하여 유쾌한 수다가 진행되고 있다.
ⓒ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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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을 도왔던 어른들은 이미 지난해 '엄마들의 수다'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었다. (관련 기사 :  "엄마들 '수다'로 교육 대안 만들어요") 하지만 '중딩들의 수다'를 준비하며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청소년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이었다. 어른들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그래서 청소년들은 '동원'되기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준비과정에서부터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준비하는 그들의 행사가 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서에서 운영되고 있던 몇 개의 중학생독서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수다 준비모임을 가졌었다. 어떤 주제로 수다를 나눌 것인지와 진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스태프로 참여할 어른들과 수다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이미 일주일 전에 모여 논의를 진행했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년, 성별이 다른 아이들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모둠을 어떻게 짜야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당일 참석한 학생들의 의사에 따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모둠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 발표중.
▲ 모둠 정하기 모둠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 발표중.
ⓒ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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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가 지날 무렵, 미리 참가신청을 한 학생들뿐 아니라 현장에서 접수한 학생들까지 해서 스물네 명의 중학생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안계초등학교 교사 임기은 선생님이 진행자로 나서며 마을학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다음, 참석한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학교와 성별은 나누지 않고 학년만 구분하여 같은 학년끼리 4명씩 짝을 지어 앉게 했다.

모둠 구성과 자리 배치가 끝났으나 같은 모둠 안에는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섞여 있어서 매우 어색한 분위기만 흐르고 있었다. 그때 얼음처럼 냉랭한 분위기를 깨뜨리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기법이 동원되었다. 아이들은 '기차놀이'를 통해 어색함에서 벗어났으며, '주사위 토크'를 통해 서로에 대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눈을 감은 앞 사람이 부딪히지 않게 맨 뒷사람이 어깨에 올린 손으로 방향을 지시하면 그 신호를 맨 앞사람에게 전달하여 정해진 곳까지 무사히 이동하는 놀이이다.
▲ 기차놀이 눈을 감은 앞 사람이 부딪히지 않게 맨 뒷사람이 어깨에 올린 손으로 방향을 지시하면 그 신호를 맨 앞사람에게 전달하여 정해진 곳까지 무사히 이동하는 놀이이다.
ⓒ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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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다는 세 가지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수다의 주제는 '나는 이럴 때 학교에 가기 싫다'였다. 이 주제에 대해 아이들은 '월요일 아침, 개학하는 날, 수행평가 있는 날, 몸과 침대가 일체가 된 듯한 날, 1교시에 과학 2교시에 역사 수업이 든 날, 체육대회 다음 날 등'으로 대답하며 진솔한 수다를 이어갔다.

 '나는 이럴 때 학교에 가기 싫다'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며 적고 있다.
▲ 낙서는 손으로 하는 수다 '나는 이럴 때 학교에 가기 싫다'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며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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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다의 주제는 '나는 주말에 이런 걸 해보고 싶다.'였으며, 아이들은 '사진 배우기, 만화카페에서 만화 보기, 설탕공예 배우기, 영화 보기, 친구들이랑 캠핑하기, 워터파크 물놀이, 합성동 투어, 친구들과 밤새기 등'의 소망을 털어놓았다.

세 번째 수다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아이들답게 '@@@보다 네가 더 예쁘다.'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다는 대답이 많았으며, '괜찮아, 잘했어.', '이대로 하면 돼.'와 같이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어 하거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 "괜찮아, 잘했어."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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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가량 진행된 '중딩들의 수다'가 마무리되자 아이들은 헤어짐이 아쉬운 듯 한동안 카페를 떠나지 못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새로 알게 된 친구들과 뒤풀이를 간다며 한데 뭉쳐서 몰려가기도 했다. 이예나 학생(내서중학교 1학년)은 같이 왔던 친구들도 그렇지만 자신도 매우 재미있었다며 벌써 '중딩들의 수다 2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두 시간에 걸친 수다를 마치고도 아쉬워서 헤어지지 못하고 수다는 계속되고 있다.
▲ 아쉬움 두 시간에 걸친 수다를 마치고도 아쉬워서 헤어지지 못하고 수다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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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인 학생(삼계중학교 3학년)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마을학교와 관련해서는 잘 몰라서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고, 또 시간도 좀 짧았던 것 같습니다"라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 모둠은 이렇게 친해졌어요."
 "우리 모둠은 이렇게 친해졌어요."
ⓒ 이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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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들의 수다'를 기획하고 준비한 내서마을 학교 관계자들은 이날 참여한 중학생들의 후속 모임을 지원하여, 두 번째 주제의 수다에서 나왔던 중학생들의 여러 가지 소망을 아이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하나씩 실현해 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중딩들의 수다 2탄은 물론이며 초딩들의 수다, 도서관 캠프, 독서 캠프, 우리 고장 역사탐방, 목공체험, 면 생리대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계속 마련되고 있다.

'내서마을 학교'는 창원교육지원청의 공모사업인 마을학교 육성사업에 내서의 여러 단체와 안계초등학교가 함께 응모하여 선정된 '학교-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다. 창원교육지원청에서는 마을학교를 학교교육력 제고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학교, 마을, 교육지원청, 지자체, 시민단체, 주민 등이 협력, 지원, 연대하는 교육공동체로 규정하고 있다.



태그:#마을학교, #내서, #마을교육공동체, #중학생들의 수다, #내서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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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변두리 작은 읍내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마을공동체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지방의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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