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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돌산에 둘러싸여 가까운 동네도 산을 돌아 60km나 가는 외진 동네 게홀로르. 이곳에서 만지히(나와주딘 시디퀴 분)는 아내 파구니아(라드히카 압테 분)와 가난하나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어느 날, 파구니아가 돌산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자 만지히는 병원에 일찍 도착했다면 아내를 살릴 수 있었다는 마음에 돌산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그 후 만지히는 돌산을 부수기 위해 매일 산에 오른다.

만지히가 살았던 게홀로르 마을은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오지로 시내로 가는 길은 모두 산으로 막혀있었다. 학교나 병원에 가려면 산을 둘러 먼 길을 돌아가야 했으나 하층민이 사는 마을이기에 관심을 쏟는 이가 없었다. 1960년부터 1982년까지 22년간 매일 망치와 정을 들고 돌산에 오른 만지히는 마침내 총 길이 100m, 폭 9.1m, 높이 7.6m의 길을 냈다. 돌산을 깨는 작업을 마친 후에도 관청에 포장도로의 건설을 요구하는 민원을 계속 제기했다.

2007년에 그가 사망하고 4년이 흐른 뒤 인도 정부는 마침내 게홀로르 마을로 가는 도로를 완공했다. 만지히가 처음 돌산을 깨기 시작한 지 52년 만의 일이었다. 현재 그가 살았던 마을은 '다스라스' 마을로 불리고 '다스라스 만지' 병원도 지어질 예정이다. 만지히는 죽었으나 그를 향한 인도 사람들의 존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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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돌산을 깬 다스라스 만지히의 생애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용감한 기자들> 등 다수 예능, 교양 프로그램과 각종 언론 보도로 소개되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영화 <마운틴맨>은 다스라스 만지히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영화는 두 가지 질문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 하나는 "산을 부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하나는 "어디서 그렇게 버티는 힘이 나오나?"이다. <마운틴맨>은 이것의 해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마운틴맨>은 몇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통 인도 영화는 뮤지컬 형식으로 친숙하다. 현란한 춤과 노래,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력 등 인도 영화를 대표하는 뮤지컬 문법을 <마운틴 맨>은 거부한다. 음악은 다소 과한 느낌은 들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인도 영화에서 드문 메소드 연기(배우가 극 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방법)도 만날 수 있다. 만지히 역을 맡은 나와주딘 시디퀴는 인도에선 뛰어난 메소드 연기로 주목받는 배우다. 만지히의 청년기와 노년기를 전부 소화한 그는 인도 매체와 인터뷰에서 "만지히는 메소드 연기 없인 힘들다"라고 밝혔다. 그는 만지히의 인터뷰 영상과 신문내용을 철저히 연구하여 실제 어투와 습관까지 훌륭히 재연한다.

대부분 극 중 인물이 나이가 들수록 동작이나 말투가 느려지게끔 연기하는데 <마운틴맨>은 반대로 빠르게 표현한 점도 흥미롭다. 이 점을 나와주딘 시디퀴는 "몸은 늙어가나 열정은 넘치고 마음은 열려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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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맨>에서 돌산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만지히는 산을 보며 "네가 그렇게 대단해? 똑바로 봐. 내가 너를 어떻게 부숴버리는지"라고 울부짖는다. 산은 아내를 죽인 원망의 대상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무력함이다. 영화엔 만지히가 아내에게 타즈마할 모형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굴 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지은 무덤 '타즈마할'처럼 만지히는 돌산을 깨며 아내를 위한,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씻는 무덤을 만든다.

만지히가 돌산을 깨는 세월 속엔 인도의 현대사가 녹아있다. 인도는 철저하게 신분을 나눈 '카스트 제도'로 유명하다. 이런 위계질서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만져서는 안 되는 '불가촉천민'으로 취급받았다. 시간이 흘러 카스트 제도는 폐지되었으나 지배 계급은 국회의원, 이장, 위원장 등으로 모습을 바꾸어 권력을 계속 휘두른다. 그들은 만지히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정부 보조금을 빼앗고 유명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 만지히를 막는 돌산은 하층민들의 삶을 억압하고 피폐하게 만드는 모든 부당함인 셈이다.

만지히는 계속 산과 대화를 나눈다. 처음엔 증오의 대상이었던 산은 서서히 친구로 바뀐다. 그의 변화는 "좋다, 멋지다, 최고다!"를 끊임없이 내뱉는 긍정의 자세로 드러난다. 그리고 "너무 신에게 의지하지 말게. 신이 우리를 의지하는지도 모른다"란 대사를 들려주며 관객을 깨달음으로 이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마침내 그는 길을 만들었다. 신이 답을 주길 바라지 않고 스스로 찾았기에 이룬 결과다.

<마운틴맨>은 분명 만듦새가 투박하다. 전개도 매끄럽지 않다. 그러나 실화 자체가 가지는 힘이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닌다. 만지히는 홀로 여정에 올랐으나 도착할 즈음엔 그의 옆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 속엔 아내를 향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또한, 사회의 부조리함을 부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엿보인다. <마운틴맨>은 적폐를 없애는 첫걸음을 뗀 우리나라엔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산과 싸우던 남자로 시작해서 자신의 길을 찾은 남자로 끝맺으며 영화는 외친다. "네 행동이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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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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