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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즈드에 이르러 알게 된 좋지 않은 소식

압구쉬트
 압구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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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즈드에 도착해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들어간다. 저녁식사로 이란의 대표적인 요리 압구시트(Abgusht)를 주문한다. 압구시트는 디지(Dizi)라는 도기 항아리에 양고기와 양념을 넣어 푹 익힌 음식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양곰탕이다. 양곰탕 국물에 산각(Sangak)이라는 빵을 수제비처럼 잘라 넣어 탕으로 먹는다. 그리고 절구공이 같은 것으로 건더기를 잘게 부숴 산각에 싸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란을 여러 번 방문한 강상훈 대표의 추천에 따라 산각 대신 밥을 주문한다. 그리고 밥을 양고기와 국물에 말아 먹는다. 얼큰한 국물에 고기와 밥이 섞이니 우리의 육개장을 먹는 기분이다. 육개장에 소고기나 닭고기가 들어간다면 압구시트에는 양고기가 들어간다. 이란을 여행하면서 양고기 케밥을 여러 번 먹었는데 맛이 있었다. 압구시트도 추천할만한 음식이다.

쉬라즈에서 묵었던 호텔
 쉬라즈에서 묵었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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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서 일부 회원들이 술렁인다. 가방에 있던 돈 일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회원들 모두에게 가방과 지갑을 확인해 보도록 한다. 확인해 보니 적게는 30달러부터 많게는 수백 달러까지 없어졌다. 의심해 볼 수 있는 곳은 호텔과 버스다. 버스는 앞으로도 4일을 더 함께 해야 하는데, 가방 같은 소지품에 손을 댈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호텔에서 없어진 것이 된다.

우리는 현지가이드를 통해 현금 분실 사실을 쉬라즈 호텔에 연락하고, 확인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CCTV 확인 결과 방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면 언제 돈이 없어진 걸까? 아침을 먹으러 간 사이 종업원들이 방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침을 먹고 들어왔을 때, 방에 둔 팁이 벌써 없어진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헤란에서 묵었던 호텔
 테헤란에서 묵었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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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는 마지막 날 테헤란 호텔에서도 발생했다. 회원이 비싼 돈을 주고 산 카펫이 없어진 것이다. 역시 아침에 방을 나오며 최종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이 되었다. 이번에는 호텔을 떠난 상태가 아니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물건을 되찾아 보기로 했다. 현지가이드를 통해 CCTV를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마침 그 방을 들어갔다 나오는 종업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카펫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카펫을 가지고 나오는 장면이 찍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이나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종업원이 어제 저녁 로비에 있던 카펫을 발견해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일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호텔측에서 그렇게 둘러댄 것이다. 카펫을 오늘 아침까지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대단한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가진 나라에서 돈과 물건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도둑질하지 마라, 이웃의 물건을 탐하지 마라는 두 가지 계명을 어겼으니 어찌 해야 하나?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그들의 문제점을 고치러 온 것이 아니고, 페르시아의 과거와 이란의 현재를 보러 왔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 아타쉬 카데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 아타쉬 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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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드는 이란의 내륙 한 가운데 있어 대륙성 기후를 보여준다. 남쪽으로 루트(Lut) 사막이, 북쪽으로 카비르(Kavir) 사막이 있고, 고원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그러나 습도가 낮아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늘 청명한 편이다. 아침에 호텔 정원을 산책하러 나와 보니 기온이 낮으면서도 날씨가 청명하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 아타쉬 카데(Atash Kadeh)다. 아타쉬카데는 불 중 최고의 등급인 승리의 불(Atash Behram)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아타쉬 카데가 이곳에 세워진 것은 1934년 아마나트(Jamshid Amanat)에 의해서다. 이 성스러운 불은 사산시대인 기원후 470년 파르스주 카리얀(Karyan)에서 처음 점화되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1550년이나 된다.

승리의 불
 승리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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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은 1173년 아르다칸(Ardakan)의 나히데 파르스(Nahid-e Pars) 사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300년 후인 1473년 야즈드로 옮겨졌고, 1934년 현재의 아타쉬 카데에 안치되었다. 이 사원은 원래 조로아스터교도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표를 끊어 사원 안으로 들어가면 마당에 둥근 연못이 나온다. 연못 안으로 신전 양식의 건물이 나오고, 지붕 가운데 조로아스터교의 창조신 아후라마즈다가 지키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 한가운데 화로 속에서 승리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승리의 불이 있는 곳에는 조로아스터교도만 들어갈 수 있다. 오른쪽 벽면에는 조로아스터교 선지자인 조로아스터 초상이 걸려 있다. 조로아스터는 그리스어 조로아스트레스(Ζωροάστρης)에서 차용한 영어식 표기다. 페르시아어로는 차르토쉬트(زرتشت‎‎)고, 고대 페르시아어로는 차라투스트라가 된다. 그래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책을 썼다.

차라투스트라
 차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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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기독교의 선지자 예수와 세례 요한과 비슷한 모습이다. 동양적인 얼굴에 수염을 길렀으며, 헐렁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양들을 인도하는 목자처럼 지팡이도 들고 있다. 성령을 받아선지 그의 머리에서는 후광이 비친다. 전체적으로 겸손하고 인자한 모습이다. 벽에는 차라투스트라의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경구들이 붙어 있다.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이 사악한 사람들과 싸워 그들의 악한 계획을 물리치는 사람은 아후라마즈다를 사랑하고 그의 뜻을 관철시켜 나갈 것이다.

죄 지은 자나 사기꾼도 처음에는 성공하고 높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후라마즈다가 모든 것을 알아 인간이 저지른 모든 행위의 잘잘못을 지혜롭게 판단할 것이다. 아후라마즈다여, 당신의 지배력이 미치는 곳 어디에서나 영원한 진리의 법 아샤(Asha)가 지배하게 하소서.

너의 귀로는 최고의 진리를 들어라. 열린 마음으로 그 진리를 생각해라. 그리고 선과 악 두 길 중 어디를 택할지 결정하라. 너 자신을 생각해서, 심판의 날이 이르기 전에 아후라의 말들을 전하려 노력해라."

옆에 있는 박물관에서 자세히 알게 된 조로아스터교

조로아스터교 박물관
 조로아스터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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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사원 동쪽에 박물관이 있어 내부를 살펴보러 들어간다. 이곳에도 차라투스트라 초상이 걸려 있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의 일대기가 자세히 적혀 있다. 조로아스터교 경전인 아베스타(Avesta)와 불의 사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조로아스터교도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데, 이러한 기도 의식이 이슬람교에 전승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로아스터교 축일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이란 사람들이 새해를 기념하는 축제 노루즈도 조로아스터교에서 온 것이다. 이곳에는 노루즈 상차림뿐 아니라 조로아스터교도의 의상과 제례 등도 모형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도 역시 아베스타에 나오는 차라투스트라의 메시지 가타(Gatha)가 이란어와 영어로 기록되어 있다. 가타가 '신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God)' 시작하는 것도 이슬람교와 같다.

박물관의 차라투스트라
 박물관의 차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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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기원전 1678년 3월 26일 고대 페르시아 땅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아제르바이잔주 우르미예(Orumiye)호수 지역이라고도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것을 보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무 살이 되자 그는 홀로 세상의 문제들에 대해 명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10년의 수도 후 우주의 진리를 발견했다. 서른 살에 그는 깨달은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시작했다.

신은 선하고 자비롭다. 신은 인간을 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신은 인간을 위대하다고 여긴다. 그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력 때문이다. 신은 인간에게 결코 화를 내거나 벌을 주거나 복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지혜와 통찰은 당시 미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다행히 엘람왕국 현자들의 도움으로 차츰차츰 그의 사상을 전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진리의 종교를 엘람왕국 전역에 전파하려고 노력하다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죽은 곳이 아프가니스탄의 발흐(Balkh)라고 적혀 있다.

승리의 불
 승리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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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교 경전 아베스타는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야스나(Yasna), 비스프라드(Visprad), 야쉬트(Yasht), 반디다드(Vandidad), 코르데(Khordeh). 야스나는 경배 또는 성찬식을 하는데 사용되는 일종의 찬송가인 가타로 이루어져 있다. 야스나는 모두 72장이다. 제1장은 아후라마즈다 찬양으로 시작한다. 그는 위대한 창조자로 빛나고 영광스럽고 아름답고 지혜롭고 올바르고 완전하다. 그는 가장 신성한 존재(the Most Holy Spirit)로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비스프라드는 조로아스터교 성인들에 대한 기도와 경배로 이루어져 있다. 야쉬트는 살아가는 올바른 방법과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준다. 반디다드는 악령에 반대해서 만들어진 경전이다. 구성은 조로아스터와 아후라마즈다의 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르데는 야스나, 비스프라드, 반디다드의 메시지에서 가려 뽑은 아베스타 축약본(little Avesta)이다. 19세기 코르데 판본이 처음 인쇄되었고, 평신도를 위한 기도서가 되었다.

불의 사원에 불을 안치한 이유는, 불이 악을 물리치고 더러움을 정화해주기 때문이다. 불에서 나오는 열과 에너지는 생명의 근원이다. 불은 흙, 물, 바람과 더불어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다. 아타쉬 카데에는 승리의 불인 아타쉬 베흐람이 안치되어 있다. 불의 사원은 현재 종교기관일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를 포괄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새해 축제 노루즈 상차림

노루즈에 공물을 바치는 사신의 모습: 페르세폴리스
 노루즈에 공물을 바치는 사신의 모습: 페르세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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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즈는 페르시아식 새해다. 양력 3월 21일 춘분이 노루즈로, 이날이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가 열린다. 3000년 전부터 흑해와 카스피해 주변의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행해진 민속축제로,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이 날을 성스러운 축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루즈(Now Ruz)의 노우는 새로운, 루즈는 날을 뜻한다. 그러나 빛을 뜻하는 아르메니아어 로이스(loys)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노루즈와 관련된 최초의 증거를 페르세폴리스 궁전의 벽화부조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다. 부조의 내용이 노루즈에 페르시아 황제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인된 노루즈의 역사가 2500년이나 된다. 그러한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는 있지만, 확실한 증거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란 사람들은 노루즈를 최고의 세속적인 축제로 즐기고 있다.
노루즈 상차림
 노루즈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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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즈가 되기 전 사람들은 집안을 깨끗이 하고 상차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옷과 상에 올릴 꽃을 구입한다. 준비하는 식료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밀과 보리 같은 초록의 식물, 빵, 밀로 만든 달콤한 푸딩, 말린 올리브, 마늘, 사과, 석류, 각설탕, 향신료로 사용되는 수막(Sumac), 식초. 여기에 (양)초, 거울, 장식을 한 동전과 달걀, 장미수, 아베스타 경전이 더해진다.

그러나 원래는 아후라마즈다가 만들어내는 성스러운 여섯 가지 빛을 상징하는 것이 놓여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축, 불, 금속, 흙, 물, 식물이다. 그러므로 첫째 아후라마즈다상과 아베스타 경전, 둘째 가축에서 나온 우유, 요구르트, 치즈, 셋째 촛불, 넷째 동전과 구리 그릇, 다섯째 흙, 여섯째 정화수, 일곱째 푸른 식물이 놓여있어야 한다.

노루즈 의상
 노루즈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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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실제로는 나라에 따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상차림을 볼 수 있다. 노루즈 축제는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는 봄에 열린다. 그러므로 노루즈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의상도 초록색이 기본이다. 노루즈 기간 사람들은 부모와 친지를 찾아 인사를 하고 음식을 나눈다.

시아파 이슬람교는 노루즈 축제를 종교적인 축일만큼 중시한다. 그것은 신성한 일들이 이날 발생했기 때문이다. 초대 이맘인 알리가 칼리프가 된 것도 656년 3월 21일로 알려져 있다. 7대 이맘 무사 카젬(Musa al-Kazem)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노루즈에 신이 종들과 계약을 맺어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을 믿도록 했다. 신의 사자들을 환영하고 그들의 통치에 복종하도록 했다. 노루즈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바람이 불고 땅위에 꽃들이 피게 하는 첫날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선지자에게 나타났고, 아브라함이 우상을 깨뜨린 날이다. 선지자 무함마드가 신을 어깨 위에 영접해 카바신전에서 쿠라이시족의 우상을 파괴한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여섯 가지 빛: 선의지, 진리와 정의, 바람직한 통치, 헌신, 완전, 불멸



태그:#야즈드, #아타쉬 카데,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 #노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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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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