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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정치 뉴스가 즐거울 때가 있었을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하루 쏟아내는 기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워낙 권위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상이 되다보니, 대단한 일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 하나하나가 뉴스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파격과 탈권위적인 모습의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그래요 문재인> 황교익 외22인, 은행나무
 <그래요 문재인> 황교익 외22인, 은행나무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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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출간한 책 <그래요 문재인>은 19대 대통령 선거에 앞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이미 대통령 선거가 끝났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까지 됐으니 이 책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승리한 마당에 또 다시 들춰보는 것은 승자에 대한 지나친 미화가 아닌가 싶어 저어되기도 한다. 말했듯이 이미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스무 명의 넘는 저자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힌 이 책을 액면 그대로 읽는다면 21세기 용비어천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제 이 책은 민주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을 나라답게 잘 이끌어 줄 것을 요구하는 청구서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나름대로 저명한 23명의 지지자들이 책에서 밝힌 내용들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증거자료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들이 지지한 이유로 삼은 내용들이 현실화되기까지 이 책을 들이대며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라는 것이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내건 공약집이 아니라 할지라도, 23명은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상당한 역할들을 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문재인을 '유능한 정치인이고 훌륭한 인격자'라고 말했다. 이제 <그래요 문재인>은 그 말들을 검증할 근거자료가 된 셈이다. 이 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청구서로 삼으라고 한 이유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문화 예술 지원 원칙이 있습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지원은 했지만 간섭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지원도 하지 않고 간섭만 했습니다. 앞으로의 정권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6쪽(도종환)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요구이다"

소설가 김병용은 '살아온 길이 곧 그 사람을 증명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의 삶의 역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 세상에 일을 하기 위해 온 사람처럼 어떤 자리에서든 상일꾼 역할을 도맡았다는 점을 높이 샀다. 지금 이 나라에는 이와 같은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러운 역사적 적폐가 모두 드러났다면, 이를 치우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줄 일꾼이 필요하다." -39쪽(김병용)

김무성 의원과 대비된다. 23일 김 의원이 일본 여행을 마치고 입국장에 도착한 뒤 자신을 마중 나온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 캐리어를 던지듯 밀어 나라 안팎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명, '보지 않고 공을 패스한다'는 농구 용어인 '노 룩 패스'로 화제에 오른 김 의원은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른다'는 태도로 그의 삶을 증명했다. 김 의원은 '청소하라고 지시하거나 청소하자고 소리만 높이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 '노 룩 패스'가 왜 문제인지 묻는 것 자체가 외람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문재인>에서 누구보다 맛깔나게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어떤 의미인지 밝힌 저자는 맛 칼럼니스트이자, 더불어포럼 공동대표인 황교익이다. 그는 선거가 끝났지만, 정치인을 공개 지지한 이들의 글을 모은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님을 특유의 '밥상론'으로 설명한다. 즉, '밥상 위에 놓인 음식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요구이다. 이런저런 정치를 해달라는 요구를 지지라는 이름으로 정치인에게 전달할 뿐이다.--중략-정치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할 것인가 결정하기 전에 나의 요구가 무엇인지부터 구체적으로 살피고 확인하여야 한다. 그 다음에, 내 요구를 경청하고 잘 실행해줄 정치인을 찾아내어 그에게 '지지'라는 이름의 '요구'를 하여야 한다. 나는 문재인에게 요구할 일이 생겼다." -92쪽(황교익)

그가 문재인에게 열렬히 요구하고자 하는 것은 원칙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 원칙대로, 그 원칙에 따라 헌법이 정한대로, 대한민국을 똑바로 세워주기를 열렬한 지지자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온 국민이 해야 할 그런 요구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에는 사람들이 저절로 모였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를 닮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 화제가 됐던 사람이 고민정 더문캠 대변인이다. 대변인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보면 늘 배우게 된다는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정치인들이 악수하는 일이야 으레 이루어지는 일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고위 여하를 구분한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연봉이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들의 손을 먼저 잡는다. 더 다정하게 잡는다. 어린아이들일수록 더 반갑게 인사한다. 억지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아니다. 자연스레 아래를 향하는 물줄기의 습성을 그대로 닮았다." -119쪽(고민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스승의 날, 사인 받을 종이를 준비 못한 어린이를 기다려주고, 옆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맞추는 모습은 여느 정치인들과 달랐다. 그런 대통령을 만나게 되어 눈물 나게 감사하다는 고민정 대변인의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요구라고 했다. 어찌 이 책을 쓴 23명 저자들만의 요구겠는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원하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요구가 아니겠는가? <그래요 문재인>은 선거 운동 기간 중에 급하게 출판하느라 안경환 제 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14대라고 하는 등의 애교로 봐줄 만한 편집상의 실수가 있긴 하다. 그러나 '밥상 위에 놓인 음식의 질'을 바꿔놓을 만한 든든한 청구서를 꼼꼼히 챙겨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그래요 문재인 - 위기와 희망의 길목에서 문재인을 말하다

고민정 외 지음, 은행나무(2017)


태그:#문재인, #대통령, #정치, #지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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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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