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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을 마친 후의 노동자의 손
 고된 일을 마친 후의 노동자의 손
ⓒ jesse orr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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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소설 <제르미날>은 '나는 다음 세기에 가장 중요해질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미래를 예언하고 싶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가 말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동 문제'였다. 에밀 졸라의 소설이 바탕인 영화 <제르미날>에 등장하는 탄광 노동자들은 '왜 우리만 가난해야 하는가?'라고 외친다.

그들이 받는 생존 이하의 임금은 노동이 더 이상 그들의 생계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제르미날>에 나오는 탄광 노동자들의 좌절과 절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이렇듯 최저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시급 1만 원은 불가피하다.

우선 현재의 최저시급(6470원)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따라서 최저시급을 최소한 1만 원으로 인상해야 근로자들의 삶이 질이 향상될 수 있다.

2년 전,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가 영국 런던에 머물며 페이스북에 2시간 치 최저임금(13.4파운드, 약 2만 3천 원)으로 장을 본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돼지고기와 맥주 한 병, 1.1리터 우유와 오렌지 주스 1병, 감자 1봉지, 양상추 1개와 버섯 1통, 토마토와 딸기, 요거트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반면 당시 한국의 2시간 최저임금 1만 1600원으로 살 수 있는 건 생수 1통, 바나나, 라면 2개, 감자 두 개와 고기 한 팩 정도였다.

현재의 최저시급이 6470원으로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구매목록에 큰 변화는 없다. 또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은 현저하게 낮다. 최저시급 6470원을 받고 주당 40시간을 일한다고 할 때 월급으로 135만 2230원을 받게 된다. 이는 단신 가구 생계비인 167만 3803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5년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나라 중 17위다.

마지막으로 임금을 인상하면 근로자들의 소비를 장려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영국은 최저임금 시행 전보다 저임금 일자리가 15.8%나 늘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소득이 늘어나자 민간 소비가 활발해져 일자리가 확대된 것이다.

정원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임금 인상은 내수를 확대해 경기를 회복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원천"이라며 "저임금계층은 고임금계층에 비해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커 내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즉, 임금이 늘면 여유가 생겨 소비가 증대되고 결국 내수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주는 고용을 낮출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장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는 경비원을 잇달아 해고했고 영국 체인점 형태 유통업체는 최소 3700명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또한,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6.8%로 선진국 평균의 2.5배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계층이 두껍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3년 최저임금 위반 신고 건수는 1101건으로 전년보다 44%로 급증했다. 올라간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만을 올리는 것은 더 많은 범법자를 양산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 데이비드 카드 미국 버클리대 교수와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의 연구결과는 사뭇 다르다. 최저임금을 20% 가까이 올린 뉴저지 주와 임금을 동결한 펜실베이니아 주의 사례를 비교한 결과,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오히려 고용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이 최저시급 인상 때문일까? 그들이 처한 어려움의 핵심 원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과당경쟁, 높은 임대료 및 수수료 등이다. 마지막으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최저시급조차 못 받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일과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시급 1만 원은 동시에 이뤄져야 할 사항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2015년 연봉으로 149억 5400만 원을 받았다. 시급 596만 원. 최저임금 1만 원 일자리 596개에 맞먹는 액수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총수는 지난해 배당금 1899억 원을 받았다. 월 158억 원, 월 158만 원을 받을 수 있는 1만 개의 일자리에 해당한다.

이처럼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 약 66%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저시급 1만 원으로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


태그:#최저시급, #최저시급 1만원, #노동문제, #최소한의 삶, #최저생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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