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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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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받았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정치철학 강의를 들은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건네받은 명함이었다. "선생님, 대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으셨네요." 대학 로고가 크게 박힌 네모 난 명함, '김만권'이라는 이름 밑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직함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학자에게 적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아는 척을 했다.

"그게 아니라, 이걸 보셔야 해요." 이 말을 하더니 김만권 선생님은 '정치철학자'라는 글자를 콕 짚는다. 그러고선 명함을 뒤집어 뒷장에 인쇄된 영문 글귀를 가리킨다. "Independent Political Philosopher." 대학교 명함에 '독립 정치철학자'라는 직함이라니. 그리고 그걸 가장 먼저 자신을 설명하는 말로 소개하고 싶어 하는 학자라니. 역시 김만권 선생님다웠다.

2013년 여름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처음 김만권 선생님을 만났다. '정의의 계보학'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강의. 10년간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하는 첫 대중 강의라면서 감격해하던 그날 선생님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 후 4년,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초, 중, 고등학교, 자치단체, 시민단체... 어디든 달려가서 시민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만권 선생님.

그렇게 지난 4년간 길 위에서 펼친 정치철학 강의가 책으로 엮여 나왔다. 제목은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책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2,500년 전 아테네의 소크라테스처럼, 나 역시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정치철학을 나누고 싶었다. 내가 아는 한, 정치철학은 이 세계에 필요한 수많은 질문을 다루고 있고, 수많은 사상가들이 던진 질문들은 시대적 고민의 산물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시대를 고민하고 싶었다. 그 시대를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 이 책을 주제로 <철학사이다 바로 이 책>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새 책 제목이 왜 '정치에 반하다'인지 물었다.

"4년 전 참여연대에 스스로 걸어 들어와서 정치철학 강의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들려주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무료로 개설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처음 참여연대에서 시민 강연을 시작한 후 4년 동안 정말 많은 곳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러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치를 대하는 반응이 대개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는 거였습니다. 정치에 푹 빠져 있거나, 혹은 무관심하거나. 

그 이유가 뭘까 고민했죠. 왜 누구는 정치에 열광하고, 누구는 외면할까? 제가 보기에 정치에 빠져 있는 분은 어떤 정치인이 좋아서 정치에 몰두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분은 어떤 정치꾼이 싫어서 정치에서 멀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제게는 이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반反정치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정치가 '행위자'의 문제가 아니라, '영역'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는 영역이 정치입니다. 이 영역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만약 어떤 정치가가 좋아서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면, 그 정치가가 떠나면 정치에서 관심을 떼겠죠. 그런데 정치라는 영역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정치가가 떠나도 사람들이 정치 안에 남아서 여전히 서로를 돌보는 일을 계속하겠죠. 그래서 이 정치라는 영역 자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매혹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책이 출간된 날이자, 북토크가 진행된 날은 2017년 5월 18일이었다. 그날 오전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있었다. 종일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가 화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를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권을 열며 낮은 자리에서 사회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대통령의 말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과 역사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다시 꺼내어 되새기는 5.18처럼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또 있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헌법의 정신을, 민주주의의 가치를 잊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사람들은 광장에서, 그리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이게 나라냐"라고 물었고, 우리가 지켜야 할 헌법의 정신을, 민주주의를, 국가를, 정의를 다시 생각했다.

김만권 선생님은 귀국 후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우리가 잊고 지내온 정치 질문을 던져왔다.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는 그동안 그가 시민들에게 던져온 다음의 여덟 가지 질문을 다루고 있다.

"국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정치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왜 (불)평등을 말해야 하나요?"
"정의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요?"
"정치는 엘리트의 것인가요, 평범한 사람들의 것인가요?"
"누가 우리를 어떻게 대표하나요?"
"무엇이 정치의 신뢰를 만드나요?"

하나같이 평범하면서도 논쟁적인 질문이다. 그는 "정치에 반反하던 사람들이 정치에 반해서 다가설 만한 정치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사람 없이 이 정치적 사유와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끄러운 길거리 정치학 교실을 찾아든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인사가 반갑다.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 다시 시작이다.

"민주적 헌법이 '민주주의를 시끄럽게 하라'며 보장한 기본권이 '표현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며 시끄럽게 떠들라고 권장하는 이 민주주의 정체에서조차 깊이 침묵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빈곤과 무지에 고통받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민주주의 정체가 이런 권리를 모든 구성원에게 보장한다고 약속한다면, 그런 사회는 우리들이 다 함께 밥 먹을 수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팟빵에서 듣기 : https://goo.gl/5TSE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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