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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 개장 기념해 설치된 '슈즈트리'  서울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이 개방된 20일 오전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길 개강을 기념해 '슈즈트리'가 설치되어 있다.
 보행길로 새로 탄생한 '서울로 7017'과 서울역광장에 걸쳐 설치된 슈즈트리 조형물.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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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반응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요? 그럼 검열을 받으란 얘깁니까?"

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서울로 7017 조형물 '슈즈트리'에 대해 일고 있는 '흉물' 논란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서울역광장에 3만개 거대 신발더미 "이게 뭐지?"

슈즈트리는 지난 20일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대형 설치미술품이다. 버려진 신발 3만켤레와 폐타이어, 나무, 꽃 등으로 만들었다. 오는 29일까지 열흘만 전시된다.

이 작품은 완성 전부터 언론과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흉물이다', '냄새날 것 같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철거될 뻔했던 서울역고가를 도심 속 정원으로 재탄생시켰듯, 버려질 운명의 신발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정원디자이너 황지해씨의 해명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25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예술은 왜 꼭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냐, 흉물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오히려 "대중이 그 작품을 싫어할 수 있고 그건 대중의 권리이지만 왜 비싼 세금을 들여 이런 걸 만들었냐는 식으로 담론이 흐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내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코드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크아트(Junk Art)는 원래 쓰레기를 가지고 뭘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며 "그 전체적인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 신발 하나하나를 보고 하는 수준의 얘기들을 받아적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또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리기 마련인데, 기자들이 자기 생각에 맞는 대중들의 인터뷰를 엮어 잘못된 비평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펠탑도 처음 나왔을 땐 파리 시민의 99.9%가 반대했었으나 지금은 가장 사랑받는 건물이 됐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진 교수는 '예술도 좋지만 대중들의 반응도 미리 생각해 봤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런 것까지 어떻게 다 예상하나, 대중들로부터 검열을 받으란 말이냐"고 어이없어했다.

'냄새날 것 같다'는 비판에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고, 비용 1억 4천만원이 예산낭비라는 지적에는 "그럼 하나 쏘는데 몇 백만원 하는 불꽃놀이는 왜 하냐"고 받아쳤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반발도 예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렇게 작가들 기를 다 죽여 놓으면 과연 작품을 계속 할 수 있겠냐"며 아쉬워했다.

다음은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신발 아니고 다른 걸로 만들었으면 돈 몇 십 배 더 들었을 것"

 진중권 교수.
 진중권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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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즈트리'가 예술이냐, 흉물이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예술이 예뻐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설령 흉물이라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예술은 대부분 안 예쁘다. 물론 대중이 싫어할 수는 있다. 그건 대중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담론이 '비싼 세금을 들여서 왜 이런 걸 만들었냐'는 식으로 흐르는 것은 안 좋은 방식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코드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작품을 만든 분은 해외에서 상도 받을 정도로 굉장히 재능 있는 분이다. 그런 분이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거 아닌가.

지금 기사 나오는 거 보면 '흉물이다', '냄새날 것 같다'고 한다. 이건 '정크아트(Junk Art)'의 일종이고, 정크아트는 원래 쓰레기로부터 뭘 만들어내는 거다. 그럼 그 쓰레기를 가지고 뭘 만들었는지 전체적인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 신발 하나하나를 보고 하는 수준의 얘길 갖다가 기사로 받아적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 정크아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재활용 재료, 즉 쓰레기를 모아서 만든 예술이란 얘기다. 고급스런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낡은 것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거지. 신발이 고가에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 아닌가. 그런데 새 신발 가지고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둥 냄새날 것 같다는 둥 이런 수준에서 비판을 하고 언론이 또 그걸 가지고 예산 낭비라고 몰아가는 것은 황당한 비판이다."

- 그러나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외관상 보기 흉하다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예술도 좋지만 대중들의 반응도 미리 생각해 줬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것까지 어떻게 다 예상하나. 그럼 대중들로부터 검열을 받으란 말이냐. 그건 아니지 않나."

-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이해할 수 없다는 건가.
"대중이 반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은 맘에 안 든다, 보기 싫은 것은 보기 싫다고 얘기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철거를 하라거나, 세금을 잘못 썼다는 등의 압력을 가하는 것은 잘못 됐다고 본다. 현대 예술은 환경미화가 아니다. 예쁜 것만 예술이 되는 게 아니고 예쁘지 않더라도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게 예술 아닌가. 대중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게 예술을 보는 재밌는 포인트일 수 있다."

- 냄새날 것 같다는 지적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거다. 떨어져서 보면 될 거 아닌가."

- 열흘 전시 하는데 1억 4천만원이나 쓰는 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은.
"그럼 단 몇 초 보기 위한 불꽃놀이는 왜 하나. 그건 하나 쏘는데 몇십, 몇백만 원이나 든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공공미술을 하지 말아야지. 신발로 했으니까 그나마 그 정도지 신발이 아니라 다른 재료를 썼다면 그보다 몇 십 배가 더 들었을 거다."

 서울로 7017 개장 기념으로 설치되고 있는 조형물 '슈즈트리'.
 서울로 7017 개장 기념으로 설치되고 있는 조형물 '슈즈트리'.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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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렇게 얻어맞으면 작품 할 수 있겠나"

- 대중들의 반응은 찬반 양론이 있는데 언론은 부정적인 면으로만 접근하는 모습이다. 슈즈트리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들이 사실만 보도하면 되는데 자기 생각을 넣은 미술비평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중을 판다. 이 사람 저 사람 인터뷰를 해서.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엇갈리기 마련이고 문제작일 경우엔 더 그렇다. 에펠탑도 처음 나왔을 땐 파리 시민의 99.9%가 반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 사랑받는 건물 아닌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같이 듣고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면 되는 거지, '냄새난다' '흉물이다'라는 수준의 얘기들을 모아서 비평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 다음 예산낭비라고 하고, 서울시 공격하고."

- 공공조형물과 관련해 이와 비교할 만한 사례가 있을까.
"오늘 한 신문에서 공공조형물의 실패한 사례를 다 묶어서 썼더라. 그건 안 좋은 방식이라고 본다. 특히 그 중 한 사례인 강남 코엑스광장 말춤 손목 조형물은 정말 흉물이다. 냄새는 안 나지만. 예술적 콘셉트 자체가 없지 않나. 세계적으로 떴다 하니까 만들어놓은 거다. 비예술적이다. 그거랑 이게 어떻게 같은 케이스냐. 그런 걸 다 묶어서 공공미술 실패한 사례로 집어넣는 것은 곤란하다. 공공미술이 모든 사람에게 맘에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맘에 드는 작품은 없다. 그리고 문제적인 작품일수록 반발이 심하다. 대중들이 반발하는 것들을 다 인정해 버리면 예술이 발전을 못한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내가 싫을 수 있지만 좋은 작품일 수도 있다는 여유를 가져주는 게 예술이 발전하는 길이다."

- 향후 작가의 작품 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
"작가들 기를 다 죽여 놓으면 다음부터 이런 작품 못한다. 이 분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눈치를 보게 되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 대중들의 반발도 예술에서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얻어맞으면 작가들이 과연 작품을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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