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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Investigator' 또는 'Arson Investigator'라고 불리는 미국의 화재조사관은 화재 및 폭발의 원인과 발달과정을 밝혀내는 사람들이다.

시간을 되돌려 화재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렵다. 때론 추리력과 집요함이 요구되고 원인이 되는 단서 앞에서는 과학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한편 방화범을 체포할 때에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사법경찰로도 변신해야 한다.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가 아닐 수 없다.

업무특성에 맞게 강력한 수사권한도 주어진다. 뉴욕,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는 화재조사관이 총기를 소지하며 방화범을 체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가든 그로브(Garden Grove) 소방서 소속의 화재조사관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Steven Georges/Behind the Badge OC)
 캘리포니아 가든 그로브(Garden Grove) 소방서 소속의 화재조사관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Steven Georges/Behind the Badge OC)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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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으로 1만 1910명의 화재조사관들이 근무하고 있다.

화재조사관들의 근무지 분포현황을 살펴보면 주(州) 소방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1040명, 지자체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9310명이다. 나머지는 미 연방 주류·담배·화기 단속국(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 이하 ATF),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학교, 보험회사, 사설 화재조사기관 등에서 근무한다.

주별 화재조사관 고용분포도 (출처: 미국 노동부)
 주별 화재조사관 고용분포도 (출처: 미국 노동부)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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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화재조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921과 1033에서 정한 엄격한 요건을 통과해야 한다. 총기를 소지하기 위해서는 경찰학교(Police Academy)에 입소해 7주간의 훈련도 받아야 한다.

미 연방 주류·담배·화기 단속국(ATF)에서 운영하고 있는 화재조사관 학교(Certified Fire Investigator School)는 2년 과정으로 대학원 수준으로 운영된다.

6주간의 이론수업과 교관의 감독 아래서 진행되는 100개의 화재현장 조사 실습을 통해 세계 최고의 조사관들을 배출하고 있으며, 2013년 한 해 동안 ATF 조사관들이 미 전역에서 활약하며 조사한 화재 건수는 무려 1만 7000여 건에 이른다.  

ATF 화재조사관들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출처: 미 연방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ATF 화재조사관들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출처: 미 연방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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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은 보통 현장 경험이 풍부한 소방대원이나 전직 경찰 출신 중에서 선발한다.

화재조사관들은 사법권을 가진 전문가로서 필요시 검찰의 지휘 아래, 경찰, ATF, FBI 등과 현장에서 공조수사를 진행한다. 최고의 결과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화재조사와 수사를 일원화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방화사건 합동수사 흐름도
 방화사건 합동수사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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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의 업무 또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들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안전과 보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업무 특성상 여러 종류의 위험물질에 수시로 노출되며 현장 보존과 증거물에 온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조사관 개인 안전이나 건강에는 다소 소홀한 경향이 있어 다수의 화재조사관들이 만성질환으로 고통받고 있기도 하다.

화재조사관들의 근무시간이나 근무형태는 주별로 다양하다. 연중무휴로 근무하고 야간 출동 등 근무시간도 불규칙하다. 근무 인원도 관할구역의 규모에 따라 10명 미만에서 120명으로 차이가 있다.

화재조사관 120명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소방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총 6612건의 화재조사를 실시해 1733건을 방화로 결론짓고 255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해 동안 수집된 화재조사의 결과는 화재예방국(Bureau of Fire Prevention)에 전달돼 화재 예방 캠페인의 토픽으로 활용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경찰의 '화재수사권'과 소방의 '화재조사권'이라는 이원적 구조로 인해 해묵은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하는 소방관이 화재진압과 함께 화재조사와 수사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결국, 화재조사의 목적은 화재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미국 화재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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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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