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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명인
 이종기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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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 [최정욱 소믈리에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와인기행] 오미나라 ①

이종기 명인은 우리나라 양조학에서 대가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주류 제조에만 37년을 종사해온 양조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그는 오비맥주로 불리던 동양맥주주식회사에 입사한다. 그리고 81년, 정부의 위스키 국산화 정책으로 동양맥주가 세계적인 양주회사 시그램과 손잡고 오비시그램을 창설하자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양조를 시작했다.

오비시그램에서 히트시킨 양주는 패스포트와 섬씽스페셜 등이 유명하다. 이 위스키 개발에 그가 참여했다. 위스키를 개발하면서 그는 전 세계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견학하고 양조를 배우고 익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때로 1990년을 꼽는다. 이때, 그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유학을 갔다. 헤리옷 와트 대학원에 양조학을 배우러 간 것이다. 이곳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유학길에 들고간 인삼주, "망신 당했다"

오미자 발효 탱크 옆에는 발효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미자 발효 탱크 옆에는 발효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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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양조를 배우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왔다. 거의 대부분 양조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아사히 맥주회사와 산토리 맥주회사의 직원이 왔다. 지도교수는 개강파티를 겸한 모임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자기나라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인삼주를 준비했다. 그런 자리가 있을 것을 예상, 한국에서 준비해 갔다고 한다.

일본 학생들이 가져온 술은 칭찬을 받았지만 그가 준비한 술은 혹평을 받았다. 인삼주는 제조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술이다. 인삼에 술을 부어서 만든 침출주였다. 교수의 농담 섞인 지적에 다른 학생들은 다 웃었으나,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국에는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명주가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세계 최고 명주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사용해서.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게 바로 오미로제 와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스파클링 와인이었을까?

"그날 프랑스 여학생이 로제 샴페인을 가져왔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인기가 가장 높았는데, 스파클을 보면서 감탄을 했죠. 나도 그런 걸 만들어야겠다고 한 건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 생각이 더욱 굳어진 거죠."

병입된 채 2차 발효과정를 하고 있는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들.
 병입된 채 2차 발효과정를 하고 있는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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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해 회사로 돌아온 그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과실이나 열매 등을 이용해 술 개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기가 찾아왔다. 2007년, 영남대학교에서 양조학과를 신설하면서 그를 초청했던 것이다. 2006년, 그는 27년 동안 재직했던 회사를 떠났다.

그는 영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미자 와인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조학을 가르치기에는 때가 이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학생들의 진로문제 때문이었다.

"영남대에서 3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주류업계에 취직시킬 데가 없는 거예요. 내가 주류업계에 그렇게 오래 몸담았는데도 그렇더군요. 내가 가르친 학생이 120명인데 딱 두 명만 주류업계에 취직을 했어요."

그가 동양맥주에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2천여 명이었다. 대졸사원은 200~300명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설비가 전부 자동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때도 (양조학은) 시기상조였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내가 (양조로) 모델이 돼서 성공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왔어요."

손혜원도 놀란 와인 맛

와인 숙성 탱크
 와인 숙성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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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직접 와이너리를 운영하기 위해 연고가 없는 문경에 자리를 잡았다. 문경이 오미자 주산지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2008년, 친환경으로 재배된 유기농 오미자 20톤을 수매, 오미자 와인 제조를 시작했다.

포도나 사과와 같은 과일은 발효기간이 3주~4주 정도로 짧다. 하지만 오미자는 발효되는 데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3~4년의 숙성기간을 거친 뒤 출시한다. 2008년에 제조한 오미로제를 출시한 것은 3년 뒤인 2011년이었다. 제조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양조는 인내심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드디어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세계 최초로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 출시했으니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을까? 좋은 제품을 만들면 무엇 하나, 팔려야지. 와이너리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적자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종기 명인은 그래도 매년 상황이 나아지고 있어 2018년 정도면 적자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와인의 이름 '오미로제'를 짓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미로제'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의 손혜원 의원이다. 이 명인은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없어서 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름을 함부로 지을 수 없어 고민을 거듭하는 그에게 지인이 손혜원 의원을 찾아가 보라고 소개를 했다나. 손혜원 의원은 브랜딩 디자이너로 '처음처럼', '참이슬'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히트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오미나라 와인시음장. 은은한 조명이 시음장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오미나라 와인시음장. 은은한 조명이 시음장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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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인은 오미로제 와인을 들고 손혜원 의원을 찾아가 작명을 부탁했다. 그 자리에서 와인을 마신 손 의원은 "오마이 로제"라고 외쳤다고 한다.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손 의원이 그 자리에서 와인을 반병이나 비운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고.

오미로제(Omy Rosé)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오마이 로제' 즉 나만의 로제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미자로 만든 와인이라는 것이다. 레이블 디자인까지 손혜원 의원이 해줬다. 이 레이블은 '2016년 광명동굴 와인 페스티벌 레이블 경연대회'에서 대상인 마루상을 수상했다. 역시 전문가 솜씨는 다르다.

이종기 명인은 와인이 "대박이 나면 찾아가서 사례를 할 생각이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사례를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손 의원이 보수를 받지 않고 작명과 레이블 디자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최정욱 소믈리에의 와인 팁 ①] 스파클링 와인 제조방법

일반적인 방법 : 알코올 발효가 진행되면 발효 부산물로 탄산가스가 자연적으로 발생된다. 보통 와인을 제조할 때는 이 탄산가스를 날려 버리지만, 스파클링 와인은 내압탱크에서 발효시킨 와인에 탄산가스가 스며들게 한다. 스파클링 와인을 대량 생산할 때 적합하다.

전통적인 방법 : 프랑스 상파뉴에서 샴페인(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이다. 알코올 발효가 진행된 와인을 병에 주입하고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게 해 압력이 더 높은 탄산가스가 발생하게 한다. 전통적인 스파클링 와인 제조 방법으로 생산과 관리가 까다로워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탄산 주입식 방법 : 생산된 와인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생산단가가 낮아 가격이 저렴하지만, 기포가 빨리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와인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탄산 가스가 아니라서 전문가들이나 마니아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이어지는 기사 : 오미나라 ③


태그:#이종기, #손혜원,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 #오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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