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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부임해오면 제일 먼저 사는 게 뚜껑 있는 반상기다. 여기에다 교무실 내 학교비정규직들이 날마다 밥과 국을 담는다. 교장과 교감에게 점심식사로 바치기 위해서다.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이런 학교가 제법 있다."

"교무실 학교비정규직들은 교장들의 '밥순이'가 아니다"

학교엔 자기 밥을 스스로 퍼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일부 교장과 교감이 교무실무사를 시켜 자기가 먹을 식사 준비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엔 자기 밥을 스스로 퍼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일부 교장과 교감이 교무실무사를 시켜 자기가 먹을 식사 준비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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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초등학교 교무실무사 출신인 용순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은 "교무실 내 학교비정규직들은 교장들의 '밥순이'가 아니다"면서 "이런 허드렛일이 학교 비정규직의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교무실무사는 교무실에서 실무 업무를 맡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다.

서울지역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해온 한 교육공무원도 다음처럼 밝혔다.

"점심때가 되면 교장용 '수라상'을 예쁜 비단 보자기로 덮어서 들고 오게 한다. 교감 선생님이 그렇게 '어명'을 내린 결과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밥을 타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대부분의 시도교육감들도 교육청 구내식당에서 직접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는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교장들이 힘없는 교무실무사에게 음식물을 타오거나 준비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장들은 회의실에서 교직원과 함께 밥을 먹거나 교장실에서 '혼밥'을 먹기도 한다. 학교식당이 있는 경우 이곳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등학교에서만 2개교의 교장이 실무사가 차린 밥상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A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 교장이 벌써 몇 년째 교무실무사가 특별히 마련한 밥공기 반찬 공기가 놓인 식판을 받아놓고 밥을 먹고 있다"면서 "교장이 교육감이나 대통령보다 더 격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B초등학교 교사도 "교감이 교무실무사에게 엄명해 교장 밥을 차리라고 해 날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교사들은 교장 밥 먹는 문제라 교장에게 말하기도 뭐해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교무실무사에게 교장 밥을 차리는 것을 시키는 것은 물론 올해 들어 부장교사 회의 등에 먹을 누룽지나 매실청을 만들 것을 지시한 학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무실무사에게 '교장 밥' 준비시키는 건 직권남용"

자기가 먹을 밥과 반찬을 스스로 퍼 가는 학생들.
 자기가 먹을 밥과 반찬을 스스로 퍼 가는 학생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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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일선 초중고에 공문을 보내 '민주적인 학교 문화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밥순이'를 강요하는 권위주의 학교문화가 일부 교장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페이스북 등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대부분의 교장들은 자기 밥은 자기가 준비해 먹는데 극히 일부 교장이 전체 교장들의 욕을 먹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부분 현직 교사 또는 교무실무사이기도 한 이들 누리꾼은 "대통령도 안 그러는데 교장이 그럴 수 있는 것이냐", "실무사에게 밥을 푸도록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죄로 처벌해야 한다", "교장이 절대군주냐", "학교 적폐 청산도 산 넘어 산이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태그:#교무실무사, #교장 식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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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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