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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5.18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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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취임 8일째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취임식인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눈물과 박수가 공존하는 기념식이었다. 거기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중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과 문재인 대통령의 명연설문도 함께였다.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생중계로 지켜본 다수의 국민들이 '눈물'과 '감동'을 호소하고 있었다. 꼭 9년 만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문만은 아니었다.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습니다. 저는 그것이 국가의 존재가치라고 믿습니다."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입니다"라고 명확히 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정신을 헌법에 새기겠다"는 당선 전 약속을 그렇게 이날 5.18 기념식을 통해 지키는 듯 보였다. 더욱이 2년 전 화제가 됐던 팽목항에 걸렸던 '펼침막'을 잊지 않고 언급함으로써 '5.18 광주'의 기억을 세월호 참사로까지 연결시켰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눈물 흘린 대목이었다.

1980년 5월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2014년 4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와는 분명히 결을 달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과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가치"라는 통치 철학의 재확인. 마치 취임사로 봐도 무방할 이 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와 새 정부의 5.18 기념식이 준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준비된 대통령' 문 대통령의 명연설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2017.5.18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2017.5.1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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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장에서 1980년 항쟁 기간 동안 아버지를 잃은 김소정씨를 포옹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장에서 1980년 항쟁 기간 동안 아버지를 잃은 김소정씨를 포옹하는 모습.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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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5·18 때 구속된 일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

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입니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5.18의 부채감을 느꼈던 민주시민으로서, 인권변호사로서, 그리고 이제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겠다"는 대통령으로서, 문 대통령의 개인적 고백이 담긴 기념사는 절절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헬기 사격까지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 규명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 방지 ▲전남도청 복원 문제 관련 광주시와 협의·협력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 이행 등이 그것이다. 특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려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선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며 9년 만에 5.18 기념식에서 제창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간의 지난했던 논란까지 종식시켰다. 끝으로 2017년의 촛불을 광주정신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다"는 문 대통령은 "숭고한 5·18 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라며 기념사를 끝맺었다.

기념식 직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명기념사'라는 찬사가 터져 나올 만했다. 요약하자면, '광주 5.18 정신'을 분명히 하는 한편 유족들과 영령들을 위로하고 향후 이행해야 할 관련 사항들을 적시했다. 또 세월호 참사까지 연결시키며 국가의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동시에 '광주정신'이 '촛불광장'으로 계승됐음을 선언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념사라 할 만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 국민들의 눈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장에서 1980년 항쟁 기간 동안 아버지를 잃은 김소정씨의 발언이 끝나자 체크무늬 손수건을 꺼내 눈을 훔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장에서 1980년 항쟁 기간 동안 아버지를 잃은 김소정씨의 발언이 끝나자 체크무늬 손수건을 꺼내 눈을 훔치고 있다.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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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가 전부는 아니었다. 9년 만에 제창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생중계로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는 고백이 여기저기 출몰했다. 이미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장면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상태다. 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출한 감동적인 장면은 또 있었다.

"철없던 때에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 아버지는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계실 텐데…."
"하지만 한 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태어난 김소형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김소형씨의 아버지는 전남 완도 수협에서 근무했고,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그해 광주를 찾았다 계엄군에게 목숨을 잃었다. 편지를 다 읽은 김소형씨는 눈물을 참지 못한 채 기념식장을 퇴장했고, 이를 본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씨를 한동안 안아줬다.

오월 가족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희생된 김재평씨의 딸 김소형씨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 오월 가족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희생된 김재평씨의 딸 김소형씨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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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와 함께 이날 기념식의 감동적이면서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국가로부터 희생된 유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대통령, 그들의 슬픔에 공감의 눈물을 같이 흘려줄 수 있는 대통령, 그리하여 국가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어이없는, 한스러운 고통을 받지 않게 하리라는 믿음을 주는 대통령. 국민들이 이날 5.18 기념식을 통해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그렇게 '진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5.18 폄훼·왜곡 선두에 선 전두환, 보고 있나?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이 땅의 민주주의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5.18 광주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천명했다. 얄궂게도, 이날 오전 SBS플러스 <캐리돌뉴스>가 17일 방송에서 '노무현 일베 이미지'를 '실수'로 내보낸 것이 알려지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일베'는 5.18 광주의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대표적인 극우 사이트다.

이런 세력들이 퍼트리는 광주 관련 '가짜뉴스'는 새 정부 들어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 "5.18 민주화항쟁은 폭도가 일으켰다", "북한국이 개입했다"는 지만원씨의 주장을 인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연 이날 기념식 장면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보고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이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와 새 정부 첫 5.18 기념식은 국가적으로 이러한 왜곡과 폄훼를 종식시키기 위한 선포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유족들과 피해자들도, 국민들도, 심지어 수화 통역자까지 울었던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이뤄진 이날 기념식은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주는 역사적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입 다문 정우택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한편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오른쪽 둘째)은 입을 다물고 있다. 행사를 마친 뒤 정 대표는 ‘5·18 민주 영령에 대한 추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이라며 노래를 부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입 다문 정우택 문재인 대통령(왼쪽 다섯째), 정세균 국회의장,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한편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오른쪽 둘째)은 입을 다물고 있다. 행사를 마친 뒤 정 대표는 ‘5·18 민주 영령에 대한 추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이라며 노래를 부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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