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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주가 태어나 벌써 100일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울음보를 터뜨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100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습니다.

손주는 건강하게 태어나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며늘아기의 제안

"우리 민준이 백일잔치에 초대합니다."

며칠 전 며느리가 가족 카톡방에 백일잔치를 알리는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그간 자라온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서…. 곧이어 아들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민준이 백일잔치는 상도동에서 했으면 해요."
"너희 처가댁에서? 장모님 힘드시게 왜?"
"두 분 말씀이 있으셨어요. 양가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모여 뜻깊게 보내자고 하시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강화 우리 집에서 해도 되는데…."

사돈댁에서 백일잔치를 차려주신다니 고맙기도 하고,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돈댁은 기쁜 날이니 양가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같이하며, 손주 백일을 축하해주자는 것입니다. 직장생활로 늘 바쁜 아내를 위한 사부인의 깊은 배려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손주 백일잔치 날(27일). 사돈댁에 도착하자 사돈 내외는 나와 아내를 반갑게 맞이해주십니다.

"민준 할아버지, 축하드려요. 오늘 우리 건강한 손주를 위해 축하의 잔을 나눕시다."
"저희도 축하드려요. 이렇게 잔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사돈과 나는 서로 축하를 나눴습니다. 양가의 인연으로 새 가족이 태어나고, 내 손자이자 사돈의 외손자가 100일을 건강하게 맞이하였으니까요.

며늘아기가 준비한 백일잔치 이벤트. 정성을 다한 것 같습니다.
 며늘아기가 준비한 백일잔치 이벤트. 정성을 다한 것 같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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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며느리는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무척 애를 쓴 것 같습니다. 태아 때부터 100일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기록으로 남겨 사진첩을 만들었습니다. 벽에는 풍선을 달아 장식하고, 주인공인 손주의 큰 사진을 벽에 걸었습니다.

사부인은 수수팥떡, 백설기를 만들어 의미 있는 백일상을 차렸습니다. 케이크과 과일 등 맛난 것들로 푸짐히 준비하였습니다.

아내와 사부인이 나누는 덕담도 정겹습니다.

"제가 할 몫을 사부인께서 맡아주셔 고맙습니다. 외손자 백일까지 챙겨주시니 저흰 할 말이 없네요!"
"무슨 말씀을요! 저희가 감사드려요. 애들이 잘 살고, 또 민준이 튼튼하게 잘 자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어요!

주인공인 아이와 눈 맞추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며느리가 아들을 부릅니다.

"민준 아빠, 카메라 좀 꺼내오지?"
"벌써 사진 찍게? 민준이 고모까지 와야지!"
"애기 기분 좋을 때 사진 찍고, 아가씨 오면 또 찍지!"
"그럴까?"

손주가 자리에 앉아 의젓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였습니다.
 손주가 자리에 앉아 의젓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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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잔치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과 함께 사진 찍기입니다. 두고두고 기억될 사진을 남기려는 의도입니다.

내가 애들을 키울 땐 사진관에 직접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요즈음은 핸드폰이며 디지털카메라가 있어 집에서도 맘껏 찍고 잘 나온 걸로 고릅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주인공이 기대어 앉을 자리를 마련합니다. 우리 손주가 점잖게 앉습니다. 녀석은 며칠 전만해도 고개 가누기가 힘 들었는데, 오늘은 혼자서 고개를 잘 이겨냅니다. 참 대견합니다.

녀석의 의젓한 모습을 보고 우리 모두는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좀처럼 정면을 응시하여 눈을 맞추려하지 않습니다.

아기 엄마는 부산을 떱니다.

"민준아, 똑바로! 엄마 여기야 여기! 그래, 조금만 이쪽으로!"

엄마가 호들갑스럽게 부르는 소리에 아기가 앞을 응시합니다. 녀석의 작은 움직임에 저마다 휴대폰으로 표정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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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손주와 그의 엄마.
 주인공 손주와 그의 엄마.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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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의 이종사촌 누나들도 덩달아 난리를 피웁니다.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 하나 하나에 모두 즐거워합니다. 집안이 떠들썩합니다. 잔칫집 그 자체입니다. 

한참 사진을 찍는데, 주인공의 고모인 우리 딸아이가 도착했습니다.

"민준이, 일주일 전에 봤는데. 더 큰 것 같네. 자, 고모가 안아줄게! 나하고도 사진 한방 찍자!"

아이는 고모가 눈을 맞추자고 하는데, 자꾸 짜증을 부립니다. 졸린 표정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서로 안는 바람에 피곤이 몰려온 모양입니다.

할머니와 손주. 아내가 손주를 안고 젖을 먹여봅니다. 녀석은 어느새 스스로 잠이 듭니다.
 할머니와 손주. 아내가 손주를 안고 젖을 먹여봅니다. 녀석은 어느새 스스로 잠이 듭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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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젖병을 물립니다. 녀석은 젖병을 빨며 쌔근쌔근 잠이 듭니다.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집니다.

양가 가족이 만나 소박한 백일잔치 음식을 나눴습니다.
 양가 가족이 만나 소박한 백일잔치 음식을 나눴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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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맛난 저녁을 먹는데, 꿀맛입니다.

아이가 태어나 100일을 기념하는 날.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을 포함하면 아기 탄생 100일은 곧 생명이 잉태된 지 1년이 되는 큰 의미가 담겨있는 날입니다. 아이는 100일을 넘기면서 무럭무럭 몰라보게 자라게 됩니다. 

나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러 말하였습니다.

"민준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키워라! 엄마 아빠의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이 아이한테 큰 교육이다. 민준이 응원해줄 테니, 그리 알고."

사돈도 한 마디 보탭니다.

"너희들 오늘 고생 많았다. 다른 것 없다. 너희가 행복하면 그게 아이한테 최고의 선물이다!"


태그:#백일잔치, #백일, #백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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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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