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이 시작하면 4월 타석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무명 선수들의 지난 겨울 땀의 결실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 시즌엔 이형종(LG), 허정협과 이정후(넥센), 한동민(SK), 김헌곤(삼성)이 새롭게 떠올랐다. 이러한 '새로운 스타'들은 4월 한 달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 중에는 지난해부터 1군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타자들도 있지만, 허정협과 이정후처럼 1군 무대 경험이 거의 전무한 경우도 있다.

4월이 등장의 달이라면 5월은 검증의 달이다. 체력적 부담이 서서히 높아지고 상대 팀에서 공략 분석에 들어간 5월이 되어야 누가 살아남을지 결정된다. 신진급 선수들에게는 '5월과 여름이 고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를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4월에 맹타를 휘두르며 새롭게 떠올랐던 선수들은 5월 고비를 어떻게 넘고 있을까.

이형종·허정협·김헌곤 "1군 무대, 쉽지 않네"  

 '광토마' 이형종은 타자로 전환한 지 2년 만에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광토마' 이형종은 타자로 전환한 지 2년 만에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 LG트윈스


강렬한 4월 한 달을 보낸 세 남자는 악몽 같은 5월을 보내고 있다.

4월 동안 .360 2HR 6도루를 기록하며 LG팬들의 '광토마'로 떠오른 이형종은 5월 들어 가장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 5월 13일 기준 그는 21타수 2안타로 9푼5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무너지는 모습이다. 투수들은 경험이 많지 않은 이형종을 상대로 변화구 구사율을 높이며 카운트를 가져갔다. 그는 LG 외야라인 내 유일한 우타자이기에 쉽게 로스터에서 제외할 수도 없다. 양상문 감독이 이러한 부진을 이형종 스스로 이겨내길 바라는 이유이다.

허정협과 김헌곤도 5월 들어 타격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허정협은 4월에만 3할의 타율과 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부진한 대니 돈의 공백은 완벽히 메웠다. 특히 장타가 적은 넥센이기에 허정협의 존재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았다. 그러나 5월에는 홈런 없이 .154(26타수 4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부진 속에 허정협은 13일 1군 로스터에서 제외되었다. 외야진이 두터운 넥센이기에 허정협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기회는 다른 선수들로 향할 것이다.

김헌곤은 4월 한 달간 삼성 타순에서 유일하게 제 역할을 했던 타자였다. 3할5푼4리의 높은 타율을 보여주며 최하위 삼성 팬들에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득점권 타율은 5할에 달할 정도로 해결사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김헌곤은 5월엔 .162(37타수 6안타)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히 5월 들어 구자욱, 김상수 등 다른 선수들이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기에 김헌곤의 나 홀로 불협화음은 삼성 입장에선 더욱 뼈아프다.

이정후·한동민, 더 뜨거워진 타격감

 한동민은 올 시즌 SK 거포군단을 이끌고 있다

한동민은 올 시즌 SK 거포군단을 이끌고 있다 ⓒ SK와이번즈


5월 들어 더 불붙은 타격감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19)는 10년 만의 고졸 신인왕 도전에 한 발짝 앞서있다. 경쟁자인 허정협과 김원중(롯데)이 주춤한 가운데 이정후의 타격감은 5월 들어 더욱 물이 올랐다. 4월 한 달간 .309 2홈런을 기록했던 이정후는 5월에는 4할1푼7리를 기록 중이다.

특히 공격적인 타격 스타일이 눈에 띈다. 143타석에 들어설 동안 13개의 삼진밖에 당하지 않았다. 볼넷도 7개만을 얻어내며 최대한 배트에 맞춰서 루상에 출루하는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초구 타율 .357과 함께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326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타격 자세로 투수들과의 수 싸움을 이겨내고 있다.

한동민은 SK의 주축 타자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한동민은 4월 한 달간 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거포 군단' SK의 새로운 중심 타자로 떠올랐다. 5월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 5월 월간 타율 3할5푼5리를 기록 중이다. 타점 4위(27타점), 홈런 2위(11개), 장타율 1위, OPS 1위로 단연 올 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과거 변화구 대처가 약했던 평범한 거포 유망주였다면 올 시즌엔 공을 오래 보고 볼 카운트에 맞는 타격 스탠스로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팬들의 입장에선 이러한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국제 대회의 부진 속에서 리빌딩을 선언한 한국 야구에 신바람을 불어 넣을 그들의 활약이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잔인한 5월의 고비를 이겨내고 7부 능선을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큰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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