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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1993년 4월 28일 태국의 캐이더 공장에서 188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숨진 참사를 기리기 위해 정해졌다(사망자 가운데 174명이 여성 노동자였다). 이 공장은 미국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인형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관리자들이 가난한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 것을 걱정해서 공장 문을 잠근 채 작업을 시키면서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이후 3년 뒤 4월 28일 유엔(UN) 앞에서 국제자유노련(ICFTU) 각국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촛불 집회를 개최한 후 전 세계 70여 국에서 사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2003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날을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세계의 날(World Da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로 정해 지금의 4.28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 됐다.

구의역에서 산화한 김군, 1년이 지났다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4.28 산재 사망 추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위험 업무의 외주화 금지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4.28 산재 사망 추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위험 업무의 외주화 금지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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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매년 이날을 기억하는 의미로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4월 한 달간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요구를 걸고 투쟁하는 달로 삼고 있다. 올해의 경우 4월 26일 서울 보신각에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 위험의 외주화 금지 ▲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전면 적용과 산재인정 기준 확대 등을 핵심 요구로 걸고 투쟁했다.

4월 28일에는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청소년노동 인권 네트워크 등이 충남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과 졸업생 3513명 선언, 특성화고 교사 242명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선언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까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모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지금 한국은 세계 경제 위기에 따라 자본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위험하고 열악한 일을 여성, 청(소)년, 비정규직, 알바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등에게 떠넘기는 상황이다. 지난해 5.28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군 역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출신의 청년 노동자였다.

꽃피는 봄이 왔지만, 그는 없다

25일 구의역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25일 구의역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 민주노총 만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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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이 사망했을 당시 2인 1조 매뉴얼을 지킬 수 없었던 상황과 사망 당시 가방에 컵라면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함께 아파했고 함께 눈물 흘렸다. 당시 김군 어머니의 절규 또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 저희가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 필요 없습니다. 제발 우리 아들이 살아서 제 곁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아들이 온몸이 부서져서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아이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고로, 아이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너무 억울합니다."

김군은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하게 했다. 정치권도 구의역을 찾아 애도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겠다고 '말'은 했다.

구의역 참사는 공공부문 현장조차 불법과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무법천지며 정부와 기업, 메피아·관피아 등의 이윤 만능주의가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시켰다.

꽃피는 봄은 왔는데 김군은 우리 곁에 없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도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또 다른 '김군'은 지금도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어느 조선소 하청 공장에서, 콜센터에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안녕을 위해 4.28과 5.28을 기억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구의역, #위험의외주화,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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