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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3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시스코회관에서 열린 3.15 유성 희망버스 종합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시스코회관에서 열린 3.15 유성 희망버스 종합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 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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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인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24일 "좋긴 한데 마음이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의 노조파괴에 관여하고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법적인 조치다. 하지만 7년여간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선 홍 전 지회장은 검찰의 처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2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원청이 (노조파괴를) 지시한 부분이 너무 늦게 발표됐다"라며 "이제 기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우리의 상처, 아픔이 치유되는 건 전혀 없다"라고 비판했다.

"7년간 이혼한 가정, 죽은 사람 금액으로 보상 못 해"

이번 기소는 공소시효를 3일 앞두고 이뤄진 '늑장 기소'다. 원청의 노조파괴 문제가 불거진 지 7년 만, 검찰이 관련된 핵심 증거를 2012년에 확보한 지 4년 만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조합원이 입은 내상은 상당하다. 홍 전 지회장은 "(피해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7년간 유·무형적 손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홍 전 지회장은 "7년이란 세월 동안 이혼한 가정, 죽은 사람을 금액으로 보상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7일 사측의 노조 탄압에 맞서온 유성기업 영동공장 노동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씨는 사측으로부터 다섯 차례 고소·고발과 세 차례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6년 현대차 하청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자살한지 91일째가 된 고 한광호씨의 서울시청앞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본사 앞 기업상징석 앞에 도착해 분향소를 차리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현대차 하청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자살한지 91일째가 된 고 한광호씨의 서울시청앞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본사 앞 기업상징석 앞에 도착해 분향소를 차리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과 충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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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지회 조합원들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지회 조합원들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약 1년째 농성 중이다.

홍 전 지회장은 "건강상태가 다들 안 좋다. 신체적보다는 정신적 심리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라며 "(인터뷰 전) 한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한 조합원을 만났다. 3주 정도 입원했는데, 의사도 본인도 걱정하는 게 퇴원하고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다시 재발했을 때 (상태가) 악화할 거란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해고자 복직, 정몽구 회장 처벌, 산 넘어 산

검찰이 이례적으로 원청 관계자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봤지만,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원이 지회의 손을 들어줄지도 알 수 없는 데다 해고자 복직,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처벌 등의 과제도 남아있다.

홍 전 지회장은 "제가 두 번 해고됐는데, 2011년에 이어 2014년에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을 때 문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라며 "지금까지 복직을 못하고 있는데, 법원에서는 계속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이기고 있다. 대법에서 판결만 빨리 내려지면 복직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홍 전 지회장을 비롯한 11명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지난해 2월 정 회장이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당한 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홍 전 지회장은 "정 회장은 총괄하는 사람이다. 임원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였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정 회장도 기소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3년 3월, 노조파괴중단을 요구하며 회사 입구 굴다리에서 151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이 농성을 중단했다. 사진은 흰색의 보호헬멧을 쓴 홍 지회장이 경기 평택소방서 관계자등과 함께 소방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온 뒤 들것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
 2013년 3월, 노조파괴중단을 요구하며 회사 입구 굴다리에서 151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유성기업 아산지회 홍종인 지회장이 농성을 중단했다. 사진은 흰색의 보호헬멧을 쓴 홍 지회장이 경기 평택소방서 관계자등과 함께 소방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온 뒤 들것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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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이 능사 아냐, 정부와 기업도 나서야

하지만 법원과 검찰에서 지회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쌓인 앙금이 한 번에 해소될 수는 없다. 홍 전 지회장은 법원의 판결 이전에 원청에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도 중요한데, 현대차의 불법이 인정돼 기소됐으면 그 (법원 판결) 전에 푸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게 대화의 시작이다. 해고자들이 가졌던 사측에 대한 이런 것들, 전반적인 것들을 법원에서 판단하든 사측이 하든 앙금은 남는다. 이걸 어떻게 풀지는 기업이, 자본이 갖고 있다."

홍 전 지회장은 정부가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개방하고 열어놓겠다는 얘기하잖나. 그러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만난다는 얘기를 해주셨으면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직접 문제를 지원한다든가 대책을 수립한다고 나오면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노조파괴란 것을 섣불리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유성기업 노조파괴,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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