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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학기 치러지는 중간·기말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단다. 이것만 이뤄지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까.
 매 학기 치러지는 중간·기말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단다. 이것만 이뤄지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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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새 정부는 국가수준성취도 평가뿐만 아니라 매 학기마다 응시하는 학교 별 중간·기말고사 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평준화가 무너지며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에 목 메달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 성적 비관 자살…. 매년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 그런데, 시험을 없애버리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현재 중학생인 아이들은 '자유학기제'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적인 교육정책이었으며, 학생들이 진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과수업시간에 예체능 활동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럴 경우, 지필고사 점수 대신 선생님들이 평가하는 수행평가 점수로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실시되고 난 뒤,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사교육은 더욱 횡행했고, 수도권이나 대도시권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지방 아이들의 프로그램의 수준적 차이가 있었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자유학기제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지필고사까지 폐지해버리면 어떤 문제점이 드러나게 될까.

첫 번째로는 기존에 있던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에서 토론·면접·글쓰기 등과 관련한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한 컨설팅 학원들이다.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하는 이 학원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비교과활동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도움이 될 지, 면접은 어떻게 봐야 합격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아무리 유사도 검색을 통해 색별해 낸다고 말을 해도 이렇게 컨설팅을 받은 학생들을 찾아내긴 어렵다. 만약 지필고사를 철폐하고 이런 비교과활동이 더욱 중요해진다면? 오히려 중학생 시절부터 나의 진로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만들어 갈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정이 확실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나마 학생들이 이 살인적인 사교육 스케줄을 감당하고, 터무니 없는 교과과정을 간신히 배워나가는 이유는 '시험 성적을 잘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시험이 없어진다면? 평가하는 방법이 없어진다면?

과연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내용을 잘 들을까? 수행평가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은 나라에서 오히려 선생님들의 부담만 증가시키거나,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주는 '촌지'가 다시 성행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 번째로는 정말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없어질 것이다. 만약 시험을 폐지하고, 수행평가와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진다면 그 때부터는 진정한 '스펙 싸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첫 번째에 쓴 것과 같이 우리 아이는 이 진로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노력했고 또 다른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각종 경시대회, 토론대회, 말하기대회나 혹은 진로캠프들까지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려 할 텐데 교육 평준화를 이룰 수 있을까?

좋은 대회에서 수상하기 위해서 보내는 학원비, 일대일 컨설팅을 위한 과외비, 조금 이름있는 캠프를 보내기 위한 캠프비용. 이를 서민층이 부담없이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입김 세고 경제력 있는 부모들'이 다시 고개를 들지 않을까.

시험 스트레스, 나 역시도 한국 교육과정을 받으며 자라온 학생이기에 얼마나 부담되는지 알고 있다. 입시 부담, 4달도 채 남지 않은 수시기간이 다가오고 있고, 나도 어떻게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렇게 실제 피부로 느끼며 교육정책을 체감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제일 시급히 고쳐야 하는 부분은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수학 1·2, 미적분 1·2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수학 선행학습, 그리고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는 비단 성적뿐만이 아니다. 이 내용들을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우기에는 너무나도 심화된 내용이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주 4시간, 5시간으로는 이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은 봐야 하고, 좋은 성적은 얻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 영어도 마찬가지다. 글로벌시대를 위해 배우는 영어도 실제 외국에 나가서 사용하지도 못하는 걸 배운다. 관계대명사 what과 that을 어떻게 하면 잘 고를 수 있을지, 이 지문은 수능에 연계가 될지, 어떤 단어가 시험에 잘 나오는 단어인지. 이게 '글로벌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일까? '수능·내신 시험 고득점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정말 우리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고,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지 않으며 성적 비관으로 인한 자살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터무니없는 교육과정부터 개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교육과정을 바꾼다고 해서 이 교육환경 악순환의 고리가 한 번에 깨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생각보다 넓은 차원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집권 초기의 문재인 정부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시행해야 할 점은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급진적인 교육정책의 개선, 물론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교육학 전공자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방법이겠지만 과연 그들이 보는 교육과 우리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이 같을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문의하실 부분은 dkwnrmftj@naver.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태그:#교육제도개편, #문재인정부, #일제고사폐지,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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