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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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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특허 환한 미소의 줄리아 로버츠가 보여주는 피자와 파스타 먹방, 아름다운 발리의 풍경으로 기억되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SNS용 얄팍한 힐링 콘텐츠로 소비되는 영화지만 어쨌거나 이탈리아, 인도, 발리 세 나라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유로운 자아 찾기 여행이라는 스토리는 '여행 뽐뿌'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베스트셀러 원작에 비해서도 지루하고 상상력이 결여되었다는 평은 듣지만, 어쨌든 간에 일에 치여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아무렇게나 틀어놓고 보기는 괜찮다.

영화의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 분)는 뉴욕 맨해튼에 사는 작가. 결혼한 지 8년이 된 남편과 꽤 괜찮아 보이는 삶을 이루어 살아간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지만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리즈, 같이 삶을 살아가지만 다른 배를 탄 기분을 느낀다. 리즈는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단을 내리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삶이 짜잔 하고 나타나지는 않는다. 매력적인 그녀는 금세 28세밖에 안 된, 한참 연하의 남자친구가 생기지만 그를 사랑해서 사귀는지는 확실치 않다.

"지금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그 품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날 잃었다."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기는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리즈, 그래서 깊은 우울에 빠진 리즈지만 어린 남자친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15살 때부터 연애만 하다 시간이 다 갔어! 나 자신을 찾을 시간은 없었어. 난 이탈리아에 갈 거야!"

"왜?"

"난 예전에는 식욕과 의욕이 넘쳤거든, 근데 지금은 다 사라졌어. 모든 열정을 다시 회복하고 싶어,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아이스크림과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그러니까 리즈가 여행을 결심한 이유는 대단히 특별할 건 없고 누구나 그렇듯 '어느 날 문득 세월을 뒤돌아보니 나이만 먹었고 그런데도 길은 모르겠고 내가 진짜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다'는 흔한 이야기다. '여행이 무슨 자아 자판기냐' 싶기도 하지만 여행할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인생의 길은 잃었는데 여행을 가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나라도 당연히 갈 것이다.

즐기면서 느끼는 죄책감? 이탈리아엔 '달콤한 게으름'이란 게 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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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의 여행지는 총 3곳으로 로마, 인도, 발리이며 순서대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곳이다.

첫 여행지 로마,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다이어트 걱정에서 벗어나 맛있는 젤라또와 파스타, 피자를 마음껏 먹는 시간이다. 별 목적 없는 여유로운 자아 찾기 여행에 그 배경은 이탈리아이니 연애 아니면 썸이라도 타야 할 듯하지만 리즈는 '어쩌다 보면 하게 되는 연애'가 진정한 자아 찾는 것을 방해했다고 여겨 홀로 평정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단단한가, 이제 로마의 레스토랑에서 멋들어지게 주문을 할 만큼 이탈리아어도 늘고 여유도 즐기게 되었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리즈는 맨해튼에 두고 온 연하 남자친구에게 메일을 보낸다.

"억지로라도, 함께라면 행복하니까 힘들어도 같이 살아보자 그런 생각도 했어. 그런데 로마의 아우구스티움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우린 변화를 두려워 해. 현상유지를 한답시고 끔찍하게 망가지지. 내 인생이 문제가 아니라 집착이 문제란 걸 깨달았어. 무너져도 괜찮아.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있잖아. 모든 건 끊임없이 변하면서 발전해. 우리는 서로를 떠나야 발전할 수 있어. 한 번은 무너져야 해."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감상에 잠겨 저런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의아했지만 사람 마음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자아 찾기의 첫 단계가 성공인 듯 아닌 듯, 리즈는 첫 여행지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까지 성공한다.

"나 어쩌지, 죄책감이 들어. 몇 주 동안 먹기만 하고 단어 몇 개 익힌 것이 다야."
"미국인들은 그게 문제야! 죄책감이라니, 정말 즐길 줄을 몰라. 이탈리아 사람의 생활신조 중에는 '달콤한 게으름'이란 게 있어."

이탈리아 사람들과 이런 대화와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니 여유가 안 생기는 것도 이상하다. 이탈리아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인도에 도착한 리즈, 사원에서 합숙하고 명상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기도도 명상도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마음이 시끄럽기만 하다. 심지어 여행을 한다며 제 발로 훌쩍 떠나온 전 남자친구를 다 잊지도 못했다.

"감정이 정리된 줄 알았는데 아직 사랑하나 봐요, 너무 그리워요."
"마음껏 그리워해, 사랑도 그리움도 결국 바닥나. 당신 가슴에서 그 감정을 다 끌어내고 그 남자에 대한 집착을 덜어내.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아? 새 세상이 열려. 그럼 꿈꾸던 사랑으로 그 공간을 채워봐"
"왜 평화가 안 오죠. 전 진짜 노력하고 있다구요."
"자꾸 노력한다 뭐 한다 하지 말고 그냥 좀 가만히 있어, 왜 가만히 있지를 못해."

텍사스에서 온 또 다른 수행자 겸 구루를 만난 리즈, 그에게 현명한 조언을 듣고 마음의 평화를 다지며 이제 발리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평화가 그렇게 단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무너져야 더 큰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거야"

드디어 여행의 종착지, 지상낙원 같은 발리에 도착한 리즈는 몇 년 전 여행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그 할아버지는 우주의 질서를 연구하고 미래를 점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신비한 존재로 우리나라로 치면 '손금을 볼 줄 아는, 도 닦는 할아버지' 정도일까. 도인이나 음양오행류를 비웃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가 상당 부분 동양을 신비화해 바라보는 서양 특유의 시각, 오리엔탈리즘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동양인인 우리 눈에는 다소 우스워 보인다는 것이다.

도 닦는 할아버지와 대안치료를 하는 치료사 아주머니(이 역시 우리로 치면 기 치료사 정도 될까)와 친해진 리즈, 뻔하게도 자아 찾기의 종착지인 발리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 그렇지만 원작을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제 이야기이고 원래 인생에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리즈는 사랑을 만났지만 억지로 만든 현재의 평화가 깨질까 봐, 상대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을 잃을까 봐 주저한다. 그런 리즈에게 할아버지는 조언한다.

"누군가 때문에 자아가 무너지고 평화가 깨질 수 있지. 그런데 그렇게 무너져야 더 큰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거야."

여행을 통해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아의 균형을 찾은 리즈지만 그 평화는 너무나 작고 연약하여 어차피 깨져야 했던 것이다. 리즈는 작은 자기만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랑에 뛰어든다.

다소 뻔한 스토리이지만 영화를 보면 여유를 갖고 인생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행이 자아를 찾아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지만 어쨌거나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은 인생을 다시 한번 되짚게 하고 무엇보다 이 팍팍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

클래식 까르보나라와 토마토바질파스타
 클래식 까르보나라와 토마토바질파스타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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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밥상 레시피] 클래식 토마토바질 파스타와 까르보나라

이 영화를 기사로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탈리아에 가서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먹고 싶다는 열망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에서 느낀 것은 이탈리아 음식은 정말로 정말로 맛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왜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지 않았나 하는 슬픔이었다.

영화에서 리즈가 바질이 올라간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은 '스파게티오페라'라는 클립으로 돌아다닐 정도로 유명하다. 별 재료도 들어가지 않은 단순한 스파게티이지만 그것을 먹는 리즈는 거의 스파게티가즘을 느끼는 듯하다.

이것은 맛있는 재료와 적절한 조리의 승부로, 집에서 이 맛을 비슷하게 느끼고 싶다면 수입 홀토마토 캔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나라는 소스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토마토 품종만을 키우기 때문으로 신선한 토마토로 만드는 파스타에 대환 환상은 버리자. 비록 토마토 캔으로 만들어도 맛있는 파스타면과 파르마산 치즈를 준비해 적절히 조리하면 충분히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같이 만든 것은 까르보나라다. 우리나라엔 베이컨+생크림 범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본토의 까르보나라는 구안찰레와 달걀노른자, 파르마산치즈가 주재료다.

파르마산치즈와 페코리노치즈를 섞어 써도 좋다. '원조의 맛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요즘 시대에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본토의 까르보나라의 맛에 손을 들게 된다. 구안찰레는 돼지의 볼살로 만든 베이컨의 일종으로 백화점 마트나 수제가공육 전문점 등에서 구할 수 있으며 없다면 베이컨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포인트는 반드시 통후추를 갈아서 잔뜩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분쇄된 후춧가루는 풍미가 한참 떨어져서 제 맛이 안 난다. 

아무튼 이 두 가지 파스타는 간단하지만 잘 만들면 엄청나게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전문가들에게 들은 파스타에 대한 여러 얘기 중 기억나는 것은 해산물이 들어가는 파스타에는 치즈 가루를 뿌리지 않는다는 것, 파스타를 먹을 때 한 손에는 숟가락을 한 손에는 포크를 들고 숟가락 위에 돌돌 말아가며 먹는 것은 이탈리아에 없는 해괴한 방법으로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 일본이 아닌가 싶지만 미국에도 그 방식이 옳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 이야기는 파스타를 알 덴테로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많이 먹으면 찌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로 알 덴테로 삶은 파스타는 푹 삶은 것에 비해 GI지수가 낮다고 한다. 맛있는 파스타를 잔뜩 만들어 쌓아 놓고 세상 시름을 잊은 채 마음껏 먹어보자. 세상에 맛있는 파스타보다 좋은 것이 몇이나 있을까?

토마토바질파스타

재료분량 2인분
재료 파스타면 160g, , 양파 ⅓개, 마늘 4개, 홀토마토 450g, 토마토페이스트 1큰술, 생 바질 잎 4~5장, 월계수 잎 1장, 오레가노 약간, 파르마산치즈·올리브유·소금·후춧가루 적당량씩

1. 양파는 잘게 다지고 마늘은 칼등으로 눌러 으깬다. 소스팬에 올리브유를 붓고 약불에서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향이 올라오면 홀토마토를 붓고 토마토페이스트와 월계수 잎, 오레가노를 넣어 끓인다. 중간중간 홀 토마토를 주걱으로 으깨고 소금으로 간도 한다.
2. 소스가 끓는 동안 면을 삶는다. 면 삶는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소금 ½큰술을 넣어 팔팔 끓인 뒤 파스타면을 삶는다. 봉지에 적힌 시간보다 1분 정도 덜 삶아 알 덴테로 삶는다. 면이 삶아지면 파스타 삶은 물 1컵은 따로 빼둔다.
3. 소스 농도가 되직해지고 맛이 나면 삶은 면을 넣어 재빨리 버무리듯 섞는다. 뻑뻑하면 면 삶은 물을 조금씩 더한다. 불을 끄고 향이 좋은 올리브유를 몇 방울 떨어드려 한 번 더 잘 휘젓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4. 접시에 보기 좋게 담고 파르마산 치즈를 뿌리고 생 바질잎을 올려낸다.

클래식 까르보나라
 클래식 까르보나라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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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나라

재료분량 2인분
재료 파스타면 160g, 구안찰레 100g, 마늘 6개, 달걀노른자 3개 분량, 파르마산치즈 100g, 소금·후추·올리브유 약간씩

1. 면 삶는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소금 ½큰술을 넣어 팔팔 끓인 뒤 파스타면을 삶는다. 봉지에 적힌 시간보다 1분 정도 덜 삶아 알 덴테로 삶는다. 면이 삶아지면 파스타 삶은 물 1컵은 따로 빼둔다.
2. 달걀노른자에 파르마산치즈를 갈아 넣고 치즈가 섞여들도록 잘 휘젓는다. 파스타 삶은 물이 따뜻할 때 1큰술 정도 더해 섞으면 더 잘 섞인다.
3. 구안찰레나 베이컨은 잘게 잘라 달군 팬에 올리브유 약간을 두르고 굽는다. 구안찰레는 올리브유를 안 두르고 구워도 된다. 고기에서 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마늘을 넣고 통으로 익힌다. 마늘이 부드럽게 익으면 살짝 식힌 뒤 기름까지 모두 2의 달걀치즈소스에 넣고 섞는다. 고루 석이면 파스타면을 넣어 면에 소스가 잘 묻도록 고루 섞는다. 뻑뻑하면 파스타 삶은 물을 한 큰술 정도 더해 섞는다.
4. 그릇에 보기 좋게 담고 후추를 굵게 잔뜩 뿌린다. 여분의 파마산 치즈를 곁들여낸다.


태그:#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파스타,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토마토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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