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 영화사 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식하는 여러 단어가 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부산에서 고배를 마셨고, 심지어 정치 1번지 종로구 입성에 성공했지만 또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결국 낙선해 버린 '바보'. 그런 그를 시민들이 껴안아 결국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시민 대통령', '노짱' 등.

그런 그가 한 편의 영화로 다시 등장했다. 이미 <무현, 두 도시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지난해 개봉했기에 관객 입장에선 영화의 조명 방식이 궁금했을 터. 15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특별시사회 자리엔 이미 많은 이들이 그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콤플렉스 덩어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정치인 노무현의 면모를 비교와 대구의 방식으로 제시했다면 <노무현입니다>는 보다 우직하게 그간 알려진 면모를 짚어나간다. 자료 사용에 있어서도 전자가 노무현재단과 여러 단체의 영상 중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주로 택했다면, 후자는 이미 우리가 봐왔고 익숙한 영상에 측근들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덧대어 환기시킨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할 게 아니다. 한 인물에 대한 이런 다양한 접근은 곧 더 많은 관객들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좋은 일이니 말이다. 좋은 정치인을 너무도 빨리 잃었다는 세간의 평과 함께 두 영화는 우선 지인과 지지자들에겐 추모로서 의미가 있고, 비판자들에겐 재조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노무현입니다>의 가장 큰 미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그것도 정치적 측근을 비롯해 개인 삶에 맞닿아 있던 다양한 사람들의 기억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참모 문재인, 유시민, 안희정, 이광재 등의 속마음에서 부터 운전기사, 법무법인 부산 직원, 심지어 그를 사찰해왔던 안기부 직원의 고백까지 말이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 ⓒ 영화사 풀


영화는 그를 바라봤던 다양한 사람들의 온도차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각 사건마다 주변인들이 느꼈던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다. 이를 테면 후보시절 노무현에게 "가방끈 콤플렉스 있으시죠?"라고 물어본 유시민은 날카로운 직언으로 그의 흔들림을 안타까워했던 측근이었다. 또 당시 안기부 직원 이화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게 광주항쟁 비디오테이프와 책을 주며 한번 보시고 날 잡아가든지 하라고 했다"고 회상한다.

이렇게 다양한 시각을 전제함으로서 노무현의 인간적 면모가 훼손되지 않고 관객에게 전달된다. 조중동이 악의적으로 무시한 것에 분노한 사람, 진보언론에도 서운함을 애써 숨기지 않았던 사람 노무현은 그래서 우리가 더 사랑했어야 할 이였다. 영화는 직접 주장하진 않지만 너무도 빨리 그를 잃은 탓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제시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진짜 노사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과 함께 이 영화에서 일관되게 조명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다. 노무현의 우직함과 일관됨에 매료되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나누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이들.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판도 받았고, 지적도 받아왔지만 영화는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이라는 노사모의 본질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민주당 내 군소후보 중 군소후보였던 노무현을 대통령 후보로까지 만들고 당선되자 내 일처럼 기뻐하고 감격한 수많은 노사모 회원들은 곧 기득권에 항거하며 변화를 꿈 꾼 한국 사회 시민들의 오랜 열망을 상징했다. "2002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고백한 한 중년남성에서 부터 "강원도 경선 때 이인제 후보 측이 붙인 색깔론 삐라를 떼어낼 땐 무슨 전쟁터 같았다"고 전한 또 다른 회원의 말은 이제야 꺼내볼 수 있는 무용담이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사진. ⓒ 영화사 풀


그리고 대통령 당선 장면에서 갑자기 전환되는 비극적인 장면.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누렸던 민주 정부의 찰나의 순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을 추모하는 물결에서 한 측근 인사가 고백한 말이 남는다. "진짜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오더라. 그들이 진짜다. 우린 그냥 깽깽이였다". 노무현을 당선 시킨 이름 모를 시민들의 위대함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노무현과 함께 뛰었던 시민들은 그때의 감격을 잊지 않고 있다. 동시에 그의 참모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 분을 너무 외롭게 놓아두었다.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오열하거나 눈물을 삼킨다. 가장 큰 환희와 가장 큰 절망 사이에 자리한 노무현을 영화는 극적으로 그렇게 제시한다. 비극적 선택을 하기 전 그가 그렇게 찾았던 지인들, 대부분은 운전기사와 예전 사무장 등 고인의 인간적 삶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고인은 그렇게 보통사람들 틈에서 소소하게 기억되고 삶을 나누고 싶었던 게 아닐까.

힘듦을 토로하던 노무현에게 유시민은 "가방 끈 짧은 거 뭐 어떻습니까. 당신에겐 제가 갖지 못한 게 있습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요"라고 말했다. "노무현의 시대가 올까요?"라는 노 전 대통령의 물음에는 "그럼요! 반드시 옵니다"라고 확신해 차 답했다.

유시민의 말처럼 생전에 노무현은 그런 시대를 온전히 보진 못했다. 그렇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그 씨앗이 이제 다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으니. 학력과 재력, 그리고 그 어떤 권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던 사람 노무현을 추억만 하지 말고 제대로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주의, 지역갈등 극복과 동서화합을 내리 주창했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통 시민의 대통령'이었다.

한 줄 평 : 그리움과 아쉬움의 정서, 그 이후를 진정성 있게 조명했다 
평점 : ★★★☆

영화 <노무현입니다> 관련 정보
연출 : 이창재
출연 : 노무현, 이화춘, 유시민 외
제작, 제공 및 배급 : 영화사 풀
공동제공 : 전주국제영화제, 헤드플레이 외
러닝타임 : 109분
개봉 : 2017년 5월 25일




노무현입니다 문재인 노사모 대선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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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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