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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작전명 : C가 왔다>는 노조파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모티프로 만든 연극이다. 5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3주간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상연된다.
 연극 <작전명 : C가 왔다>는 노조파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모티프로 만든 연극이다. 5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3주간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상연된다.
ⓒ 몽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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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노란봉투>(작 이양구/연출 전인철)에 이어 손잡고 연극제 두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 기획을 맡은 시민모임 '손잡고'의 박래군 운영위원과 이양구 작가를 인권재단 사람에서 만났다.

손잡고 연극제는 2014년 노란봉투 캠페인 문화기획의 일환으로 처음 시작됐다. 첫 작품인 연극 <노란봉투>가 2015 한국연극 베스트7에 선정되는 등 호평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연일 매진행렬이 이어지자 연극에 참여한 대학로 연극인들이 수익금을 두 번째 연극을 기획하기 위한 종잣돈으로 기부하면서 연극 <작전명 : C가 왔다>(작 이양구/각색­연출 이동선)가 기획된다.

노동 현실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두 번째 프로젝트의 모티프가 된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
ⓒ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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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①] '노동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연극 기획 배경

박래군 : "손잡고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생계가 파탄나는 것도 모자라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는 지금의 노동현실 때문에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십, 수백억 원의 청구금액에 대한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캠페인을 벌였다(노란봉투 캠페인). 시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하니 '사람이 죽어야 겨우 알려지는' 손배가압류 문제가 널리 알려지더라. 이건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그동안 노동문제에 대응하는 방식들은 손배가압류로 죽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것처럼 사안이 발생을 하면 그제야 대응하는 식이었다. 손잡고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적어도 손잡고의 운동 방향은 노동자의 문제를 우리 사회 전체의 것으로 인식하도록 의제화하고 노동존중을 넘어 노동이 당당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2012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이 늘어나면서, '쌍용차 희망지킴이' 활동을 했다. 당시도 노동 문제가 노동조합 내에 갇혀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민들도 다 노동자 아닌가. 노동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손배가압류도 문제를 드러내면서 우리사회에서 노동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문제제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장을 만들어가는 게 없을까. 고민들이 쌓여갔다.

가장 중요한 게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하게 하는 것.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 같은 것을 지켜보면서 그 고통을 공감하고 느끼면서 우리도 돌아보게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연극'이 좋다."

손잡고와 연극의 공통분모... '분리가 아닌 연결'

이양구 : "연극과 극장은 '분리된 것'이 사실은 '분리가 아니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리스 비극이 고통을 다루느냐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고통이 만남의 지평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다 고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통이야말로 공감의 지점이 된다는 것이다. 고통이 만남의 지평이라면 극장은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살아있는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는 만남의 공간이다. 대단히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이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연극이다. 특히 소극장의 경우는 사람들이 밀도 있게 감각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곳이고 그러다보니 내적 세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게 가능하다.

첫 번째 연극 작품인 <노란봉투>를 하면서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 어떤 분이 '아버지가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는데, 늘 힘들게 투쟁하면서도 계속 지는 것을 보면서 상처를 받았다. 노동운동은 하면 안 되는 것, 싸우면 나만 손해본다고 생각했는데 <노란봉투>를 보면서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런 면에서 생각의 전환을 강렬하게 체험하는 공간이 극장이지 않을까.

저만해도 작품을 하면서 변화가 있었다. 전 <노란봉투> 이전에 노동을 극으로 다뤄본 적이 없다. 첫 번째 손잡고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참고하려고 노동을 소재로 한 연극을 찾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몇 작품 없더라. 1980년대 말에 투쟁 사례극 이후로 공백이 있더라.

그런데 <노란봉투>를 만들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노동'을 다룬 게 없는 게 아니었다. 극을 들여다보면 다들 '노동'을 하고 있다. 그게 가족극, 청소년극, 로맨틱코미디로 호명이 되는데, 사실 노동이 안 나오는 작품이 없다. 노동조합이라는 틀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서 작품을 만드는 연출가도 일상의 노동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고 작품을 바라봐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시민이지 노동자가 아니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시민이 노동자고 노동자가 시민이라는, 그 틀로 다시 바라봐야 '노동'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손잡고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생겼다."

'탄압'은 분리전략, 노동탄압과 예술계 블랙리스트

박래군 : "지배세력도 문화를 통해서 의식을 마비시킨다. 시야를 가리는 것의 수단으로 문화를 쓴다. 예전에 한 카드사가 '부자되세요'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과거에는 물불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번다는 게 천박한 시각이었는데, 이제는 괜찮은 거다. '열심히 일하는 당신 떠나라', 이런 욕망을 계속 자극한다. 돈 벌고 놀고. 그런데 이런 욕망을 자극하는 게 결과적으로 노동을 개인의 삶으로 좁혀지게 했다. 연극이든 드라마든 마찬가지다. 의식을 마비시키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 '친밀한 적'이라고 얘기한다. 신자유주의가 문화를 수단으로 노동을 개인의 삶으로 좁아지게 세뇌시킨다."

이양구 : "폭력이 개입하면서 '못 만나게 하는 수단'으로 예술(행정)이 사용되기도 한다. 연극계 블랙리스트만 보더라도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이 못 만나게 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를 다룬 작품,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만 다루면 문제시하면서 사회와 국가폭력을 분리하려고 했다. 그 분리 전략 중 하나가 블랙리스트였다.

손잡고 프로젝트 첫 작품인 <노란봉투>는 공장 배경이 안산이다. 2014년 안산을 그리며 세월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4년 초연을 했으니 '세월호'가 등장하는 첫 작품이 됐다. 그런데 '세월호' '노동' 두 가지를 이야기하니 블랙리스트에 오르더라.

블렉텐트에서 세월호 엄마가 직접 등장하는 연극이 있었다. 아들의 첫 출근에서 엄마가 아들의 넥타이를 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엄마에게서 뺏어간 게 뭔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 있는데 우리가 감각하기 어려운 것을 연극 작품은 명료하게 보여준다."

박래군 : "고통을 공감하고 느끼면서 우리도 돌아보고 한다. 우리 사회는 공감이 안 되도록 하는 장치들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국가 폭력이나 자본이 국민의 공감 능력을 거세시키면 그 공감을 복구하는 시민들의 역할과 과정이 늘 있었다. 대표적인 게 '세월호'다. '세월호'를 경험하며 공감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 시민들이 탄핵과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공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노동현장에서는 숙제로 남았다."

이양구 : "사실 노동과 사회를 권력이나 자본이 자꾸 분리시키지만 실제로는 분리돼 있지 않고 연결되고 있지 않나. 그 연결 지점도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주제②] 두 번째 프로젝트의 모티프 창조컨설팅

이양구 작가
 이양구 작가
ⓒ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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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 "첫 번째 <노란봉투>는 조합주의 틀 안에서 노동조합 하는 사람을 다뤘다. <C가 왔다>는 노동조합을 깨는 노무법인의 이야기다. 제가 접근하고 싶었던 건 창조컨설팅을 모티프로 하는 '노동조합을 깨는 노동'을 그리고 싶었다.

용역깡패가 하는 노동, 창조컨설팅같은 노무법인에서 일하는 노무사들의 노동, 이런 식으로. 문화계로 치면 블랙리스트를 적용하는 이들의 노동,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게 웃기면서 비극적이다. 작품 속에서 노동하는 노동자가 변하는 모습을 그렸다. 처음에 노무사 자격증을 따고 개업을 해서 해봤는데 잘 안 돼서 밑천을 마련하려고 노무법인에 취직했는데, 해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내 가치관을 변화시켜가면서 자기 자신을 비인간적인 존재로 만들어가는 거다.

'노동'의 시선에서 보니 이게 보이더라. 제 친구가 노무사라 그 친구의 이야기도 참고했다. 노조 측에서 일하면 돈이 잘 안 나온다고 하더라. 창조컨설팅은 돈이 많이 된다. 가치관의 한계라고 하더라.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사람 자체가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안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비인간화를 선택한다."

박래군 : "노무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함께 살자고 파업을 하고, 다른 한 쪽은 구사대로 나온다. 안 그러면 자기가 잘리니까. 생존의 문제가 걸리니 자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양심을 저버린다. 그 도구로 손배가압류가 결정적으로 사용된다."

노조파괴... 파괴가 있다면 파괴하는 자도 있다

이양구 : "<C가 왔다> 대본을 쓰려고 창조컨설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유성기업노동자 홍종인씨를 인터뷰했다. 용역투입, 형사고발, 제2노조 설립, 손배가압류 설립해서 민주노조 탈퇴하고 제2노조로 넘어오면 손해배상을 풀어주는 방식이 굉장히 악랄하더라. 계약서를 보면 몇 월 며칠까지 노조가 50% 감소하면 성공보수 얼마, 20%까지 감소하면 성공보수 얼마 이렇게 비용처리하고 있었다. 사람의 생명, 안전, 행복할 권리들을 돈으로 환산해 놓는다. 더 충격적인 것은 노조파괴 시나리오 과정에 완성차 담당 이사가 개입을 직접 하고 있었다."

박래군 : "파괴 전략을 쓰는 계통이 대부분 그렇다. 용산 참사를 기억해보면, 철거 용역업체도 빨리 철거될 때마다 성공보수 주고 지연되면 손배청구한다. 무조건 철거 시한 내에 하려고 몰아친다. 사람 죽어도 목숨값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 4억 원이 넘어가지 않는다. 4억 원 주고 끝낸다. 세월호 참사, 산업재해도 마찬가지. 비용 대비 안전설비 운영하는 것 보다 사람이 죽으면 보상금 주는 게 더 싸다고 생각하는 거다.

노조파괴,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내 삶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내 삶을 파괴한다. 단지 노조만 파괴되는 게 아니라, 일상도 파괴되는데, 그 가해자들은 숨어있다. 안 보인다.

<C가 왔다> 대본을 보니 숨어있는 가해자를 그리고 있더라. 노조 파괴를 얘기하는 것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파괴가 있다면 파괴하는 자도 있다. 초기에 어떨 때는 갈등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스스로 무뎌져 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성찰해볼 수 있다."

C, 인간 내면을 자극하는 존재

이양구 : "시민들은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옆에서 당하는 걸 보니까 고통을 받고 두려움을 느끼니 지켜보는 사람도 피해자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침묵함으로써 폭력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작품에서 'C'라는 존재는 이런 인간 내면의 이중적 지위를 자극하고 끌어내는 존재다."

박래군 : "인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누구든 피해자의 위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관계 속에서 피해자에 가까운지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지 파악을 해야 하는데, 파악하고 나면 변화도 가능하다. 나는 남성 노동자인데 자본가의 관계 속에서 나는 피해자지만 나는 여성과의 관계에서는 우월적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내가 피해당하는 인식을 하고 억울함을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나 가해에 대한 인식은 없다."

이양구 : "시민의 정치적 각성, 고통받는 피해자만이 아니라 폭력을 묵인 방조하는 배경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각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각이 마비되면 일상생활에서도 부당한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게 된다."

박래군 : "창조컨설팅이 성공한 것의 가장 첫 번째는 노조파괴가 용인이 된 거다. 경찰도 검찰도, 정부와 국회도, 시민사회도 초기에 적극 대응을 못했다. 브레이크 걸리지 않은 폭력은 다른 곳에서도 반복된다.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와의 연결,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C가 왔다>가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손잡고 연극제 기획자, 박래군(왼쪽) 손잡고 운영위원, 이양구(오른쪽) 작가
 손잡고 연극제 기획자, 박래군(왼쪽) 손잡고 운영위원, 이양구(오른쪽) 작가
ⓒ 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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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공연문의 : 극단 몽씨어터 070-4233-7609 / 손잡고 sonjabgo47@gmail.com



태그:#손배가압류,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손잡고,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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