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스틸 사진.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스틸 사진. ⓒ Focus Features


우리는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관객들의 오금을 저리게 했던 여러 영화들을 알고 있다. 대부분 스릴러 혹은 공포 장르로 이런 설정엔 필연적으로 탄탄한 이야기와 그럴싸한 반전이 뒤따르곤 했다.

토마스 J. 칼리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 역시 여성 기숙사를 공간적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미묘한 감정 흐름을 포착한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인데 폐쇄적인 기숙사와 외부에서 전쟁에 참여하던 한 부상당한 군인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고정된, 정적인 감성을 강요당하는 기숙사생들은 미지의 외부에서 들어온 한 군인 맥 버니(콜린 파렐)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유소년에서 청소년까지, 아직 미성숙한 이들을 한 명의 원장과 또 한 명의 선생이 교육하는데 이들의 연령대가 흥미롭다. 성에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이들은 군인에 대한 호기심내지는 동정심을 갖는 것에 비해 알리샤(엘르 패닝)로 대변되는 일부는 그를 매혹적인 왕자처럼 받아들인다. 

원장 미스 마사(니콜 키드먼)와 선생 에드위나(커스틴 던스트)는 또 어떠한가. 적극적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간호하던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세련되게 자신의 욕망을 숨기거나 몰래 발산한다. 영화는 평화롭던 이들의 관계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부서져 버릴 수 있는 얕은 계급관계였음을 제시하며 극점을 향해 내달린다.

상상력의 부재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스틸 사진.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스틸 사진. ⓒ Focus Features


부상당한 남성을 탐하려는 여성들,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거나 욕망을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다가가는 경험을 하며 서로를 묘하게 의심하고 질투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치고받고 싸웠다면 이 영화는 겉모습만 그럴싸한 치정극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감독은 이 지점에서 절제의 미덕을 발휘한다. 영화 속 여성들은 한 남성을 둘러싼 자신들의 균열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꾸민다.

연출을 맡은 이가 바로 소피아 코폴라라는 걸 기억하자. 우리가 잘 아는 <대부> 시리즈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기도 하다. 여성적 시각에서 이 영화는 남성을 바라보고 어떻게 이들이 매혹 당하는지를 꽤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군인과 여러 방면으로 대화하는 여성들은 몸이 아닌 정서적으로 동화된다. 그렇기에 자신의 몸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감독이 여성을 생각 없는 탐욕덩어리 내지는 욕망에 눈이 먼 존재로 그려지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하지만 보다 더 상상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원작이 이미 있기에 그걸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 여성 사이에서 있을 법했던 긴장 관계 내지는 계급 관계를 더욱 실랄하게 그렸다면 어땠을까. 의도는 참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매혹당한 사람들>은 한 방이 없는 평작이 되고 말았다.

평점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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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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