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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책 연구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근로자가 4년에 걸쳐, 이른바 '돌려막기'를 당한 뒤 계약 해지됐다고 한다.
 국책 연구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근로자가 4년에 걸쳐, 이른바 '돌려막기'를 당한 뒤 계약 해지됐다고 한다.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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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근로자가 4년에 걸쳐, 이른바 '돌려막기'를 당한 뒤 계약 해지됐다고 한다. 현행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의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해당 근로자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KAIST 두 곳에서 직함을 가지고 있는 A교수의 행정처리 업무를 4년간 해왔고, 세 차례 근무평가에서도 모두 90점 이상을 받아왔다. 문제는 서류상으로 이 근로자는 최초 2년간은 IBS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었고, 그후 2년간은 KAIST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즉,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해 근로자를 기간제로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근로기간 2년이 되는 시점에, 명목상 사용자를 IBS에서 KAIST로 변경한 것이다. 실질적인 업무는 'A교수의 행정처리 업무'라는 동일성이 유지되면서도 말이다. 결국 KAIST는 2년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해당 근로자에게 기간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통보를 했고, 근로자는 사실상 해고됐다.

민간 기업도 아닌 국책 기관에서 이런 몰상식한 기간제 근로자 '돌려막기'가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적잖이 놀랍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와 같은 편법적인 관행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결한 대법원 판례는 없다.

파견근로자 관련 판결을 주목하라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와 함께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파견근로자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파견법 역시 기간제법과 비슷하게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동일한 업무에 2년 넘게 사용했고, 다만 그 기간 중에 파견사업주만 변경된 사례에서 대법원은 "동일한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에서 정한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이상 그 사이에 파견사업주가 교체되었다 하더라도 직접고용이 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파견법의 입법취지가 근로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상용화·장기화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임에 기초해 비록 중간에 파견사업주가 변경됐다 하더라도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동일한 업무에 사용하였다는 실질적인 사실"에 초점을 둬 직접고용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물론 파견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는 그 형식에 있어 다소간의 차이가 있음은 틀림없고 상기 판례 역시 기간제 근로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이 유동성이 큰 노동법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해 정립한 확고한 기준 중 하나는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상관없이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번 사례의 기간제 근로자 역시 실질적으로 4년간 동일한 교수의 지시를 받으면서 동일한 근무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에 종사해왔다. 단지 서류상의 사업주만 변경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는 기간제법이 제한하는 2년의 사용기간을 초과한 것이기에, 해당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계약만료로 근로관계종료를 통보한 것은 명백히 부당해고로 볼 여지가 크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노동정책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기간제 근로자등의 비정규직 문제다.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인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를 상용화·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법률의 입법취지에 근간해 이러한 비인간적인 기간제 근로자 '돌려막기' 적폐를 청산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해당 기사는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lhrdream 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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