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8일, 두 명의 호주 국가대표 선수 로비 크루스와 제임스 홀런드가 랴오닝 훙윈을 떠났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한국 축구팬들의 이목을 먼저 끈 부분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이적 시장에 나왔다는 것이지만, 해당 소식을 발표한 것이 구단이나 선수 본인이 아니라는 점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을 발표한 것은 다름 아닌 호주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PFA')다. PFA는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슈퍼리그의 랴오닝 훙윈이 크루스와 홀런드에게 3개월 치 임금을 체불함에 따라 FIFA 규정에 의거해 두 선수가 자유 계약 신분이 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PFA는 호주 언론을 통해 호주 선수들이 지난 2년간 중동 및 중국 등 아시아 클럽들에 의해 체불당한 금액이 총 860만 호주 달러(한화 약 71억 9천만 원)에 이르며, 클럽을 떠나기 전에 받기도 했지만 경우에 따라 받아내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는 사실 역시 공개했다.

호주 프로축구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PFA는 호주축구협회에서 리그 시스템 및 규정 등 선수들의 권익과 직결된 제도의 변경을 논의할 때 선수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물론 이번 사건과 같이 선수들이 권익을 침해 당하는 경우가 생기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나선다.

이러한 형태의 선수협회는 호주는 물론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축구 강국들부터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남아공 등 프로 리그 수준이 높지 않다고 평가받는 국가들에까지 존재할 정도로 축구계에서는 보편적인 단체다.

각국의 선수협회들은 국제축구선수협회(이하 'FIFPro')에 가맹해 국제 축구계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의 축구 강국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은 이 점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2014년 1월 연맹 산하로 선수위원회의 설립을 의결하고 같은 해 12월 첫 모임을 개최한 후 매년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허울 뿐인 조직으로 남아있다.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및 구단들과 공조하면서도 때때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부딪혀야 할 선수들의 협의회가 연맹 산하로 창설되고, 운영되어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애초에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는 태생적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세계의 일반적인 선수협회들은 당연하게도 축구협회나 리그 운영 기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호주와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의 선수협회는 나아가서 각국의 노동조합과도 긴밀히 연계하고 있기도 하다.

K리그엔 아직까지도 선수 동의 없는 이적, 계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발생해 선수들의 이적을 가로막는 보상금, 세계 프로리그에 유례가 없는 임의탈퇴 등 공리라는 이름 아래 일방적으로 선수들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후진적인 제도들이 많이 남아있다.

축구인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구단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맹 이사회에서 이런 제도들의 페지를 먼저 논할 가능성은 낮다.

연맹에서는 향후 경쟁적인 관계가 될 지라도 장기적인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독립적인 선수협회의 창설을 도와야 한다. 축구계에서 작지 않은 힘을 갖고 있는 원로 축구인들도 후배 선수들을 위해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업에 있는 선수 및 선수 출신 지도자들의 관심과 노력이다.

FIFPro에는 60개의 회원국이 있다. 팔레스타인, 몰타 등 축구계에서 한참 변방으로 취급받는 국가들도 정식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가봉, 파나마 등까지 가입 후보국으로 올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선수협회조차 갖추지 못한 채 FIFPro의 '참관국'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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