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처럼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번 대선은 9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의미도 있지만 20주에 걸친 촛불 혁명의 화룡점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거 운동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슈퍼문' 유세단 부본부장을 맡아 활약했던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대선 승리 축하드립니다. 9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어 민주 정부 3기가 출범했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민주 정부 3기 출범에 대한 소감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세상이 많이 바뀌고 대통령 한 명이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많이 느끼죠. 보통 당선 후 일주일이면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거의 박근혜가 지난 4년간 했던 일을 다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잘해주고 계셔서 그게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 게 기대가 되기도 하죠.

87% 정도가 '문 대통령이 잘할 것'으로 보는 여론조사가 나왔었는데 지금 국민의 열망과 마음을 다 담아서 퇴임하실 때에도 지금보다 더 높은 인기를 가지고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실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스템과 제도에 의한 민주주의가 되어야

- 무엇이 가장 기대되나요?
"저는 선한 지도자 한 명이 선의를 베풀어서 행해지는 민주주의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스템과 제도에 의해서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렇게 되면 비록 대통령일지라도 위임받지 않은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 용인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게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일 텐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것들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것 같아요.

단순하게 일자리 몇 개 만들고, 외교적으로 어떤 하고 하는 한두 가지의 'case by case(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면에 걸쳐있는 붕괴된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거죠. 아주 단순하게 보면,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비서실장이 통화하니 그러지 말고 김관진 실장이 직접 보고하라고 했잖아요. 그것이 주는 메시지도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선 그동안 비서실장처럼 대통령과 훨씬 가깝고 힘 있는 사람들이 전문성과 별개로 이 일을 진행해 왔지만, 이제는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일을 책임지게 해놓고 권한을 정상적으로 부여하는 거죠. 한국사회엔 사실 똑똑한 공무원들과 유능한 전문가들도 많기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문화 모든 것들이 바로잡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습니다."

- 출구조사 결과 큰 표차가 났잖아요. 물론 당선은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출구조사 발표가 났을 때 느낌은 달랐을 것 같은데.
"제가 선거기간 유세본부 부본부장을 맡아서 전국의 유세를 같이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전국의 민심을 느끼기도 하고 상대 후보 유세현장 상황도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죠. 물론 이길거란 생각은 했습니다. 훨씬 더 압도적으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투표율은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새로운 광복을 맞이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서 8.15, 81.5%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실제로도 사전투표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충분히 80%까지 가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그건 좀 아쉽단 생각이었어요.

두 번째는 후보가 많이 나와서 일대일 구도일 때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51.8%를 넘어서 5.18을 헌법정신에 헌법 전문에 좀 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들은 있었죠. 근데 그렇게까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실적인 목표치라고는 보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었죠.

근데 사실 마지막까지도 불안했어요. 선거라는 게 아무리 앞서나가도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거죠. 그 당시 정의당의 선전, 홍준표 후보가 갑자기 기세 있게 치고 오는 것, 그리고 탈당사태가 빚어진 바른정당이 동정표를 얻게되는 상황은 결국 문재인 후보의 표를 뺐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걱정이었어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41.1%라고 하는 국민의 뜻에 만족해요."

국민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을까

- 국민이 문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선거는 일반적인 선거가 아니라 국정농단사건 이후에 탄핵으로 말미암은 보궐선거 측면이 있었잖아요. DJ를 국민들이 뽑을 때도 IMF 환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고민에서 준비된 김대중을 뽑았잖아요. '이명박근혜로 어렵고 힘들어진 대한민국 사회를,인수위도 없는 시기에 바로 책임지고 원활하게 할 사람이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보수 진영에서 선택하기 부끄러운 홍준표 후보 같은 사람이 올라오면서 문 대통령을 선택한 거죠. 유승민 후보였으면 더 선전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은 있어요. 유권자 입장에서도 찍는 사람이 부끄러워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홍 후보의 선거 전략이나 본인의 스탠스가 너무 편향되었죠. 특히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은 훨씬 더 품격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이들이에요. 유권자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 게 아닐까 하죠. 보수 진영의 후보가 별로 너무 좋지 않았던 것도 승리의 한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정계 입문 후)  대선을 치른 게 이번이 두 번째죠. 18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2위였고 이번엔 줄곤 1위라서 달랐을 것 같아요.
"선거는 구도가 반이고 후보가 반이에요. 이번엔 둘 다 우리에게 너무 좋았죠. '후보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무슨 말이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가 4년 전에도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이번도 같이 했습니다만, 그때 후보는 준비가 덜 돼 있는 듯한 상태였죠. 

꼭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의지가 컸다기보다는 소명으로써 그 자리를 맡았던 게 컸다면 지금은 자신이 이 권한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대통령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본인의 의지가 워낙 커서 그 열망이 국민들에게 전해졌죠.

4년 전엔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상이 좀 달랐죠. 그때는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로서 잘 통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컸는데 박근혜 정부 4년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이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은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이란 사람이 가진 따뜻한 감정, 소통의 리더십 이런 것들이 중요하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후보의 권력의지도 중요한 것 같은데 권력의지가 왜 중요할까요?
"대한민국 사회는 권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죠. 그런데 출마를 해서 그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하면 그 자리 자체를 누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언가 할 힘을 갖고 싶은 거잖아요. 그 힘을 통해서 이 사회를 정상화하고 싶다는 마음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계속 말하는 것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국정의 청사진을 다 준비해놨고 자신은 집권할 준비가 다 이루어졌다고 했던 말 안에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내가 하고 싶은 방향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것을 위해서 나에게 힘을 주면 좋겠다'라는 요구사항들이 국민들에게 다가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참여 정부에서의 국정 경험도 주효한 것 같아요.
"그렇죠. 어쨌든 참여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죠. 그리고 정당에서는 국회의원과 당 대표, 또 대통령 후보까지 경험을 다 해봤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는 거의 다 해본 거죠. 그러나 아마 우리 선거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면 문재인 이외에 다른 카드들에 여러 변수가 있었을지 몰라요. 그런데 이번은 인수위도 없고 바로 국정을 수행해야 하고 나라의 위기도 심각하다는 것을 국민도 느꼈기 때문에 안정감과 경험이라는 것이 아주 큰 포인트로 작용했겠죠."

슈퍼문 유세단,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시작

- 선거 운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슈퍼문 유세단으로 전국의 유세를 다 다녔어요. 이번 유세단이 대한민국 정치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시작을 만들었다고 저는 자부하거든요. 대부분의 정치유세는 후보자의 연설이 끝나면 다 집에 가죠. 더 이상 볼 게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전국 어디서도 후보가 퇴장한 뒤에도 집에 가지 않았어요. 슈퍼문 유세를 같이 보려는 거죠. 저희에게 유명한 가수나 탤런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같이 즐기고 공감하고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정치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멋진 지도자 한 명이 말발 좋게 연설을 잘한다고 그거 듣고 감동, 감화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는 결국 국민들이 함께 이루어가고 국민 중에서도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항상 연대해 나가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슈퍼문 유세단이 그 기틀을 아주 잘 만들어 준 것이죠.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슈퍼문 유세단과 비슷한 형식으로 하지 않으면 정말 재미없는 선거가 될 것이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별로 남지 않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선거 공학적으로 봐도 사람들은 현장에 안 가도 연설을 들을 수 있지만, 현장에 가는 이유는 같은 유세장에 온 사람들과의 교감 때문이거든요. 근데 그 교감을 훨씬 더 증폭시켜 준 것이지요."

- 이번엔 당선보다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도 관심거리였는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위를 차지했어요.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3위인데 이 결과는 어떻게 보세요.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죠. 물론 여론 조사상으로는 안 후보가 2위를 유지해 왔지만, 안 후보의 2위는 사실 고정지지 세력이 없는 것이었잖아요. 그래서 안 후보 지지는 부평초 같은 지지였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홍준표라는 보수 후보가 워낙 당선 가능성이 낮았고, 인기가 없다 보니 보수 표를 안 후보가 흡수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는 홍 후보가 2위는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니 원래 자기 성향에 맞는 지지자 표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거죠.

지금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 비슷한 상황이 된 것이잖아요. 그러면 호남의 표심이라도 확보를 해야 했는데 안 후보는 선거 국면 내내 중도를 지향하고 보수에 손을 내밀었단 말이에요. 그럼 호남 사람 입장에서는 굳이 그 선택을 할 필요가 없죠. 문 후보가 더 호남을 갈구하는 것 같고 더불어민주당이 더 일을 잘할 것 같으니 돌아설 수 있는 거죠. 선거를 치러보면 결국 집토끼를 지키는 싸움이에요. 집토끼를 지키는 과정에서 중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여주는 것이지 중도층에 손을 내민다고 선거에서 이기는 게 아니거든요."

"국민의당, 심리적으로 쫓길 것"

- 국민의당 처지에서는 호남을 잃은 게 뼈아플 것 같고, 바른정당과 연대 혹은 합당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바른정당과 합당한다면 악수 중 악수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결국, 똑같은 비판인데 작지만, 국민의당에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대를 만족 시키는 정치를 해야죠. 호남 유권자 중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고 바른정당 지지자들 중에도 국민의당과 합당을 지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정치공학적으로는 유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민심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성립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전 이 문제에 있어서 국민의당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고 봐요. 바른 정당은 조금 더 유연한 스탠스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바른정당은 여당과 스탠스가 반대에 있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국민의당은 우리 당과 비슷한 스탠스이고 같은 뿌리기 때문에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입장을 계속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될 거예요. 국민의당은 심리적으로 쫓기겠죠. 그런데 그 쫓김 때문에 악수를 두지 않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조금 더 시간을 지켜보고 본인들이 가야 할 길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민주당과의 합당 혹은 연정은요?
"정치는 어떻게 될지 모르죠. 전 그게 꼭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당을 쪼개고 나갔으면 나갈 땐 이유가 다 있는 것이잖아요. 연애도 하다 보면 헤어진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다시 사귀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사귀면 또 똑같은 이유로 헤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정당도 헤어질 때는 이유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어요. 다시 합당하면 잠깐은 함께 살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또 어느 때가 되면 같은 이유로 헤어지거든요.

한국 사회의 정치구조도 다당제로 갈 필요가 있죠. 그래서 제도적으로 큰 정당과 작은 정당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의원 수에 맞도록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죠. 집권당이 됐다고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한다면 과연 국민이 동의할 것인가하면, 전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 하지만 여당이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정부의 일을 뒷받침할 텐데, 여소야대라면 힘들지 않을까요.
"물론 정치적 수사로서는 그렇게 얘기합니다만, 120석은 작은 게 아닙니다. 원내 1당으로 충분히 싸워나갈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죠. 지금은 저희가 행정부 권력을 가지고 있고, 국회 권력도 특정 정당이 과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너무 의석에 안달할 필요도 없어요. 충분히 해나갈 수 있는 숫자죠. 또 국민의 열망과 염원이 있으면 정치인들은 따라가게 돼 있어요. 자기도 살아야잖아요? 정치개혁 측면에 있어서 특별한 어젠다가 생겼을 때 국민의당 등이 반대하지 못해요."


태그:#김광진, #대선 , #문재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