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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가 공주보 상류 300m지점에서 찍은 너구리.
 제보자가 공주보 상류 300m지점에서 찍은 너구리.
ⓒ 제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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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적흐느적 한발 한발 걷는데 목덜미와 등허리에 파리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흉측한 모습이었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처참한 모습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24일 평소처럼 이른 아침부터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금강을 찾았다. 6월 1일 정부의 수문개방을 앞두고 모니터링을 위해 찾아간 곳은 백제보 인근이다. 지난밤 내린 비에 젖은 수풀 때문에 발걸음이 무겁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물속을 걷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한 목소리였다. 어렴풋이 공주보 인근에서 야생동물이 죽어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장화도 벗지 못하고 공주보로 다급히 차량을 몰았다.

공주보 우안 300m 상류에서 지난번 강변에서 만났던 낚시꾼을 만났다.

제보자가 공주보 상류 300m지점에서 찍은 너구리.
 제보자가 공주보 상류 300m지점에서 찍은 너구리.
ⓒ 제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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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너구리 같아 보이는데 병에 걸렸나 봐요.
지난번 기자님이 올리신 기사에서 봤던 병 걸린 너구리와 비슷해요, 그런데 곧 죽을 것 같아요.
수풀 속에서 스윽 하고 지나가는 동물이 있어서 따라 갔는데, 너무 흉측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따라가는데도 흐느적흐느적하면서 걷다가 힘이 없는지 그냥 털썩 주저앉았어요. 가까이 다가 가보니 등허리와 목덜미에 파리들이 잔뜩 달라 붙어있었어요."

상황은 이렇다. 제보자가 공주보 상류에서 낚시를 하다가 봤다는 야생동물은 사진을 확인한 결과 너구리로 보였다. 지난 3월 공주보 상류 500m 지점에서 발견된 너구리와 흡사했다. 당시 피부병이 걸린 상태로 발견된 너구리는 털이 빠지고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관련 기사: 처참한 몰골 드러낸 금강, 야생동물도 비틀거린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 사이로 야생동물이 들락거린 흔적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너구리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낚시꾼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버려진 음식물과 떡밥 등을 먹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현장을 찾았던 김성중 대전충남 녹색연합 팀장은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이 썩어가고 있다. 금강의 썩은 물을 먹고 살다 보니 야생동물도 강처럼 죽어간다"면서 "강에 사는 다른 동물들도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서 금강 3개의 수문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후 철거까지 되어야만 예전의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근 강물에서는 죽은 물고기와 새까지 발견되었다. 죽은 물고기 사체에선 구더기가 꿈틀거린다. 바람을 타고 악취까지 진동한다.


태그:#4대강 사업,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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