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정진영 등이 함께 레드 카펫에 오른 모습. ⓒ Cannes Film Festival
국내에서 관심을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가 제70회 칸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작품에 대한 평가, 관객 반응과 별개로 한 감독의 작품이 공식 부문에 함께 진출한 건 전무한 사례다.
알려진 대로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대본을 완성해놓지 않고 촬영장에서 하나하나 완성해 간다. 그가 사전에 정해놓는 건 두 가지. 바로 배우와 촬영장소다. 지난 22일 칸영화제 현지 인터뷰에서도 그는 "배우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며 에둘러 답하긴 했지만 두 요소가 그의 영화에서 그만큼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작을 중심으로 보면 국내에서 홍 감독은 서울 북촌, 서촌 일대와 연남동 부근에서 촬영을 자주 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으면서 구불구불한 골목, 여기에 운치 있는 풍광이 특징이라 충분히 그가 사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칸은 어떨까. 이번 칸 영화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클레어의 카메라> 같은 경우는 지난해 칸 영화제 기간 중 촬영해 화제가 됐다. (관련 기사:
홍상수-김민희의 만남, 칸에서 촬영 시작)
중국집을 사랑한 감독
▲ 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 촬영지들 전경. ⓒ 이선필
영화는 구시가지 일종인 올드 칸 골목과 그 인근 식당, 그리고 해변가 등에서 촬영됐다. 김민희와 이자벨 위페르, 그리고 장미희,
정진영이 서로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영화 초중반 등장하는 올드 칸 골목엔 기본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장사하는 이른바 맛집이 많다.
<클레어의 카메라> 초반 영화사 대표에게 해고를 통보받는 곳이 바로 올드 칸 골목의 한 식당이다. 이곳 역시 최소 10년이 넘은 꽤 오래된 곳으로 영화제 기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었다. 당시 촬영은 낮부터 저녁까지 이어졌으며, 최소한의 스태프가 골목 일부를 막고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영화에서 중요한 촬영지 중 하나가 중식당이다. 기자가 묵는 숙소 근처에 바로 이 식당이 있었다. 유명 영화감독(정진영)이 애인이자 영화사 대표(장미희)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 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 촬영지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사진. ⓒ 이선필
프랑스계 중국인이 운영하는 이 집은 보통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운영하는 다른 식당과 달리 딱 끼니때만 문을 열고 영업한다. 나름 소신 경영이다. 기자도 몇 번 식사하기 위해 찾았으나 번번이 문을 닫아 헛걸음하기 일쑤였다. 저녁 운영 때 맞춰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만두와 국물 요리, 볶음밥 등이 맛있었다.
이곳의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작년에 홍상수 감독이 스태프들과 와서 영화도 찍고 식사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그때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운영했을 때였기에 정확한 내용은 못 들었지만, 굉장히 점잖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마침 여동생이 <클레어의 카메라>를 보러 간다더라. 물어보고 영화가 어땠는지 말씀드리겠다"며 웃어 보였다.
인적이 드물고 동시에 맛있기도 한 곳이었다. 역시 홍상수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장소였다. 또 다른 진출작 <그 후>에서도 한국 중식당이 등장하는 걸로 봐서 요즘 홍상수 감독은 중식에 빠져 있는 듯하다.
현재(24일 기준)까지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유럽권 영화전문가들에게 호평받으며 한 층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클레어의 카메라> 촬영지 모습. <그 후>와 함께 칸에서 주목받고 있다. ⓒ 이선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