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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피폭자, 2세, 3세의 한 명 한 명이 아베를 타도하고 전쟁을 저지할지 여부가 날카롭게 제기되고 있다. 김형률 동지, 우리들은 이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여 아베를 반드시 타도하고 전쟁을 막겠다."

일본인 고바야시 하츠에 전국피폭자청년동맹 국제부·청년대책부장이 "'한국원폭2세피해자' 김형률 12주기 추모제"에 맞춰 보내온 연대사 일부다.

고바야시 하츠에 부장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부산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참석해 연대사를 한다. 연대사를 미리 보내온 것이다.

그는 "2020년까지 일체의 무력행사를 방기한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며 "'공모죄 강행 채결 저지' '아베를 타도하고 감옥으로 보내자'라고 국회 앞에서, 일본 각지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했다.

고 김형률씨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한국인 피해자 2세로, 원자폭탄으로 인한 유전적 피해자임을 밝히고 한국인 원폭피해자 2세 환우들의 실상을 알린 인물이다.

고인은 2002년 '커밍아웃'을 통해 국내 '원폭2세 환우' 존재를 알리고, 이어서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결성해 한국인 원폭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한국원폭2세환우회' 초대회장으로서 원폭2세 환우들에 대한 지원이 담긴 '한국 원자폭탄 피해자와 원자폭탄 2세 환우의 진상규명과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길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2005년 5월 29일, 만 34세로 생을 마쳤다.

김형률추모사업회는 "그는 자신의 병이 단순히 개인의 아픔이 아닌 전쟁과 제국주의의 산물임을 역설하고 핵의 야만을 고발하였으며, 동시에 원폭2세 환우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한 반핵평화인권운동가였다"고 했다.

사업회는 "이날 추모제에서는 광복 72년, 원폭 72년, 김형률 추모 12주기를 맞이하여 소외되고 잊혀진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원폭 2세 환우'의 인권 회복을 위해 투쟁한 고 김형률을 추도하고자 한다"고 했다.

추모제는 강제숙 김형률추모사업회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김종세 부산민주공원 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추모영상(강세진 감독)을 상영한다. 부친 김봉대씨가 인사말을 하고, '김형률 사료'를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 전달한다. 전진성 부산교육대학 교수가 '김형률 사료 기증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참가자들은 추모제를 마친 뒤, 지난 4월 5일 고인의 납골함을 이장한 합천 묘역을 찾아 참배한다.

한국원폭2세피해자 김형률추모사업회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부산 민주공원에서 12주기 추모제를 연다. 사진은 6주기 추모제 때 모습.
 한국원폭2세피해자 김형률추모사업회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부산 민주공원에서 12주기 추모제를 연다. 사진은 6주기 추모제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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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하츠에 부장의 연대사 전문 "김형률 동지 12주기를 맞이하며"

김형률 동지,

피폭2세의 유전적 영향을 열심히 호소하며 핵과 전쟁을 고발한 당신을 핵 방사능의 유전에 의해 빼앗기고, 우리들 일본의 피폭2세는 남겨진 자의 책무를 더욱 강하게 자각하며 긴박한 전쟁책동과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고향인 합천에서 분명히 당신은 어머님 품에 안긴 듯이 평안히 잠들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일본의 2세들은 아직 당신에게 '평안히 잠드세요'라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무정하고 한심해 죄송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마음속에 품으면서 당신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핵없는 세계, 전쟁없는 세계를 향해온 우리들, 핵 피해자의 아이면서 스스로도 핵 피해자인 일본 2세의 투쟁이 아베를 무너트릴지 아베에게 짓눌릴지 지금, 가장 엄중하고 예리하게 제기된 때는 없기 때문입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때부터 핵은 핵전쟁을 불가피한 것이라는 제국주의 나라들의 세계지배·계급지배의 도구로서 위협과 도발은 반복되고, 또한 스탈린주의의 군사적 대항의 기본수단이 되어왔습니다만, 이제는 중동·유럽,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의 정세는 일촉즉발이 되었습니다.

'평화는 힘으로 달성된다. 미국은 압도적이고 효과적으로, 어떤 공격도 타파하고, 통상 무기나 핵무기에 대적한다'라고 선언한 미제국주의 트럼프정권이 만들어낸 한반도정세는 북동아시아에서 중동·유럽으로 어디든 확대해가는 새로운 세계전쟁의 시작이 되려 합니다.

게다가 일제·아베정권은 2월 10일의 트럼프·아베회담에서 미일안보동맹을 가장 흉악하고 난폭한 핵전쟁 강행을 위한 핵군사동맹으로 비약해, 일본 국내에서 일제 독자의 핵보유도 사정거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체제 구축을 위해 '대통령을 탄핵해 자신들의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어낸 한국처럼 되어서는 안된다'고 모든 투쟁을 탄압할 수 있는 '공모죄'를 강행 채결하고, 2020년까지 일체의 무력행사를 방기한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공모죄'는 일제지배 아래 독립투쟁한 한반도, 대만 사람들을 체포와 고문으로 탄압하고, 일본 유학중인 시인 윤동주를 옥사시킨 천하의 악법인 치안유지법이 다시 돌아온 것이며,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노동조합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전쟁에 반대하고 핵에 반대하는 우리들 피폭자, 2세운동의 탄압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도 일본 국회 앞에서 공모죄 반대의 대규모 집회로 투쟁했습니다. 오늘도 동료들은 '공모죄 강행 채결 저지' '아베를 타도하고 감옥으로 보내자!'라고 국회 앞에서, 일본 각지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위령비의 비문에는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니'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일본의 피폭자, 2세, 3세의 한 명 한 명이 아베를 타도하고 전쟁을 저지할지 여부가 날카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형률 동지, 우리들은 이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여 아베를 반드시 타도하고 전쟁을 막겠습니다. 합천에서 질타 격려하며 지켜봐주세요. 반드시 승리합니다.

전국피폭자청년동맹 국제부·청년대책부장 고바야시 하츠에.


태그:#김형률, #원폭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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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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