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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신뢰
▲ 아이를 믿어주기 존중과 신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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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유치원 가기 전까지 팬티 입는 걸 싫어해서 매일 '노팬티'로 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입히는 습관을 들였어야 하는데 '아직 아이인데 뭐 어때' 하고 넘어간 게 잘못이었다. 어쩔 때는 그냥 군말 없이 입고가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안 입겠다고 울고 소리질러댔다.

"팬티 싫어. 불편해!"

심한 날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면서 벗겨달라고 서럽게 울어대서 결국 길거리에서 팬티를 벗겨서 등원시켜야 했다.

"아이들이 이유 없이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들이 조언해줬다. 아이가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어차피 나이가 들면 팬티를 안 입은 게 창피하고 불편한지 깨달을 거라고 너무 억지로 입히지 말라고 했다.

일단 삼각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으니 사각을 사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차' 싶었다. 어른들도 보면 삼각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이가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가 그려진 팬티를 사주며 여러 가지 방안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입으라고만 다그쳤지, 아이를 위한 다른 방안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를 믿고, 취향 존중해주기

아이 입장과 취향은 존중하지 않고, 엄마의 판단 부족이었다. 괜한 투정이겠거니 치부해버린 걸 후회한다. 그동안 내가 아이를 믿지 않고 무조건 강요한건 아닐까 돌아보니 그런 경우들이 많았다. 요즘 아이가 유치원 끝나고 와서 보면 잔뜩 소변을 참고 있었다.  

"왜 소변 참았어?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했어야지."
"괜찮아. 집에 금방 오니까. 엄마가 해줄 거잖아."

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하는 거라 익숙하지 않으니 소변을 보는 게 거부감이 드나 보다 싶었다. 이후로도 자꾸 쉬를 참고 오길래 그럼 몸이 아프다고 그러지 말라고 거듭 당부를 했다. 그러자 아이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날 믿어봐."

순간 아이를 다시금 보게 됐다. 벌써 많이 자랐구나. 요즘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유치원에서도 안심하고 편하게 소변을 볼 수 있게 동화책이나 상황극으로 차근차근 연습시켜야 했던 것인데, 소변을 참다 보면 아이가 방광염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만 앞서서 잔소리만 했다.

아이에겐 모든 게 처음이고, 또 나도 학부모가 된 게 처음이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당연히 있을 수 있는데 그걸 이해해주지 못했다. 빨리 고치라고 다그치고 믿어주질 않았다.

아이가 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성급하게 서두르라고 재촉하지 말아야겠다. '어린 네가 뭘 아니. 제발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꼰대식 사고는 그만둬야 한다.
느린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하다보면 언젠가 아이는 자라있을 것이다. 늦더라도 아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를 믿어주는 게 필요하다.


태그:#팬티, #소변, #아이, #믿음,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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