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겟 아웃>

조던 필레가 연출한 공포영화 <겟 아웃>의 포스터. ⓒ UPI 코리아


세상엔 인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종과 국적이다. 백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백인이 되고, 독일을 조국으로 삼고 싶다고 독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좀 고상하게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1905~1980)의 진술을 가져다 이야기하자면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 흑인으로 태어나든 백인으로 태어나든 혹은, 황인으로 세상에 나오건 그건 자신의 의지와 권한 밖의 일이다.

우리가 선천적 조건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배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피부 색깔과 국적을 빌미 삼아 인간을 홀대하는 건 비합리적 폭력과 다름없다. 인종 간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는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인종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없을 수는 없다. 그게 세상사다. 여기서 영화 <겟 아웃>의 비극이 시작된다. 누군가가 자신과는 피부 색깔이 다른 인종의 우등한 측면을 뺏으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흑인 남성, 백인 여자친구의 집을 찾다

 백인 여성 로즈가 흑인 남자친구 크리스와 함께 부모의 집을 찾는다. 이때부터 영화는 스산한 공포 속으로 접어든다.

백인 여성 로즈가 흑인 남자친구 크리스와 함께 부모의 집을 찾는다. 이때부터 영화는 스산한 공포 속으로 접어든다. ⓒ UPI 코리아


코미디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였던 조던 필레가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며 내놓은 첫 작품 <겟 아웃>. "필레 감독이 그간 해왔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영화 속에 잘 담아낼 수 있을까"란 세간의 우려는 깨끗이 불식됐다.

<겟 아웃>은 공포영화가 갖춰야 할 A부터 Z까지를 빼놓지 않고 장착하고 있다. 어둡고 스산한 복선이 깔리고, 캐릭터는 쉽사리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마지막 반전은 일찍 다가온 여름날의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젊고 매력적인 백인 여성 로즈(앨리슨 윌리엄스 분)는 사진작가로 일하는 흑인 남자친구 크리스(다니엘 칼루유야 분)를 데리고 외딴 마을에 위치한 부모의 집을 찾아간다.

법적인 차원에선 인종차별이 없어졌지만, 실생활 속에선 아직 흑백차별의 그림자가 여전한 미국 사회. 다행히도 로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크리스를 편견 없이 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스런 조짐과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크리스 주변에서 자꾸만 일어나는데….

내 몸에 깃든 타자의 영혼... 불편하지 않을까?

 영화 <겟 아웃>

<겟 아웃>의 한 장면. 일상의 풍경임에도 이상스레 공포스럽다. ⓒ UPI 코리아


앞서 말했지만,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경우가 흔하다.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는 건 어떤 인종이나 마찬가지다.

유연성과 천성적이라 할 스피드 등 흑인의 육체적 우월성은 몇몇 백인이나 황인이 부러워할 만한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 부러움이나 질투는 거기서 끝이 난다. 마음속으로만 하는 질투와 부러움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 그것도 공포영화라면 이런 단순하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부러움'과 '질투'라는 소재를 사용할 수는 없다. 영화의 기둥이 될 이야기의 성(城)이 축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겟 아웃>은 질투와 부러움에 관한 끔찍하고 무서운 상상력을 영화 속 현실에 덧입힌다.

'스포일러'라고 욕을 먹지 않으려면 이쯤에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데, 자꾸만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어진다. 영화를 본 관객이 '영화의 비밀'에 관해 말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하는 작품 <겟 아웃>. 이쯤 되면 이 영화가 범작은 넘어선다는 이야기다.

104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104일 동안 기억 속에 남을 스릴과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겟 아웃>.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며 이런 혼잣말을 했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겠지?

"만약 내 몸에 다른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면 어떨까? 그게 아무리 위대한 영혼이라도 불편하고 싫을 것 같은데…."

당신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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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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