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성전환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XFTM>(2008) 한 장면

세 명의 성전환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XFTM>(2008) 한 장면 ⓒ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용어조차 낯선 'FTM'은 'Female to Male'의 약자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트렌스젠더를 일컫는 말이다. <두개의 문>(2011), <공동정범>(2016) 등 중량감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김일란 감독의 2008년작 <3XFTM>은 3명의 FTM이 등장한다.

1979년생인 김명진씨는 그토록 원하던 성전환에 성공했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사소한 이유로 권고사직 당하고, 사귀던 연인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직장에서 잘린 이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해야 했던 김명진씨는 자기야말로 군대 체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성전환의 고달픔

태어날 때부터 남자였다는 고종우씨는 행여나 자신이 여자로서 보일까봐 염려스럽다. 아직 가슴절제 수술을 받지 못한 종우씨는 한여름에도 가슴 압박붕대를 착용하고 그 위에 얼음조끼를 입는다. 종우씨와 달리 가슴절제 수술에 성공한 한무지씨는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서 자신 있게 웃통을 벗어 제킨다. FTM인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여성스럽다"이다. 여자같이 보인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이들은 보통의 남자들보다 더 남자처럼 보여야했고, 남자답게 행동해야했다.

2008년 당시, 성전환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3XFTM>은 지금봐도 굉장히 파격적인 소재로 다가오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0년대 초반 화장품 CF로 주목받고 대중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던 하리수 덕분에 MTF(Male to Female,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렌스젠더)들은 꽤 친숙하게 다가오는 반면, FTM의 삶을 주목하는 대중매체는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극장에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극영화들의 사례만 놓고 봐도, MTF 같은 경우에는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2016) 등에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FTM이 전면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3XFTM>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세 명의 성전환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XFTM>(2008) 한 장면

세 명의 성전환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XFTM>(2008) 한 장면 ⓒ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극장 개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2015년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시작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2015)에도 평생 남자처럼 살았던 70대 노인 이묵씨가 등장한다. 이묵씨와 교류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그를 남자로 여겼고, 이묵씨 또한 자기 스스로를 남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한평생 남들과 다른 이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에 온몸으로 맞서야했던 이묵씨의 상황은 2010년대에 들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독립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소재는 '퀴어'다. 지난해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꿈의 제인>, <분장>(2016)에는 각각 MFT 트렌스젠더와 성소수자 캐릭터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이자, 지난해 11월 개봉 후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1만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을 거둔 <연애담>(2016)은 레즈비언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다.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위켄즈>(2015)은 국내 최초 게이 코러스 '지보이스' 멤버들의 삶과 사랑을 노래한다. <연애담>, <꿈의 제인>, <분장>, <위켄즈>의 선전은 자연스레 한국 퀴어 영화의 지평을 한 차원 끌어 올린다.

달라지지 않았다

 세 명의 성전환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XFTM>(2008) 한 장면

세 명의 성전환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XFTM>(2008) 한 장면 ⓒ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3XFTM>이 만들어졌던 2008년과 비교해볼 때 퀴어를 소재로 한 완성도 높은 한국 영화들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동성애, 성소수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처우개선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이명박, 박근혜로 대표되는 보수 정권 집권기 동안 성소수자를 비롯한 전반적인 인권 문제가 10년 전에 비해 후퇴한 느낌이다.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동성애,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더 노골적이고 공고해졌다. 며칠 뒤, 자신의 발언에 사과를 하긴 했지만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대놓고 동성애를 '반대'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제스처는 한국 사회에 암암리에 퍼진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혐오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였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문재인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몇몇 지지자들은 포털 댓글, SNS 등을 통해 "(나도 문재인처럼) 동성애는 싫어하지만, 차별은 하지 않는다" 식의 이야기로 문 대통령의 동성애 반대 발언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런데, 동성애는 제3자가 좋고, 싫고 등의 판단을 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성을 가진 사람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처럼, 동성애자들은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사람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 그 뿐이다. <3XFTM>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고,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성을 바꿨다는 것 외에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그대로의 그들 모습을 봐주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3XFTM>은 세 명의 성전환남자들의 현실과 고민을 보이는 그대로 담아낸 용감하고도 솔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3XFTM>이 있었기에 그로부터 2년 뒤 4명의 게이 남성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다룬 <종로의 기적>(2010)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2016년 개봉한 <위켄즈>에는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3XFTM> 이전에  양성구유(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를 소재로한 최현정 감독의 <평범하기>(2002), 김일란 감독이 소속되어 있는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에서 제작한 <레즈비언 정치도전기>(2009), 이영 감독이 만든 <이반검열> 시리즈가 있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기획한 '인디다큐 시간여행: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성의 존재론, 퀴어' 상영회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김일란 감독의 <3XFTM>은 다가오는 25일 개막하는 제22회 인디포럼 '인디스페셜' 섹션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올해 인디포럼은 '인디스페셜:오늘의 퀴어'라는 섹션을 통해 '퀴어'에 관한 다양한 사적 해석과 영화적 접근에 주목하고자 한다. <3XFTM> 외에도 이소정, 배꽃나래 감독의 <트러스트 폴>, 임철민 감독의 <골든 라이트> 등 다양한 퀴어 단편을 만날 수 있다. 31일에는 배우 구교환이 MTF 캐릭터로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던 <꿈의 제인>이 개봉한다. 영화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넘어서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3XFTM 성소수자 위켄즈 불온한 당신 꿈의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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