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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인구로만 본다면 대한민국의 네 번째 도시이며 경상도에서는 부산 다음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부산과 대구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볼 것이나 즐길 것이 많은 특색있는 도시로 그 역사만큼이나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가기만 했던 대구를 역사 테마기행을 시작으로 그 속살을 접해본다. 봄 여행주간의 막바지에 스마트폰으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탁 떠나 보았다.

향교여행
▲ 대구향교 향교여행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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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대구향교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마다 있는 향교는 대부분 유적으로만 남아 있어서 잘 활용되지 못하는데 대구에 있는 대구향교는 적극적인 활용을 넘어서 시민들의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관리도 잘되어 있어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결합된 공간으로 그 의미가 큰 곳이었다.

향교의 공자상
▲ 공자상 향교의 공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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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중국의 칭다오와 자매도시를 맺으면서 옥으로 만든 공자상을 선물받았다고 한다. 대구향교에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명륜당·동재(東齋)·서재(西齋)·문묘·삼문이 있으며축성 및 유래를 기록한 축성비(築城碑)와 수성비(修城碑), 경상도관찰사·판관·군수 등을 지냈던 사람들의 불망비(不忘碑)·송덕비 등이 남아 있다.

대구향교 대성전
▲ 대성전 대구향교 대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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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향교의 대성전에는 다른 향교의 대성전과 같이 5성(五聖)의 위패를, 동무·서무에는 송조2현(宋朝二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현재 대성전은 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되었으며, 전교(典校) 1명과 장의(掌議) 수명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향교의 수선화
▲ 수선화 향교의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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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하늘하늘한 꽃부터 다양한 수목까지 대구향교 안에는 심어져 있었다. 대구향교는 1398년에 건립되었으나 1605년 교동으로 이건하여 명륜당을 중건하였으며, 1932년 현위치로 이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대구향교 오상
▲ 오상 대구향교 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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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것은 모자른 것보다 못하다는 옛말이 있다. 대구향교에는 그걸 알려주는 조형물이 중앙에 만들어져 있는데 사람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의 도리인 인의예지신이 새겨져 있는 석조가 바로 그것이다. 한대(漢代)의 동중서(董仲舒)가, 맹자(孟子)가 주창한 인(仁)·의(義)·예(禮)·지(智)에 신(信)의 덕목을 더해서, 이 5가지에 의해 모든 덕을 집약한 것으로, 오상의 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구향교에 가면 오상을 접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상화고택
▲ 이상화고택 이상화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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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테마기행에서 향교와 고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옛 성이 있던 곳이라서 북성로, 남성로, 동성로, 서성로로 구분된 블럭 안에는 대구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고택으로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이 있다. 특히 대구의 인물 중 이상화는 항일문학가이며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대표적인 저항시인이다. 이상화 고택은 고택을 보존하자는 시민운동으로 시작하여 군인공제회에서 인근 주상복합아파트를 건립하면서 고택을 매입해 지난 2005년 10월 27일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이상화 시인
▲ 시인 이상화 이상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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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으며 대표작으로 알려진 시는 바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다. 1926년에 발표한 자유시인 이 시는 당시 민족혼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암울한 그 시대에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일제에 저항한 민족시인 이상화는 우국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이 고택은 그의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이 되고 있다.

전시관
▲ 전시관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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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고택 옆에는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상화 시인의 향기가 가득 배어 있는 숨결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의 고택에는 친구들과 제자들을 맞이하던 사랑방, 울적한 마음을 달래던 감나무 마당, 이상화 시인이 숨진 안방 등이 복원되어 있다.

서상돈고택
▲ 서상돈고택 서상돈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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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았으며 일제에 저항했던 인물 한 명의 고택이 이상화 고택 옆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집의 주인공은 조선 말기의 기업인이자 관료였던 서상돈(徐相敦, 1851~1913)이다. 정부의 검세관이 되어 조세곡을 관리하기도 했던 그는 행상과 포목상으로 성공하였는데 1907년 정부가 일본에 빚을 많이 져 국권을 상실한다고 생각하여 대구 광문사 사장인 김광제와 함께 금연으로 나라의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을 벌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옛스러운 느낌
▲ 옛스러운 맛 옛스러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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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은 오래됨이 있어서 좋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 서양에서 들어온 자본주의로 인해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고택을 찾아가고 체험하는 것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약령시
▲ 약령서문 약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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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동서남북에는 양령서문같은 오래된 건축물이 근대문화유산 거리의 시작임을 알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근대문화유산을 재조명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경상감영공원
▲ 경상감영공원 경상감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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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근대역사관이 있는 곳 옆에는 경상감영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대구 중구 포정동에 자리한 이 공원은 경상감영이 있던 곳을 1970년 중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하였다가 1997년에 문화재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단장한 뒤 경상감영공원으로 변경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경상감영공원
▲ 경상감영공원 경상감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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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당과 징청각 등의 역사 문화재가 보존된 경상감영공원에는 정면 6칸, 측면 4칸의 단층 팔작기와 집으로 주심포 양식과 익공식의 절충형 공포로 건축된 선화당과 3차례의 화재를 당하면서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초창기 공원을 조성할 때 보수된, 내아 관사로 사용되던 징청각이 있다.

시장골목
▲ 시장골목 시장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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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먹거리를 빼놓고는 제대로 그곳을 보고 왔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구내의 작은 시장으로 교동시장이 있는데 이곳에는 먹거리 타운이 있다. 교동에서 유명한 음식은 무침회이다. 무침회는 대구 10미(味)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구의 무침회는 두 가지 스타일인데 도심에서 만나는 무침회 골목의 무침회와 대구의 전통시장인 교동시장의 무침회이다.

무침회
▲ 교동시장 무침회 무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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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반고개에 자리한 무침회골목의 맛인데 부드럽고 쫄깃하며 톡 쏘는 매운 맛과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가 좋다. 교동시장의 무침회는 12가지의 회와 제철 재료가 들어가서 싱싱한 것이 특징이다. 교동시장의 무침회는 여러곳이 있으니 그중에서 발걸음이 닿는 적당한 곳을 골라서 들어가 혼술을 해보는 것도 좋다.

매운탕
▲ 통우럭매운탕 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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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시장에서 만난 통 우럭탕은 우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갖은 야채와 함께 통으로 끓여 탕 중에 탕이라 불린다. 살아있는 우럭에서 우려낸 시원한 국물이 그만이다. 재료의 질이 음식의 맛과 비례한다는 것은 통 우럭탕을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식감의 우럭살이 입안에서 통통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다. 술 한잔을 부르는 메뉴다.

서문시장
▲ 서문시장 야시장 서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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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왔으니 인터넷 언급량이 최고라는 대구야시장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2016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터넷 블로그와 뉴스 등에서 언급된 횟수만 2만 1천 건에 달한다는 서문야시장은 주말이면 하루에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다.

먹거리
▲ 야시장 먹거리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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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의 야시장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먹거리 때문이다. 대구를 알리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서문시장 야시장은 지난해 11월 30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중단되었다가 지난 3월 3일 재개장하였다.

대구 시민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공원부터 대구의 도심에 자리한 고택탐방과 시장에서 만나는 대구의 맛뿐 아니라 웬만한 산해진미로는 명함도 못 내밀 서문시장 야시장코스는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여행이다.

대구향교 : 대구 중구 명륜로 112 (053-422-8700)
이상화 고택 : 대구 중구 서성로 6-1
서상돈 고택 :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2051
서문시장 : 대구 중구 큰장로26길 45


태그:#대구여행, #대구역사테마여행, #대구테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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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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